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관련 계약서는 일반적으로 IP(Intellectual Property) 관련 조항을 포함하고 있고, IP는 기술 계약의 원인 또는 결과물로서 중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이와관련된 이슈를 점검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기술 계약서에서 IP 관련 사항을 검토하는 업무를 담당했던 경험에 근거하여 검토 노하우를 몇 가지 적어보고자 한다.
1. 계약의 목적과 사전 협의 사항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기술 계약서로 지칭할 수 있는 계약서로는 연구용역계약서, 공동연구 계약서, 공동특허출원 계약서, 기술이전 계약서 등이 있을 것이다. 계약서의 종류에 따라 계약이 체결되고자 하는 목적은 제각각 다르다. 목적도 다르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계약의 당사자들이 사전에 협의해놓은 조건들도 다르다.
계약서가 작성되기 전 사전에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당사자들 간에 어떠한 말들이 오고 갔는지와 같은 배경을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계약서가 어떠한 관점에서 검토되어야 하는지 방향성을 잡기가 매우 어렵다.
그리고 계약의 목적과 사전 협의사항을 미리 확인해놓지 않으면, 애써 검토하여 의견을 제시하더라도 양 당사자가 이미 상호 인지하고 협의를 한 사항이어서 다시 말을 꺼낼 필요가 없는 경우가 종종 있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계약이 체결되게 된 배경과 계약서 작성 전 사전에 협의가 된 사항이 무엇인지 별도로 확인해두는 것이 좋다.
2. 양 당사자의 역할과 권리의무 사항을 확인해야 한다.
계약의 목적에 따라 계약의 당사자가 어떠한 역할을 맡고 있는지 파악이 되어 있어야 한다. 각 당사자들이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기준이 세워져 있어야 계약서 전반에 걸쳐 각 당사자들이 가지는 권리와 의무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약서 앞부분에서 명백히 밝힌 한쪽 당사자의 권리가 계약서 뒷부분에서 부당하게 확대되어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계약서 앞부분에서 명확히 밝히지 않았는데 한쪽 당사자의 범위가 계열사, 하도급업체 등을 모두 포괄하도록 지나치게 확대되어 다른 계약 당사자에게 매우 불리하게 될 수도 있으므로 확인해 두어야 한다.
3. 계약의 결과물 귀속을 주의하여 확인해야 한다.
기술 관련 계약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계약의 결과물이 누구에게 귀속되는가 일 것이다. 결과물 귀속 부분은 계약의 유형과 목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당사자끼리 어떻게 합의했는가가 우선 적용되는 항목이기도 하다.
원칙적으로, 계약 결과물의 귀속은 결과물의 발생에 각 당사자가 기여한 만큼 귀속되어야 한다. 만약 연구용역계약이라면 연구비를 지급하면서 의뢰한 당사자 측이 의뢰한 결과물을 가져가는 것이 적절할 것이고, 공동연구라면 양 당사자가 공동으로 기여하여 발생한 결과물에 대해 공동으로 지분을 갖는 것이 올바른 배분일 것이다.
만약, 공동으로 기여하지 않고 한쪽 당사자만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물이 있다면 그러한 부분은 기여한 쪽이 전적으로 권리를 갖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하지만, 지적 창작물은 발생이나 결과물 완성 과정이 명확하게 구분되기 어려운 면이 있다. 공동 기여에 의한 결과물인지, 한쪽 당사자만의 기여에 의한 것인지, 어떠한 기여를 결과물 완성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는지 등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계약의 목적과 결과물의 범위, 계약이 적용되는 범위를 계약서에서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야 계약의 결과물 귀속 관계가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계약서의 별첨 문서에 체결되는 계약의 연구 주제와 내용을 상세히 기재하고, 해당 기재내용에 계약의 결과물이 한정되는 것으로 계약서 본문에서 정의하고, 이 범위를 벗어나는 IP에 대해서는 별도로 협의하는 것으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계약의 결과물이 누구에게 무엇이 얼마만큼 귀속되는 것인지에 대한 내용 기술도 중요하지만, 계약의 목적 및 범위 내에서의 결과물 귀속이라는 점이 명확히 드러나야 하는 것이다.
