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도 물건에게도, 30년이라는 세월은 이제 어리숙한 모습에서 벗어나 조금 더 성숙해진 모습을 갖추게 되는 때이다. 노원역 주변에는 이제 곧 서른살이 되는 아파트들이 있다. 그동안 노원을 지켜온 서른 살 아파트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고 긴 세월동안 문제는 없는지, 앞으로 노원에서 계속 함께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또한 이 곳에서 30년 동안 함께한 사람들은 어떤 모습일까.
1987년부터 1989년까지 노원구 상계동에 상계주공 아파트 단지가 대거 들어섰다. 개발의 물결과 함께 시작된 세월이 벌써 30년을 넘겼다. 주공3단지와 5단지는 올해로 건축된 지 32년, 주공4단지와 임광아파트가 31년, 30년으로 뒤를 따르고 있다. 이렇게 향후 3년 간 준공 후 30년을 맞이하는 노원구 아파트 단지는 상계동 14개, 중계동 3개, 하계동 3개로 총 20개에 달한다. 20개의 아파트들 중 안전상의 문제와 30년의 세월을 견디지 못해 앞으로 재건축 계획이 있거나 이미 재건축 중인 아파트들도 있다.(김지훈, 〈규제 혹한기 ‘재건축 유망주’ 상계동에 부는 봄바람〉, 머니투데이, 2018.02.03.) 총 830가구에 달하는 상계주공 8단지가 그렇다. 2004년 안전성 문제로 인해 안전진단을 받았고, 현재는 철거 작업이 완료되어 한화건설 아파트가 건설되는 중이다. 상계주공 5단지 또한 재건축 방식을 논의 중에 있으며 3단지도 논의를 시작한 단계에 있다. 기존대로라면 아파트 재건축 연한은 31년에서 32년이다. 위에 언급한 상계동에 있는 14개의 아파트 중 절반은 재건축 연한이 도래했다. 하지만 3단지와 5단지를 제외한 상계주공 1, 2, 3, 4, 6단지는 재건축 연한을 채웠으나 안전진단을 신청하거나 구청에 따로 문의를 넣지 않은 상태다. 다시 말하면 준공된 지 30년이나 된 아파트가 제대로 된 그동안 제대로 된 안전점검을 받지 않았고 앞으로도 언제 받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아파트가 한 자리에 준공되고 견뎌온 세월이 30년인 만큼 우려되는 안전관리가 실제로 문제가 되고 있는지, 이곳에서의 삶은 어땠는지 실제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이와 관련해 인터뷰를 담아보았다. 이번 호가 노원역을 중심으로 다루는 만큼 노원역 주변에 있는 아파트(상계주공16단지, 상계주공1단지) 주민 두 분을 섭외하여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노원역 주변 아파트에 가장 오래 거주하신 주민 두 분의 이야기다. 상계주공16단지가 처음 지어질 때부터 30년 동안 거주하고 계신 분과 상계주공1단지에 31년간 거주하고 계신 분들을 만나보았다. 첫 번째 인터뷰는 상계주공16단지가 처음 지어질때부터 거주하신 김광자 님의 인터뷰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상계주공16단지에 거주하고 있는 김광자입니다.
반갑습니다. 16단지에서 거주하신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아파트가 지어지던 해인 1989년부터 살았으니까 올해로 꼭 30년이 됩니다.
굉장히 오래 사셨네요. 30년 동안이나 이 곳에 살게 된 계기가 있나요?
노원이 살기가 좋아요. 물가도 싸고 특히나 공원이 많은 게 가장 좋아요. 공원이 운동하기도 좋고 사람들도 거기서 많이 만나니까요. 그리고 우리 큰 아들이 여기 살고 손주도 있으니까 든든해서 계속 살고 있어요. 내가 이사 올 때 우리 큰 아들 내외가 이 쪽으로 오면서 우리 손주가 태어난 것도 보고 자주 얼굴 보면서 지금까지 정이 많이 들었죠.
