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서점
공릉동에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서점, 독립출판서점 지구불시착을 소개한다. 지구불시착은 단순히 책만 파는 곳이 아닌 손님들과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책방이다. 또한 직접 그린 일러스트와 다양한 독립출판물이 가득한 이곳. 감성 넘치는 이곳에서 바빴던 일상에 쉼표를 찍어보는 것은 어떨까. 지구에 불시착하여 공릉동에 자리 잡은 이곳에서 많은 이들이 만들어낸 감성과 아이디어를 느껴보자.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름은 김택수, 나이는… 스물셋. (웃음) 지구불시착 책방 지기입니다. 여기에서 책도 팔고, 그림도 그리면서 오시는 분들과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서점은 언제 열게 되셨나요?
작년 11월에 책을 처음 받았어요. 책방 오픈 전에는 의류무역사무실을 했었어요. 무역 일이 너무 안 되기에, 접고 뭘 할까 생각하던 중 떠올린 것이 책방이었어요.
무역 일이 천직이 아니라는 것은 진작 알았어요. 사람들하고 싸워야 하는 일을 잘 못 해요. 그런 어려운 시기를 지나온 것도, 결국 책방을 하기 위해서 지나온 것 같아요. 결국에는 내가 좋아하는 일이 이거구나, 어떤 방향으로 달려도 나는 이 일을 하게 돼 있구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해서, 어려운 시기에 그림을 되게 많이 그렸던 것 같아요. 작은 전시회도 했었는데, 전시를 보러 오신 분이 뭐 사 갈 것 없냐고 그러시는 거예요. 그래서 그림책을 하나 만들어야겠다 생각했고, 그걸 입고하러 다니면서 독립출판이라는 세계를 알게 됐어요.
제가 워낙 책을 좋아하는 지적인 사람이고 (웃음) 책방하고 있다고 소개하는 저 자신이 멋질 것 같아서 서점을 개점하게 되었습니다.
왜 ‘지구불시착’인가요?
비밀인데, 하하. 사실 식당이든 사무실이든 뭘 해도 제목은 지구불시착이라고 했을 거예요. 그 ‘지구불시착’이라는 말이 되게 좋았어요. 제가 시각적인 걸 좋아하는데, 평소에 다니다 보면 시각적으로, '이게 왜 여기 있지?' 하는 불편한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것들이 있잖아요.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 있는 거. 그걸 지구불시착이라고 생각했어요. 넓은 범위로 보면 불만족이나 마음이 불편한 모든 것들, 이 세상 전부가 지구불시착인 거예요. 그런 불시착의 존재를 우리가 하나씩 하나씩 없애갔을 때, 지구 완전 정착의 시대가 온다고 생각했어요. 기원전 기원후가 있는 것처럼, 우리는 지구불시착의 시대와 지구 완전 정착의 시대를 살아가게 되는 거예요. 나중에 그 시대가 오면 책방 이름도 지구 완전정착으로 바꿀 거예요.
사장님이 생각하는 ‘책’이란 무엇인가요?
돈?(하하하) 그런데, 그게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이 지구불시착의 범위 안에서, 불편한 심정을 그렇게 외치고 있는 거예요.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사람들이 책을 많이 사야 한다고 생각해요. 많이 사야 읽겠죠. 안 사면 읽을 수 있을까?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책을 읽는 당신은 아름답다는 거예요. 물론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 학자나 지식인들은 열심히 읽겠죠. 그런데 우리는 아니잖아요? 좋은 책이 많아도 다 많이 읽을 수가 없죠. 요새는 독서절벽에 대해 고민하고 좋은 책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트렌드가 바뀐 것 같아요. “이 책이 좋아요”라는 책 소개보단 “책 읽는 게 멋있습니다.”, “폼이 납니다.”라고 하더라고요. 전철에서 핸드폰 보고 있는 사람보다 책 읽는 사람이 더 멋있지 않나? ‘책간지’죠.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도서는 어떤 것이 있나요?
