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맺은 날 | 2020.8.30
마을 잔칫날이면 함께 어울려 기쁨을 나누던 음식, 국수. 국수가 잔칫집의 대표 음식이 된 이유는 기다란 면발이 장수를 의미한다는 믿 음에서 비롯되었다. 결혼식에서는 신랑·신부 의 인연이 길게 이어지기를, 제사에서는 추 모의 의미가 오래가길 바라며 국수를 먹곤 했다. 이렇듯 국수 한 그릇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있다. 삶은 소면 위에 뜨거운 육수를 부 어 만드는 국수는 이제 흔히 접할 수 있는 음 식이 되었지만 후루룩 넘어가는 면발과 감칠 맛 나는 국물로 우리의 배를 따뜻하게 채워 준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리고 여기 공 릉동에 국수거리가 있다. 1980년대 공장 노 동자들의 배고픔을 채워주며 시작된 공릉동 국수거리. 이곳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위치 | 서울시 노원구 동일로 173가길 (연세방병원부터 공릉초등학교까지 1.3km)
접근방법 | 지하철 6・7호선 태릉입구역 1번 출구, 공릉역 3번 출구 방면
1980년대 산업화 시대, 공릉동에는 저렴한 가격으로 든든한 한 끼가 되어주던 멸치국수 가게들이 있었다. 공릉동의 국수는 택시 기사들의 입소문을 통해 더욱 유명해졌고 국수 가게들이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그렇게 연세방 병원 부터 공릉초등학교까지 1.3km에 달하는 국수 골목을 형성해 공릉동의 맛집 명소가 되었다. 이후 노원 지역뿐만 아니라 여기 저기서 사람들이 몰려들어 명성을 얻었다.
이러한 유명세로 노원구에서는 2012년 10월 15일에 공식적으로 공릉동 국수거리로 지정했다. 지정 당시 지역 내 주민들에게 노원구에도 음식문화 거리가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전 국민이 즐겨 찾을 수 있는 음식 명소로서의 탄탄한 입지를 다지기 위한다는 목표가 있었다. 이에 더해 노원구 차원에서도 태릉부터 경춘선 숲길, 그리고 국수거리까지 이어지는 테마 관광코스를 육성하여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했다.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목표에도 불구하고 국수거리의 유명세는 홍보 부족과 맛집 경쟁에 밀려 점차 줄어들었다. 이러한 국수거리를 다시 부흥시키고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해 국수거리 활성화의 움직임이 일어났고 <청년창업거리 1・7・3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청년창업거리 1·7·3 프로젝트>는 서울시 캠퍼스타운 조성 사업 중 하나다. 이 사업은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공모사업으로 도시재생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 낙후된 지역에서 주변 대학과 손잡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동시에 창업과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두는 사업이다.국수거리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시와 노원구, 인덕대학교가 함께 추진했다. 프로젝트명에 1·7·3이란 공릉동 국수거리의 도로명 ‘173가’ 길에서 따왔다.
프로젝트 내용은 가게와 국수거리로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첫 번째로 가게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내용은 가게 간판 제작, 국수 포장지 제작 등이 있었다. 두 번째로 국수거리 차원의 도움으로는 가로등 광고물 방지 스티커인 그래픽 작업과 골목상권 홍보를 위한 홍보포스터 제작이 있었다. 사업의 결과로, 국수거리에 가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이 가게마다 붙어있는 ‘공릉동 국수거리 활성화를 위한 도시디자인’ 스티커와 가로등에 붙어있는 ‘국수거리 환영’ 포장 그래픽이다.
