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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리 Apr 10. 2019

연구자에게 특허는 필요한가

바이오 분야 연구자들이 특허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그동안 과학을 하는 연구자들에게 연구 성과는 논문으로 여겨져 왔으나, 최근에는 논문뿐 아니라 특허도 중요한 연구 성과로 여겨지게 되었다.


바이오 분야의 경우, 연구비를 국가 연구과제를 통해 조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최근 국가 연구과제의 성과 보고 시, 양적 및 질적으로 얼마나 우수한 특허 성과를 이루어냈는가와 특허를 통한 기술의 사업화가 얼마나 이루어졌는가가 중요한 평가 항목 중 하나로 책정됨으로써, 국가과제 수행의 최종 평가와 이후의 새로운 국가과제 선정에서 특허가 중요한 평가요소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제는 연구자들이 특허를 잘 내야 국가 연구과제 성과 평가도 높게 받을 수 있고, 새로운 국가과제 신청 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연구자들에게 특허는 논문 내면서 부가적으로 낼 수도 있고 안 낼 수도 있는 요소가 아닌 필수사항이 되어가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응용과학이 아닌 기초 과학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일수록 특허에 관심이 적은 경향이 있다. 기초과학이므로 특허로 이어질만한 성과가 별로 없을 것으로 단정을 하고 저명한 저널에 논문을 내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기초과학의 연구성과는 결국 실용기술과 연결되게 된다. 기초과학의 성과를 이용한 후속 연구를 지속하다 보면 실용적으로도 가치가 높은 연구 성과가 나오는 것이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전까지 기초 과학 성과라는 이유로 특허에 관심을 가지지 않다가 후속 연구결과만을 가지고 특허를 내려고 한다면, 이전의 선행 연구를 통해 발표했던 논문에 공개된 내용으로 인해 특허를 낼 수 없는 상황이 생기기도 하고, 기술의 규모에 비해 특허 건수나 포트폴리오가 빈약하여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실용성 있는 후속 연구결과뿐 아니라 기초적인 선행연구 결과까지 특허화되어 있으면 보다 단단한 특허 포트폴리오가 구축될 수 있고, 이로 인해 특허의 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


특정 질병의 치료제 개발과 같이 실용적으로 바로 쓰일 수 있을 것 같은 기술만이 특허의 대상인 것은 아니다. 다양한 내용의 연구성과들을 특허화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 기초적인 연구결과에 관한 특허들은 후속 특허와 결합하여 가치를 상승시킬 수도 있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높은 가치를 갖는 특허가 될 수도 있다.  


특허는 기초과학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어떤 연구자가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자연현상의 원인을 규명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고 하자. 원인과 메커니즘은 실용적인 연구결과물이 아니므로, 특허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원인과 메커니즘 규명은 많은 후속 연구들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후속 연구 중 실용성이 높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고, 그러한 결과물이 도출되었을 때 특허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것도 나쁜 것은 아니지만, 기초 연구 결과물 단계에서 특허에 대한 밑그림을 미리 그려 놓으면 특허의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다.


메커니즘 규명에 관한 연구결과 자체는 그 내용 그대로 특허화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이를 스크리닝 방법으로 특허화할 수 있다. 스크리닝 방법 특허 자체는 산업적으로 활용도가 떨어져 보일 수 있으나, 연구자가 후속 연구를 통하여 활용도 높은 기술을 완성하고 특허화하였을 때 먼저 출원해둔 스크리닝 특허와의 시너지 효과가 커질 수 있다.


예를 들어, A라는 단백질이 당뇨병 환자의 간에서 과다하게 발현되는 것이 밝혀진 연구결과가 있다고 하자. A 단백질의 당뇨병 관련성이 처음으로 밝혀진 연구 결과라면, 이를 A 단백질의 당뇨병 진단을 위한 바이오마커로서 청구하는 특허와 A 단백질의 발현을 억제하는 물질을 스크리닝 하는 당뇨병 치료제 스크리닝 방법에 관한 특허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후속 연구 결과로써 당뇨병 치료제를 발굴하게 되었다고 한다면, 먼저 출원해 두었던 바이오마커와 스크리닝 방법 특허를 모두 묶어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예로, 자연현상 또는 생리 현상의 특정 작용을 일으키는 경로(pathway)를 알아낸 연구 성과가 있다고 하자. 이와 같은 연구 성과 또한 해당 경로를 활성화시키는 물질을 스크리닝 하는 방법의 특허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러한 물질을 찾아낸 후속 연구 성과를 얻은 후에는 스크리닝 방법 특허와 후속 특허가 시너지 효과를 내 특허 자산 가치 상승을 일으킬 수도 있다.


어차피 특허를 내야 한다면 미리 경험해보는 것이 좋다.

바이오 분야에서 연구를 지속하고 있는 연구자라면 언젠가는 특허를 접해야 한다. 그런데, 특허는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너무 생소한 분야여서 어떻게 하는 것이 제대로 된 것인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게다가 특허는 발명자의 이해와 의견이 매우 중요한 분야여서 발명자가 특허에 관해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갖고 의견을 주지 않으면 변리사가 작성한 문서의 내용이 실제 발명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 버리기 쉽다. 그러므로 먼저 특허를 경험해  연구자가 특허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를 할 수 있게 된 이후에 실용적으로 가치가 높은 연구결과를 얻게 된다면, 좀 더 가치있는 특허를 만들  있게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특허에 관해 적절한 지식은 갖고 있어야 한다.

특허로 인해 손해를 보거나, 특허로 인해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연구자도 특허에 관한 적절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 그리고 특허를 내기 위해 변리사와 상담하고 특허 출원 명세서 내용을 검토하는 단계, 출원 이후 거절 이유 극복을 위해 의견서를 제출하는 단계, 해외 출원을 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 등, 특허를 내기로 한 이후 만나는 단계들마다 발명자의 의견은 매우 중요하므로 변리사가 가치 높은 특허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발명자가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변리사는 의뢰인과 발명자의 의견에 따라 업무를 수행해주는 대리인일 뿐이다.




돈이 될 만한 기술을 개발해냈을 때 특허를 낸다는 관점이 아니라, 자신의 연구성과를 지식재산의 형태로 만들어 두는 차원으로 특허를 바라본다면 연구자들에게 특허는 꼭 필요한 것일  다. 연구성과에 대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탄탄하게 갖추고 있는 연구자일수록 후속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역량을 높게 인정받아 기업의 연구비나 국가연구비 지원을 받기 유리해질 수 있고, 이로 인해 더 좋은 연구 성과를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선순환 구조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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