김종완 소설 시리즈하고 김현경의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이란 책을 많이 사 갔으면 좋겠어요.
‘독립출판물’만 판매하시나요?
독립출판물만 판매하는 건 아니니요. 다 팔고 싶어요. 근데 입고가 독립출판만 들어오네요. (하하) 그래도 아쉽지는 않아요. 독립출판을 취급하다 보면 작가들하고 친해질 수 있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김훈 책을 읽어도 김훈하고 친해질 순 없잖아요? 김종완 책 읽으면 바로 친해져요.
출판시장에서 독립출판은 굉장히 양적으로 비중이 적은데, 독립출판물만 판매하시는 것엔 여러 어려움도 있을 것 같아요.
죽을 맛이에요. (웃음) 근데 굉장히 매력적인 건 있어요. 사실 책을 주로 팔고 있지만, 저희 책방은 어쩌면 그 공간을 팔고 있는 비중이 더 큰 것 같아요. 이 장소를 더 많이 좋아해 주고, 더 많은 사람이 왔으면 좋겠어요. 책을 파는 것도 좋지만, 손님과 저 1:1로 이 공간에서 이야기하고, 스토리를 쌓아가고, 같이 무언가를 할 계획을 짜는 그런 것들이 더 기쁜 것 같아요. 우리 아버지가 재벌이었으면 더 기뻤을 텐데. (하하하)
책방에 들어올 수 있는 ‘독립출판물’의 기준이 무엇인가요?
기준은 없어요. 싸게 주면 돼요. (하하) 사실 독립출판 작가들이 요즘 입고하기를 되게 힘들어해요. 책방도 늘었는데 작가도 늘어나고, 장소는 협소하니까 다들 책을 놓기는 힘들죠. 저는 작가들 편이니까, 담을 낮게 해서 많이 유입하죠. 그 대신 사람들이 많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서 다양한 독립출판물들을 소개하고, 그 사람이 책을 사서 읽고, 책에 관해 이야기하는 그런 것들에 기쁨을 느끼는 것 같아요.
영수증으로 출력해서 만든 독립출판물도 있어요. 그런 형식도 아이디어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보다는 사실 어떤 내용이 실렸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럼 사장님도 책을 내신 게 있나요?
저는 그림책 몇 개 냈죠. <Dr. ink coffee> 라고, drink에서 점 하나 찍으면 ‘닥터 잉크’가 되잖아요, 먹으로 그린 커피 이야기예요. 그리고 <Book u love>, ‘북유럽’이라는 책도 있고요, 딸하고 놀 때 쓰는 <my little princess> 라는 책도 있어요. 이제 또 새로운 책 하나 내야죠.
그림을 좋아하게 되신 계기나, 그리는 목적은 무엇인가요?
잊기 위해서 많이 그리는 것 같아요. 옛날에 회사 다닐 때부터 그림은 계속 그려왔는데, 다 버렸었죠. 클레임 전화 걸려오면 이면지에 꽉 차게 그림을 그렸었어요. 그러다가 일이 없어지고 시간이 많이 남을 때, 그림을 그리고 우연히 모인 거죠. 생활고나 여러 고민을 다 그림으로 털어냈던 것 같아요. 그림 그리고 있을 때 제 표정이 싹 바뀐대요. ‘무아지경’이죠.
초상화를 많이 그리시는데, 언제부터 초상화를 그렸나요?
아, 시작은 ‘미리 그린 초상화’였어요. 대상이 없이 상상대로 많이 그려놓고, 비슷한 사람이 오면 찾아서 파는 거죠. 강매였지. (하하) 사람을 보고 바로 그린다는 거는 나름대로 이벤트가 있긴 하지만, 이거는 진짜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림 내공도 있어야 하고, 강심장이어야 하고. 그래서 미리 그려놓은 거죠.
영화 <콘택트>를 보면,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구분이 없잖아요. 그림을 그렸는데 우연히 닮은 누군가가 왔다면, 그것이 정말로 우연인가. 이런 의미가 있죠.
주로 어떤 분들이 찾아오시나요?