1. 30년 전통 공릉동 (원조) 멸치국수
주소 | 노원구 공릉 3동 323-21
2. 소문난 멸치국수
주소 | 노원구 동일로173가길 81
3.장수 멸치국수
주소 | 노원구 공릉1동 573-5
4. 공릉동 멸치국수
주소 | 노원구 동일로173가길 43
5. 국수잔치
주소 | 노원구 동일로173가길 81
6. 옛날 멸치국수
주소 | 서울 노원구 화랑로 415
7. 일번지 국수
주소 | 서울 노원구 화랑로 419-18
8. 대박 멸치국수
주소 | 서울 노원구 화랑로 419-18
9. 고성 전통 잔치국수
주소 | 서울 노원구 화랑로 419-42
10. 원조 멸치국수
주소 | 노원구 공릉1동 598-1
: 상인들에게 직접 듣는 국수거리 이야기
2018년에 노원구와 인덕대가 함께 추진했던 일명 <청년 창업거리 프로젝트>에 대한 반응은 가게마다 달랐다.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는데 도움이 됐다는 긍정적인 의견과 별다른 도움을 얻지 못했다는 부정적인 의견이었다. 3곳의 가게에서 사업에 대한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 중 2곳의 가게에서 더 구체적인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먼저 국수거리에서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A 가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국수거리 활성화 사업으로 인해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한 의견을 묻자 ‘잘 모르겠다’ 는 답변이 돌아왔다. 노원구 에서 국수거리로 지정을 한 시점이 2012년인 데 이 집은 그 당시 뿐 아니라 1997년부터 지금 까지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집이기 때문 에 그 사업으로 인한 특별한 효과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 집은 방송 출연 경력도 몇 번 있을 정도로 지역 내에서나 대외적으로나 맛을 인정 받은 집이다. 결론적으로 이 가게는 활성화 사 업에 도움이나 영향을 받지 않고 가게 자체가 꾸준히 잘 되는 장사를 이어온 셈이다.
두 번째 B가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가게는 사업 효과를 보고 있다는 입장이었다. 사업 이후에 꾸준히 손님들이 찾아 오고 있으며 가장 많이 찾는 시간은 점심 시간대라고 했다. 실제로 가게 내부에는 사업 당시 제작한 국수거리 포스터가 놓여있었고 가게 밖에는 사업 참여 스티커가 함께 붙어 있었다. 또한 국수거리 내 가게 상인들과도 소통하며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었다. 악 10명 정도가 함께 모이면 서 한 달에 한 번 복지관 봉사 를 간다고 한다. 현 시점(2021년 7월)에서 는 코로나 여파로 봉사는 어렵지만 꾸준하게 소통은 이어 간다고 하셨다. B 가게는 사업 이후 가게 장사에 대한 긍정적 영향 뿐 아니라 상인들끼리 네트워크까지도 형성하며 사업 목표인 골목 상권 활성화가 잘 이루어지고 있었다.
세 번째로 방문한 가게는 아쉽게도 많은 얘기를 들을 수는 없었다. 사업에 대한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국수거리 활성 화 사업에 대한 효과를 느꼈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앞에 두 가 게만큼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 을 수는 없어서 아쉬웠다. 사업 시행 여부에 대해서는 알고는 있지만 효과는 잘 모르겠다는 입장이었다.
네 번째 가게는 두 번째로 방문한 가게와 비슷한 입장이었다. 사업 효과를 보고 있고, 이후에 손님들이 찾고 있다고 했다. 앞의 B가게와 함께 상인들 과 네트워크를 형성한 가게 중 에 하나였다. 사업 효과에 대한 긍정적인 부분과 더불어 보 완되었으면 하는 점도 말해주 었는데 지속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2019년에 사업이 종료 된 이후 홍보에 대해 이어지는 부분 들이 없는데 지속적으로 이어 갈 수 있는 방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국수거리에는 국숫집을 비롯한 중국집, 돈까스집등 약 18곳의 가게가 있다.
그 중 일부 가게의 이야기를 통해 개선점을 종합하면 ‘주차공간이 협소하다’, ‘가게들끼리 멀리 떨어져있다’라는 점이었다.
실제로 가장 사람들이 많이 찾는 A가게는 손님들이 잠깐 국수 한그릇 먹기 위해 들렸다가 주차를 했던 사이 주차 위반 과태료가 부과돼 불편을 느끼는 손님들이 많다고 했다.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 입장에서도 국수 한 그릇 값이 3,500원 정도인데 30,000원 이상 하는 주차 위반 과태료를 물게 되면 돈을 받기도 미안하고 업주 입장에서나 손님 입장에서 서로 마음이 좋지 않다고 했다.
