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풍천장어

태릉입구의 터줏대감

by 너랑 노원

글 맺은 날 | 202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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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릉입구역 주변, 오랜 세월 장사하신 사장님들의 이야기는 이 지역의 역사와도 어우러진다. 태릉입구 상권에서 터줏대감으로 불리우는 사장님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오랜 세월을 버텨오며 사장님들은 자신만의 노하우로 만든 음식을 통해 손님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해왔다. 몇십 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사장님들의 정성은 시간을 초월하여 손님들이 몇 번이고 다시 찾게 만드는 비법이다.

단순한 식당이 아닌 태릉입구의 역사와 삶, 그리고 정성이 깃든 특별한 공간을 소개한다.

태릉입구 오래된 집에 담겨있는 삶의 가치를 맛있는 요리와 함께 음미해보자.


태릉풍천장어

DSC_0367_2.png 윤송희 (64)2005년 개업


안녕하세요!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2005년부터 이곳 태릉입구에서 «태릉풍천장어»를 운영해 온 윤송희입니다.


풍천장어를 개업하게 되신 계기가 무엇인가요?

장어 집을 하기 전에는 물수건 공장을 했었어요. 각 식당들에 물수건을 납품하다 보면 그 양으로 어느 정도 매상을 짐작할 수가 있게 되거든요. 그런데, 이 위치에서 이전에 장사하던 장어집이 규모 대비 4~5배가 들어가는 거예요. 실제로 손님들도 줄을 서면서 먹었고요. 그런데 사장님이 갑자기 가게를 내놓으셨고, 권리금이 큰 데다 장어 원가가 비싸서 자꾸 성사가 안 되던 것을 저희 부부가 통 크게 인수하게 되었죠. 11평에 테이블 7개를 놓고 열악한 환경으로 장사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딱 개업하고 한 달 만에 장어 원가가 반 값으로 내린 거에요. 그렇게 4~5년을 폭락하더라고요. 그래서 운 좋게 초기에 자본을 좀 벌어둘 수 있었고, 다시 6~7년간 5배나 폭등해서 다른 장어집들이 다 망해 갈 때에도 버텨낼 수 있었죠. 그러다 보니 어느 새 소문이 나서 손님들이 줄 서서 먹는 곳이 되었고, 옆 가게를 인수하여 규모를 늘려가면서 13년간 이어오게 된 거예요. 장어집을 하게 된 것이 운명이라고 느낄 만큼 운 좋게 잘 운영해 온 것 같아요. 솔직히 맞은 편에 아파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목이 좋은 편은 아닌데 잘 소문이 나서, 손님의 70퍼센트는 차 타고 멀리서부터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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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흐르듯 일이 잘 풀리셨네요. 맛집이 된 비결이 있으세요?

손님들이 장어를 드시고 돌아가서 나중에 다시 생각날 수 있는, 기억에 남는 식당이 되고자 해요. 손님들께서 체인점 내달라고들 하는데 그건 욕심인 것 같아요. 본점 하나의 퀄리티만 잘 책임져서 모든 손님들이 만족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서비스를 위해 3층에 카페를 냈어요. 손익계산 빠르신 손님께서는 카페를 보시며 “사장님, 정말 특이하시네요. 힘들게 이걸 왜 하세요?” 라고 묻기도 하세요. 사실 카페는 늘 3~400만 원씩 적자를 봐요. 이 정도 규모에, 실력 있는 바리스타를 쓰는데도 아메리카노 하나에 천 원 받으니 당연한 결과죠.

7월 전까지는 카페 내부 무대에서 라이브 공연도 금, 토요일마다 했었는데, 방음장치까지 하느라 제작 비용도 1, 2층 전체의 1.5배정도 더 들었어요. 손해가 나는 것을 감수하고 이렇게 손님 서비스에 신경을 쓰니까 장어집 장사가 더욱 잘 되는 것 같아요. 수익이 장어집에서 많이 나니까, 카페를 운영하는 것도 가능한 것이고요.

카페 밖에는 가든테라스도 하는데, 직접 하나 하나 꽃을 심었어요. 장어집 하는 것 보다 더 손이 많이 가요. 그런데도 손님들이 힐링된다고 하시는 것에 보람을 느끼며 하는거예요. 오면 기분 좋아지는 식당이 되는 거죠. 앞으로도 잘 가꾸어서 손님이 먼저인 식당을 지속해 갈 거예요. 평범하지만 어려운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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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멋있는 소신으로 가게를 이끌어가고 계시네요. 장사는 어느 시기에 가장 잘 되세요?

