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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리 Dec 13. 2023

나에게 전문직 직업은 얼마나 좋았을까

학창 시절에 공부를 잘하면 어른들은 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한다. 어른들이 얘기하는 훌륭한 사람은 의사, 변호사, 대학교수 같이 남들에게 인정받으면서 돈도 잘 버는 그런 직업을 가진 사람을 의미했던 것 같다. 그래서 공부 잘하면 서울대학교나 명문대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목표가 되고, 좀 더 구체적으로는 의대, 법대, 치대, 약대 등과 같이 전문 자격증을 가질 수 있는 학과를 진학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변리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대학을 다니면서였다. 이런저런 이유로 도전할 만한 직업으로 보였고 일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생각보다 훨씬 더 긴 시간 동안 상상하지 못했던 고생을 한 후에야 자격을 얻게 되었다.  


나는 전문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다. 소위 "사(士)"자로 불리는 자격증이다. 내가 자격을 얻기 전 그런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은 아주 멋져 보였다. 여자로서는 멋진 커리어우먼 같고, 사회적으로 대우받으면서 높은 연봉을 받고 상류사회의 일원인 것 같고 그랬다. 그런데 막상 그것이 나의 현실이 되니 이전에 상상하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연봉 높은 고속득 직종인 것 같은 이미지

이상하게도 매년 변리사가 최고 소득이라는 기사가 한 번씩 나왔다. 그래서 변리사라고 하면 고소득 직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다. 하지만 어차피 남이 주는 월급을 받는 입장에서는 아무리 보수가 높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렇게 많이 버는 건 아니라고 말을 해도 이미지가 그런 것 같았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기라도 하면 스스로 부담감에 내가 밥값을 내게 되고 친구들은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 같이도 느껴졌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았다. 연봉이 얼마라고 하더라도 건강보험, 국민연금, 세금 같은 것들이 월급을 내가 손에 쥐기도 전에 빠져나가고 나면 실 수령액은 어차피 그만그만한 금액이 된다. 윌 실수령액 몇 백만 원 정도의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현실 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이런저런 비용을 지불하고 나면 남는 것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을 뿐이다. 그리고 연차가 올라가면 고객 유치라던가 고객관리와 같은 영업 활동을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 특허를 내겠다고 하는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면서 상담도 해야 하고 고객관리도 해야 한다. 그리고 일처리도 해야 한다. 


전문가로 대접받는 이미지

전문직이니까 전문가로 대접을 받을 것 같다. 여자로서는 멋진 커리어우먼의 이미지이다. 하지만 특허를 내 본 경험이 많은 고객들 중 변리사를 전문가로 대접해 주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학교수들은 이런 거 잘할 수 있느냐 하면서 실력을 의심하고, 아랫사람 대하는 듯이 하는 경우들도 꽤 많다. 기업의 연구소 같은 곳을 가서 특허를 내려고 하는 연구원들을 만나면 변리사를 그냥 서비스 직종 종사원 정도로 대한다. 이거 해주시고 저거 해주세요 하면서 이것저것 주문을 할 뿐이다.


그래도 전문가가 될 수 있는 직업

변리사로 일을 하면서 특허와 지식재산권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쌓이게 되었다. 그렇게 되면서 누군가가 특허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다거나 특허가 필요하다고 할 때 다양한 관점에서 조언을 해 줄 수가 있게 되었다. 누군가로부터 특허권을 침해경고를  받았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있으면 명확한 정보를 알려주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거나, 가지고 있는 특허 관련 문제가 복잡해졌다고 걱정하는 사람에게  하나하나 분석해 보면 그다지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게 될 때는 나 스스로 진짜 전문가가 된 것 같이 느껴졌다. 고객이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것 같으면 기분이 좋기도 하였다.



전문직 직종에서 일을 한 만큼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야 했다. 그래도 일을 하는 것이 재미있었고, 때로는 보람을 느끼기도 하였다. 어쩌면 전문직 직업은 한 분야에서 다른 길로 새지 않고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여건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장점인 것도 같다. 상류층 생활을 누리지는 못해도, 언제나 전문가로 대접받지는 않아도 열심히 노력하여 이것만큼은 자신 있다 하는 일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내가 전문직 직업을 가지고 살아온 보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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