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암허브공원에서 삼시세끼

by 너랑 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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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고개역 2번 출구에서 불암산 자락을 향해 걸어가면 만날 수 있는 불암허브공원.

‘불암산 마을공동체 공원’이라고도 불리는 이 공원은 2012년 5월에 문을 열었다. 불암산 초입 부분에 있는 이 공원은 다른 평범한 공원과는 다르게 계단식 허브 텃밭과 실제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커뮤니티 가든(친환경 도시텃밭)이 조성되어있다. 그리고 노원구는 2013년부터 이 텃밭에서 생태 도시농부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필자는 2016년 1기 교육생 신유정(50세), 조영화(65세), 그리고 이름을 밝히길 원하지 않으셨던 텃밭의 개척자(28세)씨 세 분과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불암허브공원의 생태 도시농부학교를 신청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신유정

저는 노원구에 23년째 살고 있는데 제가 채소를 좋아해서 옛날에는 시골에서 사시는 친정아버님이 직접 텃밭에서 재배하는 것들을 얻어다 먹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에는 그냥 마트에서 사 먹다 보니 옛날 아버님이 기르시던 채소 맛이 나질 않는 거예요. 그래서 귀찮긴 하겠지만 제가 직접 재배를 해서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신청하게 되었죠.


-조영화

전 연희동에서 오래 살다가 3년 전에 노원에 이사를 왔는데, 주위에 아는 분이 없다보니 항상 집에만 있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동네 주민 분들도 만나고 구청에서 하는 여러 프로그램을 찾다가 도시농부학교를 알게 됐어요. 원래 작물 키우는 거에 관심이 많아서 집 베란다에서 작게 상자 텃밭을 하고 있었거든요. 혼자 하기 심심했었는데 마침 노원의 이웃 분들을만날 기회라고 생각해서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텃밭의 개척자

저는 마들역 근처에 살고 있고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어요. 예전부터 대안적인 삶에 관심을 두고 있던 차에 노원구청 홈페이지에서 도시농부학교 수강생을 모집한다는 글을 읽게 되었죠. 미래에 시골에 내려가서 농사를 지으며 살면 좋을 것 같아 미리 배워보고자 신청하게 됐어요.



교육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신유정

올해 4월 14일 평생교육원에서 첫 번째 수업이 시작됐는데, 총 15차례 정도의 교육이 진행됐어요. 이론 교육과 실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론 수업에서는 텃밭 농사의 기초 지식, 흙 살리는 농사법, 절기별 작물 재배 방법 등을 배우고 실습 시간에는 잎채소 관리, 열매채소 심기, 퇴비 만들기 등을 배워요. 불암허브공원 텃밭은 실습하러 목요일마다 오게 되는데, 7~8명씩 조를 만들어서 교육용 텃밭 한 구역을 배정받고 조원들끼리 같이 관리하고 키워나가요.

저희 조는 고추, 상추, 감자, 방울토마토 등을 심었고 그 사이사이에 해충이 생기지 않도록 허브도 심었어요.

텃밭을 가꾸는 것 외에도 버섯 종자를 나무에 심거나 오줌으로 비료를 만들기도 해요. 교육이 진행되는 목요일 외에도 자기가 오고 싶으면 언제든지 와서 물도 주고 수확할 때가 됐다 싶으면 바로 따다 먹을 수도 있어요.



교육 중에 정말 다양한 작물들을 키우시네요. 도시농부학교를 수강하는 데에는 비용이 드나요?

-조영화

네. 등록비 3,000원이 있지만, 씨는 무료로 제공이 되기 때문에 그 외의 추가 비용은 없어요. 심지어 작년에는 무료였는데 올해부터는 수강생들의 책임감을 고취하고자 소정의 비용을 걷게 되었다고 해요.


텃밭을 가꾸시거나 교육을 받을 때, 어렵거나 힘든 점이 있으신가요?

-텃밭의 개척자

아무래도 농사라는 게 시간과 정성을 많이 쏟아야 하는 일인데 제가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수험생이다 보니 시간상으로 부담되는 면이 있어요. 그래도 여기 텃밭에 와서 제가 심은 작물들이 어느새 다 자라있는 걸 보면 기분이 좋고 시험 준비에 지친 내 몸의 긴장이 풀리는 편안한 느낌을 받아서 웬만하면 계속 찾아오게 되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은요?

-신유정

게으른 사람이라도 주변 마실 나오듯이 가볍게 할 수 있는 게 도시농업인 것 같아요.

교육을 들으면 혼자 하는 게 아니니까 전혀 부담 느끼실 필요 없어요. 또 이곳 불암허브공원은 아카시아로 둘러 싸여 있는 덕에 아카시아꿀을 양봉할 수 있어서 양봉 교실도 열리고 그곳에서 채취한 꿀을 나눠주기도 하는데요. 전에 아카시아 꿀을 받아서 식빵에 발라 먹어봤는데 굉장히 맛있더라고요. 텃밭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많으니까 알아보셨으면 좋겠어요.


-조영화

이 수업을 들으면 같은 조끼리 많이 친해져요. 개인적으로 만나서 밥도 먹고 사는 이야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요. 아파트에 살다 보니 주변 이웃들과 잘 모르고 지냈었는데 도시농업학교에 다니면서 노원 주민들을 많이 알게 돼서 정말 행복해졌어요.


-텃밭의 개척자

제 또래인 2, 30대 청년 분들이 도시농업에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어요. 요즘 경쟁사회이다 보니 청년들이 각박한 삶을 살아가고 있잖아요. 취업준비 말고 자신이 원하는 다양한 경험을 쌓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 방법으로 도시농업을 해보기를 추천해요.




노원구는 도시농업네트워크가 잘 되어있기로 손꼽히는 지역이라 다른 지역에서도 도시 농업 기술을 배우기 위해 먼 걸음을 하는 분들도 계신다고 한다. 마트나 식당에서 사 먹기만 하는 도시의 소비 생활에 작은 생명의 숨을 불어 넣어보면 어떨까? 이 글을 읽고 관심이 생겼다면 내년 봄, 노원구청 홈페이지를 통해 노원구 곳곳에 있는 텃밭을 분양받거나 노원 생태 도시농부학교를 수강하며 직접 키운 감자, 고구마, 상추, 고추, 오이 등으로 삼시세끼를 즐겨 보는 건 어떨까?




취재 김경민

글 김경민

사진 최형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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