여름이 가장 피크에요. 특히 여기 근처에서 장미축제 할 때 엄청나게 잘 되구요. 이번에는 코로나 때문에 장미축제를 안 했는데도 5월에 재난지원금이 나오면서 장사가 잘 됐어요. 코로나 피해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서 너무 다행이죠.

주변 다른 식당들은 코로나 여파로 문에 다 ‘임대’라고 붙여놨더라고요. 같은 자영업자로서 너무 안타까워요.


피해가 없으셔서 너무 다행이에요. 장사하시며 대하기 힘들었던 손님도 있으셨나요?

네,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일화가 있네요. 저희 가게는 늘 5시부터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손님 세 분이 3시에 오셔서 10시까지 버티고 계신 거예요. 문 바로 앞 테이블이라 줄을 선게 보이실텐데도 술에 취하셔서 안 일어나시더라고요. 한 분은 주무시고, 한 분은 핸드폰 하시면서. 그래서 참다 참다 우리 사장님(남편)이 가서 “손님, 이렇게 앞쪽에 다른 손님들도 기다리시고, 다 드신 지 오래 되셨는데 일어나 주시면 안될까요?” 라고 했죠. 그랬더니 갑자기 핸드폰 하시던 손님이 자기 팔을 빼더니 확 던지시는 거예요. 알고 보니 의수였던 거죠. 엄청 화를 내시는데 너무 당황해서 애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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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당황스러우셨겠어요. 손님과의 좋은 일화도 있을까요?

오래 전 얘긴데, 단체 손님들께서 식사를 하시고 100만원이 넘게 나왔어요. 그때는 장사 초기였어서 포스기도 들인 지도 얼마 안 되었고,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지 않았어요. 직원들이 다 분업화 되어있으니, 저도 장어를 굽느라 정신이 없었죠. 근데 손님들께서 가고 한참 뒤에 직원이 돈을 안 받았다며 놀라는 거예요. 그 시절 100만 원이면 정말 큰돈이죠. 2~3일 고민을 하다가, 그냥 ‘내 돈이 아니려니’ 하고 포기를 했어요. 몇십 명이 단체로 왔으니 서로 낸 줄 알고 갔겠구나 싶어서요. 그런데 5일 만에 전화가 왔어요. 얼마 전에 장어 먹은 단체손님인데, 장어 값을 안 내고 갔다며 다시 오셔서 카드를 긁고 가셨어요.

큰 손해를 볼 수도 있었는데, 양심적으로 말씀해주신 손님 덕에 너무 다행스럽고 감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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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보니 식당에 직원 분들이 굉장히 많던데.

네, 30명 정도 되어요. 전부 정직원인데, 개업하고 10여 년 동안 쭉 일한 언니도 있어요. 분위기가 워낙 좋아서 일단 들어오면 안 나가요. 저희는 성과급제가 있어서, 장사 잘 될 때는 전 직원 다 보너스도 드려요. 직원들에게 하는 복지는 절대 아끼지 않는 것이 원칙이에요. 저도 10년 이상 직원들과 함께 장어를 굽다가, 이제는 운영만 하고 있지요.


나중에 이 사업을 물려받으실 자녀가 있으세요?

없어요. 우리 딸들 안하려고 그래요. (웃음) 첫째 딸은 33살에 의약품 관련 대기업 과장이에요. 둘째 딸은 광진구청에서 일하고요. 성격 상 큰 딸이 장사를 할 것 같았는데, 안 한대요. 이 가게에 공을 많이 들였는데 아깝죠.

그래서 이사에게 4~5년간 같이 경험을 하게 하고 자연스럽게 장사를 넘기려고요. 이게 말로 배워서 되는 게 아니고, 직원분들과 잘 어울려서 일할 수 있는 사람 다루는 기술을 몸소 배워야 해요.


이 근처에서 거주하시나요?

원래 노원구 풍림아파트 살다가, 청약이 되어서 이사갔다가, 작년에 중랑구 신내동으로 왔어요. 여기가 산도 나무도 많잖아요. 녹지를 좋아해서 강남 집을 공짜로 준대도 안 갈것 같아요. 경춘선 철길에도 손님 뜸할 때 산책 많이 가거든요. 경춘선 철길 녹지로 인해서 새로운 문화가 생긴 것 같아요. 고물로 둘 수 있던 것을 재활용 한 거잖아요. 그래서 육사까지 자주 걸어갔다 오며, 노원이 한 층 더 좋아졌다고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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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요즘 가장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경기가 빨리 좋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장어가 비싸잖아요, 그래서 오셨다가 가격 보시고 그냥 가시는 분들도 많아요.

경기가 좋아지고, 장어 원가가 내려서 평준화된 음식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 맛있는 음식을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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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 송유화

취재 | 송유화, 안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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