옆에서 챙겨주시는 아드님과 손주 분이 있어서 든든하시겠어요. 이웃 분들과는 사이가 좋으신가요?
네 그럼요. 나처럼 여기 지어질 때부터 사는 이웃 분이 9층에 있어요. 그 분이 매일같이 나를 보러 오고 말동무도 해주고 아주 좋아요. 노인정에 있는 분들과도 친하고 이웃들과 가족처럼 지내요.
이웃 분들과 사이도 좋으시고 생활 하는 데 전반적으로 만족하시고 계시네요. 그러면 아파트가 30년이나 되었는데 시설적으로 불편한 점이나 개선되었으면 하는 부분은 없으신가요?
이 아파트가 공무원 아파트로 지어져서 그런지 대체적으로 시설은 좋고 잘 지어졌어요. 그래서 특별히 불편한 점은 없는데 작년에 수도 배관은 교체를 했어요. 그것 말고는 시설적인 불편함은 없는데 주변 환경이 조금 개선이 되어야 할 것 같아요. 우리 손주 집이 10단지인데 밤에 깜깜할 때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면 가로등이 별로 없고 나무가 많이 있어서 주변이 너무 어두워요. 시야 확보도 안 되고 깜깜해서 나 같은 할머니들이 다니기가 불편하더라고요. 그 부분만 개선된다면 살기 좋고 편안한 아파트예요.
그 부분은 꼭 개선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혹시 이사 계획이 있으신가요?
여기 이웃들하고 사이가 좋고 무엇보다 우리 아들이랑 손주가 여기 있으니까 계속 여기 있고 싶어요. 우리 동생들이 내 고향인 강원도 영암으로 내려오라고 하는데 나는 여기가 좋아서 안 간다고 해요. 계속 여기서 살고 싶어요.
최광자 님은 상계주공16단지에 30년간 거주하면서 큰 불편함 없이 만족하면서 생활하고 있었다. 노원이 물가가 저렴하고 공원이 많다는 점을 가장 마음에 들어 했고 가까이 아들내외가 거주하고 이웃 분들과도 좋은 관계를 형성하며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우려가 됐던 안전관리 측면에서도 아직까지는 큰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상계주공1단지에 31년간 거주하신 분이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1989년부터 현재까지 상계주공1단지에 살고 있는 김새해입니다.
네 반갑습니다. 아파트에 오래 거주하신 계기가 있나요?
특별한 계기는 없어요. 저도 그렇고 많은 분들이 교통이 편한 곳에서 살고 싶어 하는데 그런 곳은 아무래도 월세 부담이 크니까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이 곳에 계속 살고 있어요. 지금은 부모님은 귀농하시고 여동생과 살고 있어요.
이웃분들 중에도 오랫동안 거주하신 분이 계신가요?
많지는 않지만 몇 분 계세요. 그 분들과는 부모님 안부까지 묻고 지낼 정도로 친하게 지내죠. 이 아파트가 전세 비율이 높다 보니까 친해질 쯤에 2년이 되면 이사를 가고 그래서 지금은 몇 분 안 계시는 점이 아쉬워요. 초등학교 때는 집에 왔을 때 엄마가 안 계시면 옆집 가서 밥도 먹고 이웃 분들이 많이 챙겨주셨어요. 마치 마을공동체 처럼요. 그런데 이제는 오랫동안 함께 지낸 이웃 분들도 많이 안 계시고 마을공동체라는 개념도 사라지고 있으니까 마을공동체를 어떻게 활성화 시켜야 하나 고민이에요. 제가 지금 마을 활동가로도 활동을 하고 있어서요.
마을 활동가로 활동하시는 부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더 이야기를 해 주시겠어요?
노원구 마을공동체 지원센터 비상금 파트에서 일하고 있어요. ‘행복공동체 노원’ 같은 공모 사업이 있으면 공모 사업에 필요한 지원서 작성, 회계 운영, 사후 결과 보고서 작성 같은 부분을 도와드리고 있어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마을 공동체 네트워크를 이루려고 노력하고 있죠.