불쌍한 사람들. 시간만 있는 사람들. (웃음) 우리 서점은 다른 데랑은 좀 다르게 외곽에 있잖아요. 지나가던 사람이 유입되기보단, 마을 주민들이 많이 찾아오는 것 같아요.
그 손님들은 어떤 책을 주로 찾나요?
생각의 저편에 있는 그런 것? 설명하기 좋은 책이요. 요즘은 서점 와서 조용히 책 보고, 책방 주인은 자기 할 일 하고, 그런 걸 배려라고 하던데, 여기서는 사실 거리감도 좁고, 또 설명 안 해주면 그냥 지나쳐가면 아까운 책들이 있어요. “아, 나 이 작가랑 친한데, 이 작가에 대한 이야기도 알고 있고, 이 책은 이렇게 해서 나왔는데.” 하는 소소한 정보들을 알려 주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전 이야기를 나누고 싶거든요. “이 책은 왜 선택하셨어요?”, “이 책 정말 좋지 않아요?”, “이 책 정말 독립출판 같지 않아요?” 하고 권하기도 하고. 그리고 잘 만들어진 것보다는 좀 B 컷을 모아둔 사진집 같은 것들을 많이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독립출판 잘 모르다가 “와, 이런 책도 있네?” 하면서 사 가는 거죠. 사실, 이 책을 사 가야지, 하는 게 아니고 뭐라도 사줘야지, 하는 것 같아요. (웃음) 불쌍하게 보이나 봐요.
독립출판물이 기성출판물보다 가지고 있는 매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일 좋은 건 작가들하고 친해질 수 있다는 거. 이 사람들하고 뭔가를 같이 해볼 수 있다는 거. 그리고 만약 여기서 구로 디지털단지 가야 하는데 책 한 권 읽고 싶다, 할 때 있잖아요. 그럴 때 가볍게 읽을 수 있다는 것도 좋아요. 분량도 그렇고 부담 없잖아요. 독립출판이 최곤 것 같아요.
요즘 즐겨 하시는 독서 활동이 있으신가요?
네. 요즘은 <김종완과 밀실의 소설가들>이라는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어요. 이 책방이 밀실같이 생겼잖아요. 이 공간에서, 3시간 안에 자기 책을 하나씩 만들어가는 거예요. 어떤 공통 단어라든지, 같은 장면에서 시작한다든지 하는 약간의 장치를 더 해서 소설을 만들고, 퇴고하고, 즉석에서 인쇄하고 제본 하는 거예요. 그래서 바로 가져갈 수 있는 거죠. 굉장히 짜릿한 경험이에요.
드레스 코드도 있어요. 검은색. (하하) 그걸 맞춘 것도, 사실 이 소설 쓰기라는 작업이 모인 사람들의 무의식을 건드리는 작업이거든요. 다른 글을 쓰지만 한 권의 책에 담기기 때문에, 옷도 비슷하게 입으면 좋죠.
사람들이 제일 많이 걱정한 건, 과연 3시간 안에 다 쓸 수 있을까였어요. 그런데 글은 다 쓰더라고요. 심지어 잘 써요. 깜짝 놀랄 정도로 잘 써요. 저번엔 엄청난 소설이 하나 나왔어요. <미희>라고, 스릴러가 나왔어요. 대단했어.
그리고 ‘부끄 러브(Book love)’ 라고, 우리 ‘독서 머임?’에서 진행하는 모임이 있어요. 딱히 하는 건 없고, 우리끼리 책을 통한 강한 연결을 해 보자, 하는 의미에서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손님 한 분이, 여기는 책방 모임 같은 거 없냐고 묻기에, “그럼 우리 둘이 합시다.”라고 제안해서 진행했는데 지금은 4명이 모였어요. 멤버가 워낙 좋아서, 거의 수다로 이루어지는 그런 모임이에요. 책은 이 사람들이 연결되는 수단으로써 충분한 것 같아요.
