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열차 : 당역종착
4호선 레일 끝에는 뭐가 있을까
처음 당고개역에 갔던 날 눈이 펑펑 내렸다. 우리는 함박눈을 맞으며 열차가 어디까지 가는지 지켜보았다. 레일은 역에서 끝나지 않고 그 뒤까지 이어져 있었고 우리는 그 끝이 궁금해 레일 끝을 찾아 계속 걸었다. 레일 끝에서 발견한 것은 작은 터널이었다. 이 작은 곳에 4호선 열차를 모두 보관할 수 있을까? 아무리 봐도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이럴 때는 전화지. ☎ 1577-1234
“안녕하세요. 서울메트로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안녕하세요. 당고개역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있어서요.”
“네. 말씀하세요.”
"당고개역이 종점이잖아요. 그런데 그 레일 끝에는 뭐가 있나요?”
“예??? 끝이요?"
"저희가 궁금해서 당고개역을 지나서 레일 끝까지 찾아가 봤는데요. 터널 같은 곳이 있더라고요.”
“아~그곳은 열차가 잠시 대기하는 곳입니다. 보셨던 터널은 열차가 당고개역까지 온 후에 다시 사당이나 오이도행으로 가기 위해 잠시 대기하는 공간이에요.”
“그렇군요. 그럼 열차는 어떻게 다시 반대편으로 이동할 수 있는 건가요?”
“원래 지하철은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되어있어요. 쉽게 말해서 유턴을 할 수 없는거죠. 대신 전진과 후진으로만 이동합니다. 그래서 온 방향으로 다시 나가기 위해 기관사분이 당고개 방향 운전실에서 반대편 기관실로 이동해 운행을 시작합니다. 그럼 다시 오이도, 사당행 열차가 출발하는 식입니다.”
“아~! 그러니까 커브길 식으로 레일이 있는 게 아니라 일직선으로만 이동할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운전실이 끝에 두 개 있는 거고요.”
“네. 맞습니다. 그리고 당고개역에 도착할 때는 레일 두 곳에 차량을 정차하지만, 다시 출발할 때는 오이도 방향으로 나가야 하기 때문에 잘 보시면 레일이 Y자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Y자 모양이요? 신기하네요! 그런데 터널에 모든 차량이 대기하기에는 공간이 좁은 것 같던데요. 4호선 종점은 당고개 역인데 차고지는 여기에 없나요?”
“네 당고개역엔 차고지가 없습니다. 역 뒤쪽 터널 또한 200m 정도에 불과해 열차 두 대로도 비좁고요. 당고개역에서는 잠시 정차 후 반대편으로 차량이 나가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리고 4호선 열차는 모두 창동 차량기지에서 보관됩니다.”
시작이자 끝, 당고개역.
종점 가까이 살면 좋은 점이 한 가지 있다. 바로 붐비는 출퇴근 시간에도 80%의 확률로 앉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노원역을 자주 이용했기 때문에 당고개역의 종점 수혜를 같이 누릴 수 있었다. 마치 조별과제 프리라이더처럼 야금야금.
하지만 신기하게도 가까이에 있던 당고개역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생각해보면 서울 안에 지하철 종점이 있다는 것도 매우 드문 일이다. 인천이며 용인, 심지어 천안까지 지하철이 연장되고 있는데 아직까지 서울 안에 종점이 남아있다니. 그렇게 내 안에서 당고개역은 희귀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기대하며 가 본 당고개역은 생각보다 넓었고, 레일 끝은 무언가 대단한 것이 있을 것 같았지만 별것 없었다. 레일 끝 터널 주변에는 주택가가 자리 잡고 있었고, 터널 위는 그냥 빈 아스팔트 바닥이었다.
“당고개역은 시작으로 볼 수 있나요? 아니면 끝이라고 볼 수 있나요?”
“끝이기도 시작이기도 해요. 종착역이기 때문에 끝이기도 하고 다시 반대편으로 나가기 때문에 시작이라고 볼 수도 있죠.”
묘한 느낌으로 역의 끝을 지켜보게 된 것은 저말을 듣고 난 다음이었다. 끝이 되기도 하고 시작이 되기도 하는 일이 매번 이루어지는 곳. 열차는 당고개역에서 사람을 모두 내보내고 잠시 ‘끝’이 된다. 그즈음 옆에서 먼저 온 차량이 다시 반대편으로 ‘시작’을 한다. 곧 그 빈 곳에 다른 차량이 도착해 또 다른 ‘끝’이 되면 이 열차는 ‘시작’이 되어 다시 오이도나 사당으로 달려간다.
시작과 끝이라는 묘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종점. 당고개역은 그런 곳이었다.
취재 김희란
글 김희란
사진 최형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