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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wHereUs Feb 17. 2021

첫 번째 합평과 첨삭

글쓰기 모임의 기록

모임 멤버 열 명이 모두 같은 날까지 글을 써내지만, 모임 날에는 글을 다섯 개씩 같이 읽게 된다. 내가 제출한 글은 두 번째 그룹 모임에서 평을 받게 되어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모임에 참여했다.


정지우 작가는 이런 말로 이날의 모임을 시작했다.


"아마도 제가 이 지구 상에서 여러분이 쓴 글을 가장 열심히 읽는 사람일 겁니다."


모임에서 첨삭을 하기 위해 적어도 서너 번은 읽는다고 했다. 그것도 아주 집중해서. 글쓰기 모임에 쏟는 그의 열정을 보여주는 한 마디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글을 하나하나 살펴가면서 읽은 소감과 나름의 조언을 모임 멤버들이 먼저 나누고, 글을 쓴 사람의 나름의 항변, 해당 글에 대한 정지우 작가의 분석과 비평, 그리고 더 나은 글쓰기를 위한 조언으로 이어졌다. 이날도 우리의 모임은 약 4시간이 걸렸다. 실제로 우리가 제출한 글 하나하나를 여기에 내가 공유할 수는 없지만, 글을 같이 읽고 나누는 과정에서 글쓰기에 도움이 될만한 조언들을 여기 남겨두려 한다.


글을 쓸 때, 내용도 중요하지만 내용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형식이다. 처음 글을 쓰는 사람이 많다 보니 글쓰기의 형식에 익숙하지 않은 면들이 글에서 드러나기도 한다. 이날 모임에서 들었던 형식을 위한 조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문단으로 글쓰기. 

내 글이 몇 개의 단락으로 구성이 될 것인지, 그 문단 간, 글 전체와의 관계는 어떤지 살피며 글을 써야 한다.


둘째, 문장의 끝맺음.

습관처럼 보이는 명사로 끝나거나 말줄임표로 끝나는 문장에서 벗어나 되도록 "-다."로 끝나는 문장을 사용하자. 간혹 의문문을 사용할 수는 있겠지만, 글 전체적으로 볼 때 기본적으로 "-다."로 끝나는 문장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셋째, 문장 부호 사용.

가급적 괄호를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이와 더불어 글 안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굵은 글씨와 기울임도 되도록 쓰지 않는다. 


넷째, 시제와 말투 사용.

한 편의 글을 쓸 때, 되도록 시제를 통일하도록 한다. 현재형이면 현재형, 과거형이면 과거형, 이렇게 시제를 통일하는 것이 읽는 사람이 더 쉽게 글을 읽어나갈 수 있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 같은 이유로 문장의 어투도 통일하는 것이 좋다. 존대어와 반말을 섞어서 쓰는 것보다는 같은 투의 문장으로 글을 쓰는 것이 좋다.


다섯째, 글을 쓴 시점과 읽는 시점이 다를 수 있음을 고려하기.

내가 쓴 글이 언제 읽혀도 괜찮게 글을 써야 한다. 예를 들어 '코로나'로 인해 모두가 집콕 생활을 하고 있는 요즘 쓰인 글을 몇 년이 지난 다음 읽을 때, 이 글이 '코로나 시대'에 쓰였음을 짐작하게 하는 힌트가 글 안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라고 썼었는데, 이건 내 머릿속에서 나온 얘기인듯하다.


글쓰기 모임 멤버들이 내 기억의 왜곡된 부분을 말씀해주셔서 우리가 이해하고, 작가님께 확인받은대로 수정!

어떤 글에서 "코로나가 없었을 때라" 는 표현이 나왔다. 이 표현이 독자가 코로나 이후에 읽을거라고 상정하고 쓴다, 이 것 외에는 특별한 효과가 없으니 굳이 쓸 필요가 없다는 조언이 있었다. 


여섯째, 보편적인 독자층 고려하기.

글 안에서 등장하는 단어나 표현이 너무 특정한 집단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예를 들어 자주 듣지 않는 외래나 외국어의 경우 되도록 한글 표현으로 바꾸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본인의 경험을 서술하다 보면 같은 처지의 사람들만 이해할 수 있는 정서와 감성의 글이 되기 쉬운데, 되도록이면 더 넓은 계층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디테일한 글을 쓰는 방법도 여러 번 언급되었다.


여러 글을 읽어나가면서 '상술'이라는 단어가 반복해서 나왔다. 추상적인 문장을 썼을 경우 그 문장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정보가 들어있는 문장으로 풀어서 설명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독자의 예측이나, 일반적인 통념을 벗어나는 문장을 사용했을 때 중요한 것 같다.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문장을 사용한다면 독자가 관심을 가지고 읽어나갈 수 있겠지만, 내가 왜 이런 문장을 사용했는지를 이 글 안에서 보여주지 못한다면, 내가 이 글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글 사이에 간극이 생기게 된다. 글을 쓰면서 이 간극이 없도록, 혹은 글 안에서 이 간극을 메우려는 노력이 드러나야 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읽으면서 무언가 의구심을 자아내게 하는 방향으로 글을 쓰고 있다면, 그 의구심이 해당 글을 읽으며 어디에선가 해소되어야 한다는 조언도 여러 번 언급되었다. 그러나, 전달하려고 하는 메시지 자체에 의구심이 든다면, 글을 읽는 독자가 글을 몰입해서 읽기보다는 거리감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통일성 있게 글을 쓰는 방법도 여러 글을 읽으며 반복되었다.