좋은 활동 하고 계시네요. 그러면 마을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오래 거주하신 만큼 노원의 변화도 많이 느끼셨을 것 같아요. 30년 동안 거주하시면서 가장 크게 변화한 점이 무엇일까요?
크게 변화한 점이라고 하면 제가 이사 오던 1989년에는 노원역이 없었는데 지금은 노원역이 있다는 점이에요. 또 어렸을 때 지금 노원구청이 있는 자리에 배밭이 있었던 기억이 나요. 지금은 그쪽에 동일로가 예쁘게 되어 있는데 그 때는 동일로가 도로가 정리가 안되어 있어서 구청 쪽 보건소에 갈 때 힘들었던 기억이 나요.
아파트에 살면서 불편한 점은 없으신가요?
지금 살고 있는 곳이 15층인데 물이 새요. 저희 집만 그런 건 아니고 몇몇 집들이 그래요. 저희 사촌오빠가 건설 쪽에 근무하셔서 문의해봤는데 오래된 아파트라 그런지 처음 지어질 때부터 건축 설계도상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2년에 한번 씩 수선을 할 필요가 있어요. 오래된 아파트는 장기수선충당금을 상당 부분 마련해 놓는데 이런 부분에서 꼭 필요하죠.
이사계획은 있으신가요?
제가 아직은 결혼을 안 한 상태에요. 만약 결혼을 하게 된다면 모르겠는데 그 전까진 특별한 이사 계획은 없어요. 지금 노원구에서 마을 관련 활동도 하고 있으니까 향후 몇 년 안에 노원을 떠날 계획은 없어요.
노원에 오래 거주하시면서 노원 활동가로도 활동하시는데 앞으로 노원에 기대하는 점이 있으신가요?
요즘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들은 주민 커뮤니티 공간이 있잖아요. 오래된 아파트는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없기 때문에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처럼 커뮤니티 공간이 형성 돼서 다른 아파트에서 시행하고 있는 공동육아, 공유경제 같은 활동들이 활성화 되었으면 좋겠어요.
김새해 님은 어릴 때부터 노원에 거주하며 많은 추억을 가지고 있었다. 노원역이 없어서 창동역까지 버스를 타고 갔던 기억, 지금 노원구청 자리에 있던 배밭 풍경 등 지금은 우리가 모르는 예전 노원의 모습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또한 마을 활동가로도 활동하며 마을공동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커뮤니티에 많은 관심을 갖고 노원의 발전을 위해서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두 인터뷰이의 공통점은 노원에 전반적으로 만족하고 계속해서 이 곳에 거주하고 싶다는 점이다. 하지만 차이점은 최광자 님이 거주하는 상계주공16단지와는 다르게 김새해님의 거주지인 상계주공1단지에는 누수 문제가 있다. 인터뷰이가 살고 있는 15층이라는 고층임에도 불구하고 물이 새는 점은 도배를 해서 보완을 할 필요도 있지만 앞으로 안전한 거주를 위해서라면 전체적인 안전진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30살 아파트는 지금까지 개발의 물결을 시작으로 노원에서 발전을 함께해 왔다. 누군가에게는 자라온 이야기를 담은 일기장 같은 공간이고 또 다른 이에게는 가족과 이웃들에게서 활력소를 얻으며 살고 있는 공간이다.
30년 아파트가 주는 좋은 에너지가 큰 문제없이 유지 되며 함께 공존하기 위해서는 ‘안전’이라는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노원구에 존재하는 향후 3년간 준공 30년이 도래하는 20개의 아파트 중 두 분만을 인터뷰 한 것이기에 안전하다, 안전하지 않다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부분이 31년에서 32년인 재건축 연한에 도래한 만큼 안전에 대한 깊은 관심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안전진단, 주민들과의 회의를 통해 문제점 도출과 해결 방안 제시 등을 위한 부분이 직접적으로 실행되어야 할 것이다.
글·인터뷰 류상화, 최두찬
그림·사진 송유화 이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