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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란, 나를 쓰는 게 아니라, 읽는 일이다

글을 쓰면 내 인생을, 모두의 인생을 읽는다

by 여지행

쓰기는 단순한 쓰기 행위가 아니다.

그저 종이에 단어를 옮기는 시간이 아니라, 어쩌면 나 자신을 조용히 읽어내는 시간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내 삶을 다시 읽는 일이다.

그 자체로 또 하나의 독서이고, 내면 깊은 곳을 들여다보는 여행이다.


우리는 종종 글을 ‘쓴다’고 말하지만, 그 과정은 먼저 ‘읽는 것’에서 시작된다.

세상을 읽고, 사람을 읽고,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읽는다.


기억의 조각들을 되짚고,

스쳐간 감정들을 다시 느끼며,

내 안에 숨어 있던 목소리를 발견하게 된다.


한 문장을 쓰기 위해

수십 가지 마음의 결을 헤아리고,

한 줄을 비워내기 위해 수많은 감정을 꺼내어 본다.


그렇게 글을 쓰는 동안,

나는 내 과거를 마주하고

삶에 대한 질문과 감정의 진폭을 통과하며

마침내 내가 미처 몰랐던 나를 만나게 된다.


결국, 우리는 글을 쓰기 위해 수없이 나를 읽는다. 그 읽기의 여정 끝에 비로소 한 문장이 태어난다.


며칠 전, 한 블로그 이웃님의 글을 읽었다.

자신이 걸어온 책 읽기의 역사를 돌아보며,

삶 자체를 읽고 싶다고 말하는 문장이 유독 마음에 남았다.


그 문장을 읽고 나서 나도 생각했다.

삶을 읽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어쩌면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이 글의 과정이

그 자체로 삶을 읽는 여정 아닐까.


우리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읽고,

나의 기억을 풀어내며,

직접 책장을 넘기지 않아도

삶과 사람, 그리고 나를 함께 읽고 있는 것이다.


글을 쓰는 이 시간은 곧

내 삶을 읽어가는 조용한 독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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