통일성이라는 것은 글 전체에도 적용되지만 글을 이루는 단락에도 적용된다. 앞서 언급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는 이야기다. 하나의 글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가 너무 많이 등장하면 독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조언을 들으며 이제까지 내가 쓴 글을 읽던 독자였던 교수님이나 팀장님이 자주 하던 말이 생각났다. "So what?" 혹은 "Off topic/Not relevant"라는 직설적이고 단정적인 표현도 있었고, "I am still confused what you are trying to research."라는 완곡한 표현도 있었다. 요는 내가 이 글을 쓰면서 전달하려고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인데, 쓰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글을 쓰기 시작한 시점에서 말하고자 했던 머릿속의 그 무언가가 글을 쓰는 과정에서 바뀌었는데, 그 사고의 과정이 글 안에서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대조'를 사용해서 글을 쓴다면, 대조가 되는 대상이 명확하지 않으면 문장 혹은 단락 자체가 불완전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했다. 


풍부하게 글을 쓰기 위한 전략으로 묘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도 여러 번 언급되었다.


우리 모두 '여행'이라는 주제로 에세이를 썼지만, 사람에 따라 어떤 묘사를 더 많이 사용하는지가 뚜렷하게 달랐다. 여행의 배경이 되는 장면 묘사를 자세하게 쓴 글도 있었고, 여행을 하게 된 동기나 여행 중 경험한 사건을 중심으로 쓴 글도 있었다. 여행 전체, 혹은 여행 중 겪은 경험에서 일어나는 내면을 위주로 서술한 글도 있었다. 어떤 글을 읽으면서는 특정 지역의 음식이 정말 '맛깔나게' 표현되어 있어서 읽으면서 침이 고이는 느낌이었고, 그 지역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다른 글을 읽으면서는 글을 쓴 분의 입장이 되어 함께 여행을 다녀온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몇 개의 글을 읽으며, 글쓴이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묘사를 할 때, 어떤 묘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 그리고 글 안에서 서로 다른 묘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글을 읽는 사람이 흥미를 가지고, 읽어나가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얘기가 여러 번 나왔다. 여행의 어떤 순간에서 느낀 내면 서술을 하면서도 그 경험을 상세하게 전달한다거나, 한 문장 안에서, 혹은 단락 안에서 각기 다른 감각의 경험을 섞어서 전달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날따라 햇살이 맛있었다.'라는 문장으로 시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햇살을 미각으로 연결시키는 시도가 글의 맛을 더한다는 조언이었다. 그런데 특정한 묘사를 계속 반복해서 사용하면 글이 지루해질 수 있으니 '적절히' 섞어 써야 한다고 했다. 

우리가 읽었던 글 중 하나는 "배가 아팠다."는 문장으로 시작되었다. 이렇게 글을 시작함으로써 적극적으로 독자를 어떤 장면으로 끌어들이는 느낌이 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글에서 사용된 내면 묘사 중에는 해당 여행의 동행인에게 말하지 않은 글쓴이만의 생각도 있었는데, 이런 문장을 통해 독자는 작가와 비밀을 공유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날의 주제가 여행이었기 때문에, '여행' 에세이에서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도 언급되었다.


여행 도중에 경험하고 느낀 것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특정 여행을 언급한다면, 그 여행을 떠나게 된 동기나 배경, 혹은 글쓴이 본인이 가지고 있는 성격이나 특성에 대해서 글 안에서 풀어주는 것이 글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글이 풍부해질 수 있다는 조언은 특별히 와 닿았다. 뿐만 아니라 여행을 마친 후, 그 여행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내 삶과의 연결고리에 대해 써 볼 수도 있다고 했다. 또한, 너무 먼 기억의 여행의 기억을 되살려 글을 쓰는 경우, 배경이나 상황 묘사를 할 수 있는 '기억의 소재'가 부족할 수 있는데, 이런 경우, 이 여행 이후 내가 느꼈던 것, 이 여행 이후 내 삶에 변화가 있었는지의 여부를 글로 풀어낼 수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물론 이런 것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연결되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전반적으로 우리 모임에 참여하는 멤버들은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문장력을 갖추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앞으로 남은 모임들을 통해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 아마 모임을 이끌어가는 작가님도 기대를 하고 있겠지만, 나도 기대가 된다. 내가 쓴 글은 내일 있을 다음 모임에서 평가받을 예정이다.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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