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는 이것이 직업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어려운 주제이다. 일단 사용되는 용어가 생소하여 무슨 말인지 알기가 어렵고, 생소한 용어 하나하나를 익혀야 되는 불편함이 따른다. 그런데다가 특허는 재산이기 때문에 함부로 다루기에 겁이 난다. 특허에 관하여 한두시간 짜리 강의를 들어보면 , 짧은 시간에 생소한 개념이 한꺼번에 다루어지기 때문에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소화하기가 쉽지 않다.
본 글에서는 특허제도의 배경과 기본 개념에 대해 최대한 간략히 적어보고자 한다. 특허 관련 내용을 업무상 접하거나, 특허 관련 설명을 들었는데 잘 이해가 안된 적이 있다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특허제도의 배경
특허제도가 왜 존재하는지, 무엇을 추구하는지를 이해하면 특허 자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 사람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만들어진 제도이기도 하지만, 새로이 개발된 내용이 일반 사람들에게 공개되도록 하여 이를 바탕으로 또다시 새로운 기술이 개발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줌으로써 산업이 발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특허제도를 통해 자신이 개발한 기술의 독점 권리를 요구하고자 하는 사람은 자신의 기술 내용을 아주 상세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렇게 독점권이 주어진 기술에 대한 특허권은 일정 기간(20년 이내)이 지나면 소멸되고, 공개되었던 기술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자유 기술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나 생각하기 어려운 새로운 기술이 아니거나, 기술을 상세하게 공개하지 않는 경우는 특허권을 가질 수 없기도 하다.
특허의 기본 개념 및 제도
신규성
신규성, 말 그대로 새로운 것인가에 대한 개념이다. 새로운 기술에 대해 특허권을 부여해주는 제도가 특허제도이므로 신규성은 중요한 개념이다, 신규성은 특허출원일을 기준으로 판단되고, 이전에 공지되어 있던 기술 중 같은 내용의 기술이 있으면, 신규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것이다.
진보성
특허권은 순수하게 똑같은 기술이 기존에 없기만 해서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아무나 생각해내기 곤란한 기술적으로 진보된 일면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진보성도 특허출원일을 기준으로 판단된다. 그 이전에 공지되어 있던 기술들을 가지고 쉽게 조합하면 나올 수 있는 기술이라면 진보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는 것이다.
신규성의 경우 같은 내용의 공지기술이 있는가 없는가로 판단이 결정되지만, 진보성은 2가지 이상의 유사기술을 가지고 조합하여 진보성이 있다 없다 판단하는 것이므로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판단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주관적인 판단이 많이 개입된다.
선출원주의
같은 내용의 발명이라면 먼저 특허 출원한 사람이 특허권을 가질 수 있다는 원칙이다. 먼저 살펴 본 신규성, 진보성 판단과 선출원주의 때문에 발명이 완성되면 가능한 한 빨리 출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출원공개제도
특허는 개발한 기술내용의 공개를 전제로 독점 권리를 주는 제도이다. 그런 취지로 특허출원된 모든 내용은 출원 후 일정시간(출원일로부터 1년 6개월)이 지나면 모두 공개된다.
특히, 처음 출원을 한 이후 후속 특허들을 출원하고자 하는 경우, 출원공개제도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특허 심사과정에서의 신규성, 진보성 판단시 발명자 자신이 먼저 출원했던 특허들이 공개되어도 인용될 수 있어, 자신의 특허로 인해 후속 특허가 신규성 또는 진보성을 인정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특허출원 이후 공개 시기를 잘 알아두는 것이 좋다.
속지주의
특허권은 보호받고자 하는 나라마다 각각 출원해서 등록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우리나라 특허청에서 등록받은 특허권을 일본이나 미국에서 쓸 수 없으므로, 일본에 특허권이 필요하면 일본 특허청에 출원해서 등록받아야 하고, 미국 특허권이 필요하면 미국 특허청에 출원해서 등록받아야 한다.