그 활동들을 기획하게 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보통 다른 서점에서도 워크숍은 많이 하는데, 4주 동안 하고 그러더라고요. 그렇게 4주 동안 착실히 할 수 있는 장소나 여건이 마련된 서점이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나 이런 장소들은 즉흥적으로 뭔가를 한다든가, 3시간 안에 끝낼 수 있는 이런 것들이 더 잘 맞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기획하게 됐어요.
활동을 진행하시며 새로이 느끼신 것이 있나요?
전율? (하하하) 우리도 사실은 ‘이게 가능할까?’ 걱정하며 연습도 해봤어요. 연습 때는 진짜 잘 나왔어. 그런데 당일 날, 글은 다들 마감 임박처럼 빠르게 잘 썼는데. 편집하고 출력하는 중에 기계가 멈춘 거예요. 너무 당황했죠. 오늘 가져가야 의미가 있는데, 하면서. 다행히 해결되어서 잘 끝났어요. 이런 갑작스러운 상황들 때문에 완성이 더 기뻤던 것 같아요. 이를테면, 어떤 재즈클럽에서 우연히 모인 연주자들끼리 그냥 한번 합을 맞춰봤는데, 너무나 멋진 연주가 나오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거기서 오는 전율과 희열은 말로 표현을 못 하죠.
앞으로 어떤 활동으로 발전해 나가고 싶으신가요?
단행본이죠. 이렇게 해서 시리즈가 계속 쌓이면 전부 묶어서 소설집을 낼 수도 있는 거겠죠. 먼 훗날의 얘기지만, 가능성은 굉장히 많이 열려 있는 것 같아요.
이런 생각을 해 봤어요. 저희가 6월 26일 날 첫 회를 했거든요, 그래서 책 이름은 <626>이 될 거예요. 사람들이 그걸 보면서 “626은 정말 명작이다.” 라고 모든 사람이 말해줄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길 기대하죠.
앞으로 지구불시착을 어떤 방향으로 운영하실 생각이신가요?
2시 방향? (하하) 뭔가 햇살이 딱 들어오는 시간 아닌가요?
저희는 이미 커뮤니케이션 면으로는 너무나 잘 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수익이 날 수 있는 구조는 아니에요. 작가들도 돈만 들고, 책방주인도 정말 힘들어요. 책을 안 사서 그래! (하하) 사실, 이 공간은 지금처럼, 누군가의 아지트로 운영이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놀러 오고,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새롭게 아이디어를 찾아갈 수 있는. 그런 아지트요.
앞으로 지역민과 지역사회와 함께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지금은 마을사업에 간사로 있어요, 간사가 무슨 일 하는 사람인지 잘 모르겠지만, 시키는 것들은 확실히 잘하고 싶어요. 복잡한 거 싫어하긴 하지만, 워낙 받은 게 많으니 잘 해 드릴 거에요. 다행히 제 그림을 좋아해 주셔서 포스터와 리플렛을 만들거나, 독립출판에 대해 기획을 하는 일을 맡고 있어요. 책갈피도 51페이지 책방이랑 공동으로 만들었죠.
여기 공릉동 협동조합이 상당히 잘 되어있어요. ‘공릉동 마을 여행’이라는 게 있는데 여기를 코스로 넣어주셔서 타지 분들이 투어를 할 때 여기 많이들 오시곤 해요. 최근에 협동조합 분들이 이런 일들 하시는 걸 보면서 느꼈는데, 이 마을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비로소 들기 시작했어요. 다른 사람들도 저처럼 이런 걸 느꼈으면 좋겠어요. 아직 이 느낌을 잘 모르는 분들 모두와 마을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저희가 사장님을 ‘어떤 사람’으로 소개하시길 원하시나요?
난 좀 착한 사람 콤플렉스가 있는 것 같아. 착한 게 좋아요. 또,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많이 모자라지만, 그렇게 봐 줬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지구불시착을 ‘어떤 서점’으로 소개하시길 원하시나요?
지구불시‘착한서점’.
글, 인터뷰 송유화, 김자연
사진 송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