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한창 흥행했던 드라마 《스카이 캐슬》을 많이 기억할 것이다. 서울에서 교육열이 가장 높다는 대치동을 배경으로 부모와 아이들 모두 ‘오로지 SKY대학 입학’이라는 목표에 치중된 대한민국 교육 현실을 그린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가 흥행했던 이유는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려내어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노원에서 학창시절을 지낸 사람들이라면 이러한 강남구 대치동 교육열 못지않은 열기를 중계동이나 노원구 전체에서 느껴봤을 것이다. 실제로 학생 수가 많고 그와 더불어 학교, 학원 수가 많은 노원구는 전국에서 대치동 다음으로 교육열이 높기로 유명하다. 2019학년도에 서울 자치구별 외고‧국제고 진학 현황만 보더라도 노원구가 12.6%로 가장 높은 진학 비율을 나타내고 있으니 교육열이 높다는 것은 분위기로나, 실제 수치로나 증명된 셈이다.
필자도 노원구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다닌 사람으로서 노원의 높은 교육열의 원인이 항상 궁금했다. 자칭‧타칭 교육특구로 불리는 노원은 어떤 점 때문에 이러한 별칭을 얻게 되었고 높은 교육열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막연한 궁금증이 있었다. 서울 중심가도 아닌 외곽지역에 위치한 노원이 중계동 은행사거리 일대와 전역이 학원가를 이루며 일명 소치동(작은 대치동)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주거형태 80%가 아파트, 편리한 대중교통과 생활 인프라
서울시가 80년대부터 대규모 공동 주택단지 공급을 시작하며 상계주공아파트 40,224가구가 노원구에 자리 잡았다. 이후 지하철 4호선이 개통되고 동부 북부 간선도로가 건설되었다. 아파트가 지어지니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마트, 학원 등의 생활 인프라도 함께 구축 되었다. 주거기반시설이 확보되고, 4호선 7호선이 만나는 편리한 교통망에 2019년 현재 총 학교수 94개(초등학교 42개, 중학교 27개, 고등학교 25개, 노원구청 홈페이지 출처)로 밀집된 학군이 더해져 2000년대 초반부터 중계동 일대에 학원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로써 교육에 집중하기에 좋은 환경을 가진 노원구는 중계동을 중심으로 전역에 학원과 교육열이 함께 증가하게 되었다.
노원판 스카이 캐슬
이렇게 중계동 은행사거리를 중심으로 형성된 학원가는 노원구 학생들뿐만 아니라 타 지역 학생들로도 붐빈다. 노원 주변의 도봉, 강북 등 서울 동북권 지역은 물론 경기도 의정부, 양주, 구리 심지어는 포천 등지에서까지 학원을 위해, 대학 입시를 위해 긴 통학 거리를 감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녀들의 진학과 입시를 위해 일찌감치 중계동으로 이사하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 일명 SKY 대학 입학을 위해서는 학군이 중요하기 때문에 자녀가 4~5살이나 초등학생 때부터 이주하는 이른바 ‘교육 난민’들도 존재한다. 대치동에 가기엔 집값이 부담스럽지만 그나마 형편을 고려해 괜찮은 학군에서 교육을 시키고 싶은 부모들은 직장이 멀어지고 연고가 없다는 단점을 무릅쓰고서라도 노원구 중계동으로 모여든다.
교육 특구로의 유입 양상은 저학년보다 고학년이 더 많은 초등학교 비율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고학년 수의 증가는 5~6학년 때부터 특목고와 대학 진학 준비를 위한 전학생 수가 많은 학교에서 나타난다. 서울 초등학교 596개 중 지난 3년(2016~2018년)간 고학년 수가 더 많은 초등학교 각 50개씩을 추출해보니 이 중 3년 연속 50위 안에 든 학교는 20개였다. 소재지별로 노원구와 양천구에 있는 초등학교가 각 6개로 가장 많았고, 강남구가 5개교로 뒤를 이었다.*
* 유지혜 정진우 허준호, 〈교육 난민 돼도 좋다, 초등 SKY캐슬 가자〉, 중앙일보, 2019.03.14
교육 특구가 부른 높은 아파트 매매가
교육 특구에 학생들이 중심적으로 유입되는 양상은 ‘높은 아파트 매매가’를 만들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노원구 아파트 매매 건 중 거래가가 8억원을 초과하는 경우는 11월까지 174건이다. 그 중 중계동이 아닌 곳은 세 곳에 불과하여 174건 중 171건이 중계동 아파트였다. 중계동이 아닌 세 건은 모두 전용 면적이 130㎡ 이상으로, 해당 매매가를 기록한 아파트들은 전용 면적이 넓어 거래가가 높은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은행사거리 중심가 반경 300m 이내에 위치하고 있었다. 즉 노원구는 학원이 밀집되어있는 은행사거리 일대를 중심으로 높은 아파트 매매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은행사거리는 가장 인접한 지하철역인 중계역, 상계역, 노원역 모두 지하철 한 정거장 정도의 거리인 1km 이상 밖에 위치하고 있어 인구 및 학교 밀집도에 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제약이 많은 편이다. 이러한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소치동이라고 불리는 중계동은 계속해서 집값이 상승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노원판 스카이 캐슬의 결말
드라마 스카이 캐슬은 해피엔딩이다. 드라마에서는 SKY 대학 입학이 성공한 사람들의 표본이고 피라미드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시작점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결말은 치열하다 못해 악랄했던 입시 경쟁을 뒤로하고 그해에 대학 입학을 포기하는 갑작스러운 주인공의 태세 전환을 통해 모두가 해피엔딩을 맞이하게 된다. 물불을 가리지 않는 과열된 입시경쟁을 적나라하게 보여줬지만, 마지막에는 대학 입학을 미루기까지 하는 주인공들을 통해 주고 싶었던 교훈은 ‘입시 중심 경쟁의 탈피’였을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가 주고 싶었던 교훈과는 달리 정작 우리는 대학 입시를 어릴 때부터 관리해 주는 이른바 입시 코디에 대한 문의와 수요가 급증하게 되는 씁쓸한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노원판 스카이 캐슬의 결말은 어떠할까 궁금하다. 2000년대 초반부터 프리미엄 교육환경을 이루며 교육 특구의 입지를 굳건히 지켜왔던 노원구도 무너지는 인구절벽의 위기를 피해가지는 못했다. 현재 상계동 학원가의 공실률은 늘어만가는 실정이고, 대형 학원들도 서서히 규모를 줄여나가는 게 눈에 보인다. 다만 아직까지 중계동 은행사거리는 노원구 학생들 뿐 아니라 강북, 양주 등 여러 지역에서 교육을 위해 몰려오는 학생들로 붐비며 단시간 안에 이 열기가 식을 것 같진 않다. 학생들이 줄어도 식을 줄 모르는 입시 열기보다는 꽉 막힌 학원 성, 학원 사거리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노원구가 입시를 위한 프리미엄 교육환경이 아닌, 아이들의 성장을 위한 프리미엄 교육환경으로 천천히 바뀌어가는 결말을 기대해 본다.
글 류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