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페이지

| 우리동네서점

by 너랑 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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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릉역 근처 경춘선 숲길공원을 걷다 보면 한 건물 2층에, 51페이지라고 쓰인 군더더기 없는 간판이 하나 보인다. 이곳이 바로 이번에 소개할 동네서점 51페이지. 공원 옆 작은 서점이라니 그만으로도 참 좋은 조합이지만, 이곳의 더 멋진 점은 단순히 책 판매 외에도 간단한 커피와 맥주를 곁들여 책을 볼 수 있는 북카페를 겸하고 있으며, 악기 수업, 강연회, 지역 대학생들과의 협동 작업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용히 손님으로 여러 번 다니며 참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해왔던 곳이라 이번 특집 중 꼭 소개하고 싶었던 곳이기도 한데, 그럼 사심을 조금 많이 담은 인터뷰와 함께 51페이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서점과 사장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작년 8월에 오픈을 했고, 동일로 철길에 자리잡은 51페이지라고 하구요. 저도 직장생활을 12년 정도 하다가 작년에 갑자기 때려치고 서점을 오픈한 김종원 이라고 합니다.

굳이 일반 카페가 아니라 북카페를 열게 되신 이유가 무언지?

저는 뭐 커피를 배운 사람도 아니고 직장인이었기 때문에 카페는 관심이 없었고요. 전 인류의 꿈이 카페 사장이긴 하지만(웃음). 어떤 공간을 가지고 싶었어요. 딱 서점이라기 보다는 이런 아지트 같은 공간이요. 거기서 메인은 책이고, 책만 파는게 아니라 아지트같이 이런 저런 워크샵들도 하고 돈이 되든지 안되는지 여부를 떠나서 인근 대학생들과 재미있는 것들도 하고.

회사에서는 어떻게 보면 뭔가 결재를 받고 보고를 하고 상사를 설득해서 했던 일들을 제가 혼자 막 기획해서 하는 일들을 해보고 싶었고 여러가지를 알아보는 중에, 집이 여기서 멀지 않은데 그때 당시 철길공원 초반에 … 철길을 우연히 걷다가 너무 좋아서. 그때는 가게도 별로 없었거든요.

지금은 맥주집이지만 저기가 꽃집이었고 히게즈라(51페이지 근처 이자카야)랑 몇 개 없었는데 너무 조용하고 한적하고 제가 생각했던 크기, 예산등이 다 맞아 떨어져서. 제가 굳이 1층을 고집하지도 않았고요.

카페는 너무 경쟁이 치열하고, 유행도 너무 빨리빨리 타고 트랜드가 너무 자주 바뀌잖아요. 그건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고요.

생각해보면 노원구에도 인구는 꽤 많은데, 문화공간이라고 해야할까? 하다못해 괜찮은 카페도 많지 않잖아요. ‘젊은 사람들이 갈 수 있는 공간은 왜 홍대나 이런데에 다 있을까?’ 그런 고민을 하다가 여기에 차리게 됐죠.

원래 하시던 일이 서점이랑은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 들었어요.

첫 직장은 kbs미디어라고 방송국에서 디지털 서비스 기획을 했었고. 마지막 회사는 디지털도 하고 온·오프라인 사업을 담당하는 곳이었어요. 전형적인 사업 기획하는 직장인이었어요. 12년정도. 안정적인 직장이라지만, 이야기하는 그 안정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모르는 거잖아요. 오늘 안정적인 것이지 내일 나를 지켜주지 않잖아요 회사는. 위기가 있으면 언제든 회사원을 내쫓는게 회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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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적인 안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셨다는 건가요?

그렇죠. 그리고 아무리 열심히 잘해서 잘 해도 50 넘어가면 관둬야 하는 거잖아요. 그것도 베스트인 경우에요. 요즘엔 직장이 하도 치열해서 50까지 버티기도 힘들지만. 거기서 살아남았다고 하더라도 50이면 나가야 하는데, ‘그 뒤에 난 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

지금은 안정적이지만 이 안정이 언제까지 지속되는 건 아니니까. 빨리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실패해도 일어날 수 있을 때 내가 해보고 싶은 걸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딸이 있고 와이프가 있는데도 과감히 퇴사했죠.

함께 하는 가족들이 있는 경우에는 마음이 훨씬 무겁겠어요.

많이 무겁죠. 근데 일단 가족들이 많이 응원해줬어요.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와이프도 저랑 같이 직장인인데 와이프도 어떻게 보면 남편을 떠나 직장인의 고민을 알기 때문에 “좀 덜 벌면 덜 버는 데로 쓰지, 뭐.” 하면서 응원해줬고. 결정적으로는 가족의 응원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고민들을 좀 뒤로 하고 도전해볼 수 있었죠.

오시는 분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시는지. 어떻게 말씀하시는지.

처음에는 많이 당황하시더라고요. 우선 이 공간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서점인가? 카페인가? 그리고 ‘왜 서점이 여기에 생겼나?’ ‘우리 동네에 왜 서점이 생겼나?’하는 이야기도 있었고요. 사실 갑자기 서점이 생기는 게 흔한 일은 아니잖아요. 그냥 카페도 아니고요.

서점이 새로 오픈하는 게 흔한 일은 아니기 때문에 신기해하셨고 책 좋아하는 분들은 좋아하시기도 하셨고. 신기함과 반가움과 그런 반응이 처음엔 많았던 것 같아요.

근데 어느새 1년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요.

카페는 오픈하면 입소문 타고 추천하고 이러면서 금방 소문이 나는데 서점은 그렇지는 않더라고요. 이 앞에 사시는데도 들어와서 언제 오픈했냐고 물어보시는 분도 있고요.

