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삼계탕

태릉입구의 터줏대감

by 너랑 노원

글 맺은 날 | 2020.8.30

DSC_0785.JPG 김민옥 (62)1980년 개업

왜 상호명이 ‘장미’삼계탕 인가요?

손님들은 제가 ‘꽃장미’같아서 때문인거냐고 오해하시는데요.(웃음) 한자로 ‘긴 장’ 에 ‘맛 미’자를 써요. 40년 전 개업할 때 작명하는 곳에서 스님이 지어주신 건데, ‘한 가지 맛으로 길게 가라’라는 뜻이에요. 하도 사람들이 뜻을 물어봐가지고, 우리 아저씨 지인분 중에 서예 잘하시는 분께서 한자로 ‘長味(장미)’자를 써서 입구 쪽에 걸어줬어요.


삼계탕집을 하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여기는 원래 저희 친정 어머니랑 큰 언니가 함께 장사를 시작했었어요. 두 분이 연세가 좀 드셔서, 제가 10년 전부터 물려받아서 이어가고 있죠. 저는 원래 무역 회사를 다니고 있어서 장사를 할 생각은 없었는데, 가족 중에 정말 저밖에 없어서 맡게 됐어요.이 곳에 원래 북부지청 법원이 있었는데, 거의 법원이 들어서는 동시에 시작한 장사였거든요.

상권이 좋으니 장사가 워낙 잘 되었고 규모도 컸었어요. 그런 잘 되는 장사를 도맡아서 시작해 보니, 여태 잘 이끌어왔던 걸 제 선에서 망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전보다 더 발전시켜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죠. 최근에는 법원도 이사를 가고 코로나 문제도 있어서 상권이 많이 죽었지만, 단골손님이 많아서 이어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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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단골손님 이야기 들려주세요.

제일 기억에 남는 분은 ‘1시 손님’이에요. 늘 1시에 출석하셔가지고, 바쁘게 장사하다가 그분을 보고 시간을 가늠할 정도였어요. 지금은 안타깝게도 돌아가셨지만.그리고 옛날에는 이쪽에 안기부도 있었고, 태릉선수촌도 있었지요. 그 분들이 젊은 시절부터 단체 회식을 정말 많이 오셨었는데, 이후에 나이가 들고 은퇴를 해도 계속 잊지 못하고 여기를 찾아오시더라고요. 그런 분들은 현업이 있기 때문에 일부러 일요일에 가족들과 함께 오시고 그래요. 그래서 우리는 멀리서 오셨는데 혹시 헛걸음하실까봐 일요일도 못 쉬어요. 명절만 딱 쉬죠.

제가 젊을 땐 ‘장사할 때 단골이 왜 필요하지?그저 많이 팔면 될텐데’ 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장사를 해 보니 매일 와서 자신을 알아봐줬으면, 하시는 단골들이 많더라고요. 특히 이 삼계탕이라는 게 국물이 깊어서 먹어보면 먹어볼수록 더욱 깊이 느끼게 되기도 하고요. 이건 자주 먹어본 사람만 알게 되는것 같아요.

장사는 그래서 성실하게 안 하면 단골들에겐 금세 들통이 나요. 그래서 늘 변함없이 열심히 해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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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이 자리를 지키고 계신 이유가 단골손님 때문인 게 크시겠네요.

네 그렇죠. 그들은 여기를 고향같이 느끼더라고요. 타지에서 일하다 몇 년 만에 동네에 왔는데, 저희 집이 변함없이 이곳에 있으니 너무 너무 반가워하더라고요. 우리가 노인 손님이 많아요. 3~40년 된 단골들이 계속 찾는 거예요. 잘 나가는 회사에 있던 청춘 시절, 당시 고급 요리였던 삼계탕을 기분 좋은 날 큰맘 먹고 와서 먹은 거잖아요. 퇴직하신 어르신들은 그런 추억이 있는거죠. 내가 활기차게 일하던 그 기억이 이곳에 고스란히 있으니까요.

거기다 재밌는 게, 저희 큰 언니와 제가 13살 차이에요. 지금 큰 언니는 75세 되셨고요. 그니까 손님 분이 10년만에 이 곳에 오셔도 저를 큰 언니로 착각하시고, ‘어우, 왜 안 늙었어요?’ 묻더라고요. 자매가 너무 닮은데다 옛날 추억을 가지고 오니 그렇게 많이들 착각하세요. 바쁘면 동생이라고 밝히지도 못하고 그냥 언니인 줄 알고 가시는 거지. (웃음)

이런 일화처럼, 오래된 것들은 세월 자체가 말 그대로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이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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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코로나 시국, 장사에 미친 영향이 어느정도인가요?