또한 기술 계약의 목적물 또는 결과물인 IP는 무형의 자산이기 때문에 대상물의 소유관계만 명확히 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 대상물인 기술로부터 파생되는 기술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기술을 개발하거나 연구를 하다 보면 관련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가능성이 많고 그러한 아이디어들을 계약 범위내가 아니라고 사장시키는 것보다 적극적으로 발전시키도록 권장하되 기여한 당사자에게 기여한 만큼의 이익이 돌아가는 원칙이 적용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따라서 개량발명이나 파생 연구에 대한 조항을 별도로 두어 귀속 관계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였는지 계약서 검토 시 확인하는 것이 좋다.
4. 독소 조항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계약서 검토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점검하는 사항이기는 하나 한번더 확인해두는 것도 좋을 것이다. 예를 들어, 연구 결과물의 소유권을 의뢰인이 가져가면서 연구를 수행한 당사자 측이 연구결과를 발표하거나 논문을 제출하는 부분에 지나치게 과도한 제약을 하는 조항이 있다면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다. 만약 이 부분이 사전에 충분히 협의된 사항이라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계약서 초안을 작성한 당사자 측의 일방적인 조항 삽입이라면 수정을 요청하거나 협의를 다시해야 하는 것이다.
5. 용어 정의가 명확히 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계약서의 1조는 계약의 목적을 다루고, 2조는 계약서 전반에서 사용되는 주요 용어들의 정의를 다룬다. 그런데 용어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면 계약의 범위 자체가 달라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계약의 목적과 범위에 맞게 계약서의 용어들이 정의되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6. 수정된 조항이 다른 조항에 영향을 미쳤는지 최종 점검하자.
계약서는 양 당사자 간의 검토와 수정을 거듭한 끝에 최종본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계약서를 양쪽에서 수정하는 일이 반복되다 보면 마지막에 놓치게 되는사항들이 있다. 특히, 한쪽 당사자가 계약서의 특정 조항을 삭제하자고 하여 합의가 된 후 계약서 전체를 한번 점검해보지 않으면 다른 조항을 인용하는 있는 조항들의 내용이 뒤죽박죽이 될 수 있다. 조항이 삭제된 이후의 조항들은 번호를 하나씩 올려주어야 하고, 인용항이 있는 조항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지 반드시 점검해야 전체적으로 앞뒤가 맞는 계약서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계약서 중 7조를 삭제하였다고 하자. 그렇게 되면 이전에 8조였던 조항은 7조가 되고, 9조는 8조가 되는 식으로 조항 번호를 조정해야 한다. 또한 10조에서 8조를 인용하고 있다면, 10조에서 인용하고 있는 조항은 7조로 수정해야 하는 것이다. 중요한 조문들을 점검하다 보면 조항 번호의 순서와 인용관계를 놓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으므로 계약 최종본 확정 전에 한 번쯤은 점검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인용관계 등이 정확하지 않아 명확히 해석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소유관계까지 불분명한 계약서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기술 계약서를 검토하는 노하우라고 적어보았지만 어찌 보면 매우 당연해 보이는 내용들일 수 있다. 하지만, 계약서 검토를 하게 되었을 때 어디서부터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 막막할 수도 있으므로 어떻게 중심을 잡고 검토를 할지 고민하는 방법과 단계는 참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 계약서는 법조문이 아니기 때문에 계약의 양 당사자가 협의한 사항이 잘 반영되어 있으면 된다. 다만, 사전에 협의한 사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쪽 당사자에게 지나치게 치우치게 계약서의 내용이 기술되어 있다면 이는 계약이 체결되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당사자들이 중대한 손해를 입지 않는 선에서 서로 조금씩 양보한다면 계약 체결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시킬 수 있다는 점은 자명한 이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