하나의 공간을 알린다는 게. 회사 다닐 때는 몰랐는데 해보니까 상당히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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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하시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요? 특히 전에 다른 동네 책방 모임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형서점과 경쟁하는 점에 있어서 많이 어려움들을 느끼시는 것 같더라고요.

특별히 저희 같은 곳은 대형 서점이랑 경쟁한다는 건 그렇게 못 느끼겠고요. 우선 노원에 대형서점이 많지도 않고요. 대형 서점이 먹는 파이와 전혀 다른 파이를 제가 먹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사람들이 책을 안 사는게 가장 어려운 거죠. 책이 비싸서 안 읽는 것 같지는 않아요. 책을 안 사는 그런 시대? 그런 게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근데 51페이지 같은 경우에는 책 판매로만 수익을 얻고있지는 않잖아요.

근데 그래도 책 매출이 가장 높아요. 100으로 따지면 책이 한 60? 워크샵 이런게 한 20? 나머지는 음료나 이런 것들. 생각보다 음료가 엄청 많을 것 같지만 그래도 책이 전체에서 반 이상 차지해요.

그리고 저는 (대형서점이나 온라인 서점보다) 가장 앞에서 손님들을 만나는 거잖아요. 그들은 데이터로 만나는 거고요. 저는 이제 단골들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그런 정보들을 계속 쌓아 놓고 그분들이 좋아할 만한 책들을 제가 찾아서 비치 해놓는 거죠. 같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고민이 뭔지….


온라인 같은 경우는 ‘내가 이 책을 사야겠다’ 해서 접속하지만, 오프라인은 한번 볼까? 싶어서 들러서 한권씩 사는 느낌이잖아요. 그래서 우연히 걸릴 수 있게 많이 노력해요.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연결시키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서점들이 은근히 많이 생기긴 하지만 오래가기 쉽지 않은 것 같긴 해요. 지금 문 닫는 서점들이 거의 임대계약 2년을 채우고 나면 문을 닫더라고요. 2년쯤 되면 저도 고민의 기로에 서겠죠. ‘그만할까? 계속할까?’ 이런 고민을 하겠죠.

결국 이런 공간을 사람들이 좋아는 해요. 근데 이용을 해주지 않으면 이 공간을 유지할 수는 없겠죠 사실. 사람들이 그 공간을 좋아하고 이용하지 않으면 결국 공간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는 거죠.

책을 구비하시는 기준은?

저희 서점에서 가장 많이 사는 그룹이 있을 거 아니에요. 그 분들이 좋아하는 책들? 거기서 파생되는 책들에 제 취향 조금을 집어넣고. 그렇게 해서 한 2,3개월 돌려보고 반응이 없다 싶으면 솎아내고 반품하고. 저희는 대형서점이 아니기 때문에 책을 계속 둘 수는 없잖아요.

전체적으로는 비소설이 좀 많아요. 소설을 구매하시는 분보다 비소설을 구매하시는 분이 더 많아요. 우선 제가 소설을 별로 안 좋아해요. 소설은 마니아이신 분들이 주로 구입을 하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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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서점의 기능에서 벗어나서 다른 활동들을 하시는 이유는 뭔지

서점에 오게 하려고요. 결국에 여기는 공간인 거잖아요. 거점. 어쨌거나 제가 마련한 공간이고 플랫폼이니까 사람들이 꼭 책이 아니어도 우쿨렐레(수업)나 레고(시리어스플레이)나 이런 모임을 하면서 커뮤니티를 만들고. 동네 사랑방 같은 역할도 하지만 그래도 책이 눈에 걸리니까 또 한 권씩 보게 되고. 그렇게 책을 계속 만나게 하는 차원에서 그런 워크샵이나 기획을 하는 거죠.

지역주민과 함께, 또는 지역 사회에서 이루고 싶은 것이 있으시다면?

거창하게 이루고 싶은 건 없고요. 그냥 노원구 공릉동 집 근처에 좋은 책방이 하나 있다고만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좋을 것 같아요. 그것도 아직 이루지 못했는데 제가 더 거창한 걸 이룰 수는 없을 것 같고요.

뭔가 여기도 보면 원래 있던 공간들이 없어지고 동네가 많이 바뀌고 있어서. 저도 언제 없어질지 모르겠지만 이 공간에서 계속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또 너무 치킨집만 있고 카페만 있으면 재미없잖아요.

재미있고 특색있는 인터뷰를 하고싶었는데 생각보다 어렵네요.

재밌었습니다. 손님과의 인터뷰.

아 손님과의 인터뷰는 처음이신가요?

그렇죠 이렇게 손님이었다가 인터뷰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그럼 손님과의 인터뷰 1호에 의의를 두고! 또 재미있는 게 생각나면 찾아서 여쭤볼게요.

지금까지 단순히 ‘서점’이라고만 말하기엔 ‘복합문화공간’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릴 만큼 많은 것들이 가득한 공간 51페이지와, 12년 직장 생활을 청산하고 서점 주인이 된 김종원 사장님을 만나보았다.

인터뷰에도 잠깐 소개 된 것 처럼 우쿨렐레 수업, 레고와 함께하는 레고 시리어스 플레이 외에도 영화모임, 퇴사관련 모임 등등 재미있고 다양한 모임이 가득하다. 이 글을 읽고 51페이지에 호기심이 생겼다면 꼭 방문해보자.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각종 기획과 베스트셀러부터 독립출판에 이르기까지 폭 넓게 구비 된 책들 사이에서 내 맘에 드는 ‘어떤 것’을 ‘우연히’ 만나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글, 인터뷰 : 이주희

사진: 이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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