원래는 9시까지 쉴 틈 없이 손님이 많았었는데, 코로나가 거의 2년이 넘어가니 손님이 너무 없어요. 삼계탕집 특성상 단체 손님이 많잖아요. 그런데 모임을 못 하니까요. 근처 관공서에서도 방역수칙상 점심 때도 아예 회사에서 못 나오게 하더라고요.


이 곳에서 오래 장사하셨는데, 가까이에서 거주하시나요?

네, 원래는 상봉동에 살았는데 이 근처로 왔어요. 매장이랑 가까워서 좋고, 이 근처에 기찻길이나 장미 축제도 생겨서 좋아졌잖아요. 태릉입구 6호선, 7호선이 있고 시내도 멀지 않으니 동네 자체는 정말 좋아요. 다만 노원 쪽보다 발전이 덜 되어서 그건 아쉽지요.


이 동네 태릉입구가 어느 방향으로 발전하면 좋을까요?

상업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관공서가 들어오는 것이 좋죠. 법원이 없어진 자리에 병원이 들어온다고 했었는데, 나중에 보니 창업지원센터, 박물관, 여성공예센터가 들어왔더라고요. 사실상 그런 시설들은 유동인구를 끌어들이진 못하니 메리트가 사라졌죠. 여기가 노른자땅인데 좀 아까운 느낌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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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자신있는 메뉴가 있다면요?

저희 간판인 삼계탕은 당연히 자신 있고, 백숙도 맛있어요. 장사 잘되던 시절에는 장미삼계탕 대표메뉴 딱 하나만 만들었는데, 이후 단체손님이나 다양한 손님들을 위해서 다른 여러 메뉴를 개발하게 됐어요. 옛날 우리 시골에서는 한방 백숙을 많이들 끓여서 다같이 나눠먹곤 했었거든요. 그 시절을 떠올리며 능이, 옻나무 등 재료들을 혼합해서 넣어요.

원래 음식이 맛있으려면, 무조건 재료가 신선해야 해요. ‘음수사원', 물을 마실 때 수원을 생각한다는 뜻인데요, 재료의 근본을 지키자는 원칙과 신념으로 장사하고 있어요. 전문점이 좋은 이유가 바로 그거에요, 뭐든 신선한 거 쓰고 유통이 빨라서 재고를 남기지 않는 것. 게다가 우리는 몸에 좋은 여러 가지를 우려낸 육수를 같이 넣어 쓰니까 더 맛있죠.


어떤 걸 넣으시는 거죠?

자세한 건 영업 비밀이에요. 우리 집만의 특별한 육수! (웃음)


태릉입구에서 장사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조언 한 마디 해주세요.

요즘은 그냥, 장사가 되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해요.

지금은 시기가 좀 어려워서, 장사하는 것이 특별한 메리트는 없어요 사실.

우리는 단골 손님이 받쳐줘서 그나마 하고 있는데, 이제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은 좀 어려울 거예요. 좀 가격대 낮은 소규모 음식점 정도로, 맛있게 열심히 하다 보면 되지 않을까… 정도만 얘기 드릴께요. 음식 사업은 좋은 재료로 맛있게, 베푸는 것을 아까워하지 말고 이익만을 생각하지 않으면서 손님의 마음을 사야 잘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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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삼계탕은 누구한테 물려주실 계획이세요?

글쎄요, 아들 둘 있는데 애들이 하려나 모르겠어요. (웃음) 저번에 아들이 이 동네 왔다가, 엄마가 «장미삼계탕» 하신다고 며느리한테 말했더니 ‘어머니한테 잘 보여서 물려받으라’ 그랬대요. 그 얘길 듣곤, 이게 얼마나 힘든데 며느리가 할 수 있을까, 엄마 마음으로 걱정이 먼저 되었었는데 그래도 이걸 욕심낸다는 게 참 신통하더라고요. “난 그런 거 안 해!” 이럴 줄 알았는데, 본인을 줄지, 안 줄지 걱정하는 걸 보니 든든하고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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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메뉴와 형태로 각자의 장사를 하고 있는 두 사장님이지만, 태릉입구에서 수십 년간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그들의 이야기는 진정한 사람 중심의 경영철학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코로나라는 전례 없는 상황 속에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성업할 수 있었던 그들의 비결은 결국, 손님에 대한 애정과 진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주는 우리 동네 터줏대감 맛집들에게 더욱 애정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글, 사진 | 송유화

취재 | 송유화, 안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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