우선권
위에서 설명한 신규성/진보성 판단, 선출원주의, 속지주의를 보완하기 위하여 탄생한 제도로서 특허 처음 배울 때 가장 어려운 개념이다. 속지주의 때문에 특허권이 필요한 각 나라마다 특허출원을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사람이 한국 특허청에 출원할 때 준비기간이 몇 개월이라면, 미국 특허청에 출원하려면 그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영어로 번역도 해야 하고 미국 현지에 있는 변리사를 찾아 설명하고 출원을 의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편함은 어떤 나라의 사람이라도 마찬가지로 겪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주요 국가들이 조약을 맺었다. 즉, 한 나라에서 먼저 출원하고 1년이 지나기 전에 원출원 국가에서 출원한 내용을 가지고 우선권을 주장하면서 다른 나라에 출원을 하면 신규성/진보성 판단, 선출원주의 적용 시에 먼저 출원한 국가의 출원일을 기준일로 삼아주는 것이다. 이것이 조약 우선권 제도이다.
PCT(Patent Cooperation Treaty) 출원은 1년 내에 해외 어느 국가에 출원할지 결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보완하기 위하여 마련된 제도로 1년 내에 먼저 PCT 출원해 놓으면 152개국에 출원한 효과가 30개월까지 연장될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국내 우선권 제도도 있는데, 한국에서 출원하고 1년 내에 다시 한국 특허청에 출원했을 때 우선권 주장을 하면 먼저 출원한 날짜로 판단을 소급해준다. 이때 내용을 보완할 수도 있고 일부 변경을 하여 출원하면서 우선권을 주장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우선권도 자주 이용된다.
특허권 존속기간
특허제도의 배경에서 언급한 것처럼 특허는 새로운 기술의 공개를 유인해서 산업발전을 이루고자 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일정기간에 한정해서 독점권을 부여하고 권리를 소멸시킨다.
특허권 존속 기간은 등록이 언제 되었는지와 상관없이 출원일로부터 20년이다(이 기간은 전세계적으로 거의 통일되어 있다). 따라서 특허권을 오랜 기간 보유하려면 특허등록을 가능한 한 빨리 받아야 한다. 즉 심사기간이 짧을수록 좋은 것이다. 출원일로부터 20년은 최대 기간이기 때문에 그 이전에 매년 내야 하는 특허등록료를 납부하지 않고 소멸시킬 수 있다.
특허청구범위
특허를 출원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특허청구범위이다. 여기에 적힌 내용대로 특허권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즉, "발명의 명칭"이나 "요약서" 부분에 적힌 내용은 발명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어도 권리범위에는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따라서 특허출원을 의뢰하는 발명자는 특허청구범위를 주의 깊게 보는 것이 좋다. 하지만 발명자가 특허청구범위를 직접 잘 쓸 필요는 없다. 이 부분은 변리사에게 맡기자. 다만 발명자가 생각했던 발명 내용이 제대로 표현되었는지는 확인은 해야 한다.
여기서 제대로 표현되었는지 라는 말이 자세히 적혀 있는지의 의미는 아니다. 특허청구범위는 발명을 표현하여 특허등록받기 위한 최소한만 적혀 있어야 한다. 특허청구범위에 적힌 게 많다는 것은 변경하거나 삭제하여 회피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특허권이라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허와 관련된 설명을 듣게 되거나 업무상 특허관련된 보고 내용을 접하게 되는 경우, 처음에는 용어와 개념이 생소하여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특허 제도 안에 더 많은 개념들과 원칙들이 있지만, 위의 내용들만이라도 일단 이해하고 있으면 특허와 관련된 내용을 접할 때 이해도를 조금이나마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특허 실무자가 아니더라도 특허 관련 내용을 접하게 될 때 가능하면 이해를 해 두는 것이 좋다고 말하고 싶은 이유는, 특허는 곧 돈이기 때문이다. 이는 특허권 자체의 가치가 돈으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특허를 내고 보유하기 위해서는 계속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