이에 대한 개선점으로 주차 공간을 좀 더 확장해주거나 골목 주차 민원에 대한 기준을 조금 완화 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 점은 B가게도 똑같은 입장이었다. 학교 앞에 있다보니 단속이 심하고 주차 문제가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했다. 주차 문제 외에도, 국수거리이지만 각 가게의 위치가 너무 떨어져 있어 조금 더 붙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전했다. 특정한 음식을 테마로 한 거리라면 서로 붙어있거나 가까이 있어 맛집들이 모여 있는 느낌을 줘야 하는데 공릉동 국수거리는 그런 느낌을 주지는 못했다. 이는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 뿐 아니라 운영하는 업주들 역시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18곳 가량의 가게가 모여 있는 국수거리 는 모든 가게가 상인들끼리 소통을 하는 구조는 아니었다. 인터뷰에 응해준 B가 게 사장님의 말에 따르면 B가게를 포함 7곳의 가게, 10명 정도가 함께 네트워크 를 형성해 소통을 하고 있었다. 그 안에 는 국숫집, 중국집, 쌀국수집 등 국숫집을 포함한 여러 가게가 포함돼 있었다. 코로 나 사태 이전에는 한 달에 한 번 복지관 에 봉사 활동을 함께 하는 것으로 시작 해, 이제는 꾸준히 만남을 이어 가고 있 다고 했다. 상인들끼리 모이는 덕분에 도 움을 얻는 부분이 많다고 했다.
이러한 소통 구조로 보아 ‘국수거리 내 모든 가게가 참여하는 네트워크’는 없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역 활성화와 상권 활성화를 목표로 국수거리라는 이름을 부여했지만 그 이름 만큼 상인들을 지역 적으로 묶어줄 연결고리가 없는 점은 다 소 아쉬웠다. 또한 더 많은 가게들과 네 트워크가 형성된다면 상인들이 불편함을 겪고 있는 주차 문제 등을 공유하고 나아 갈 수 있는 방향을 함께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공릉동 국수거리’라고 큼지막하게 쓰여있는 간판을 따라 들어서면 몇 개의 국숫집이 국수거리의 시작을 알린다. 다만 거리 입구에 있는 몇 군데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숫집은 찾아내기 쉽지 않았다. 국수거리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실제 방문했을 때는 그런 느낌을 받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몇 개의 국숫집을 지나다 보면 교회가 보이고 그 뒤로 생활용품 할인점, 아귀찜 가게, 카센터 등 다른 업종들이 혼재돼 있어 국수 가게들이 더 눈에 띄지 않았다. 이러한 아쉬움을 보완하고, 활성화되지 못한 상권을 살려내고자 2017년부터 2019년까지 2년가량 <캠퍼스 타운 조성 사업>을 진행했다. 다만 사업과 관련해서는 주로 간판 보수, 홍보물 제작 등에 주력했으므로 직접적인 거리 분위기를 조성하지 못한 점은 한계로 보인다. 국수거리 곳곳 가로등 마다 ‘국수거리 환영’ 그래픽이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국수거리의 이미지를 살려내기에는 쉽지 않아 보였다.
사업에 대한 반응도 가게마다 상이했다. 10곳의 국수 가게 중 4 곳의 의견만 들었기 때문에 전체 반응을 알 순 없었지만 의견을 준 곳에 한해서만 말하더라도 통일된 의견을 기대 하기는 어려웠다. 각 가게의 여건과 사정에 따라 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은 곳도, 영향을 크게 받지 못한 곳으로 나뉘었다. 2년이라는 사업 기간이 주는 한계도 있었겠지만 각 가게의 개별성을 파악하지 못한 점, 가게들의 실질적인 불편함을 파악하지 못한 점 또한 어려움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국수거리라는 이름은 이어지고 있지만 서울시와 노원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나온 세월에 비해 명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서울시와 지역구 대학이 함께 참여한 사업이라는 점, 국수거리 환경 보수라는 점에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 냈다. 하지만 홍보 방법이 오프라인에만 치우쳐져 있어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 한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국수거리의 환경 보수와 함께 온라인에서 SNS를 활용한 홍보가 있었다면 지속적인 사업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더불어 국수거리 자체의 상인들 네트워크가 온라인으로 구축이 됐다면 조금 더 긴밀한 소통을 시작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비록 서울시에서 주최한 사업은 중단됐더라도 이후에 국수거리가 다시 활성화될 수 있는 기회, 또는 사업이 추진된다면 ‘온라인 소통 창구’를 더욱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본다.
지금 국수거리는 활성화 측면에 있어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이지만 오래전부터 ‘국수 한 그릇’을 찾는 손님들로 인해 자연스럽게 ‘노원구 공릉동 국수거리’가 자리하게 됐다. 국수 한 그릇으로 시작된 이곳이 계속해서 국수라는 이야기를 가지고 사람들에게 기억될 수 있는 거리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바란다.
글, 취재 | 류상화, 박소희
사진 | 송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