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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막히는 이유 #2

키워드 먼저 지르면 콩글리시 완성!

저번 글에서 영어로 말하다가 막히는 첫 번째 이유는 내용을 압축해서 말하기 때문이라고 했어요. 말하는 순간이 긴장되어서 그 순간을 피하고자 '짧게' 말하려다 보니 그 과정 중에 막힌다고 했었는데요.




키워드부터 지른다.


그것이 좌절의 시작이다.


짧게 말하려고 할 때 일어나는 일이 하나 더 있어요. 바로 키워드부터 지르기예요. 많은 분들이 영어 말하기 상황에서 좌절하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대방한테 "점심 뭐 먹을래?"라고 묻고 싶을 때 "Lunch, what?"이라고 하는 것이 좋은 예시입니다. 이렇게 말해 보신 분 아마 많을 거예요. 영어로 말하는 순간은 긴장되기 마련이고 그러다 보니 생각이 급해져요. 그래서 가장 중요한 단어, 핵심 키워드인 "점심" 이 먼저 나와요. "Lunch!"로 호기롭게 시작하죠. 그런데 점심을 무엇을 먹고 싶냐는 말을 해야 되니까 what이 붙어요. 그런데, "Lunch what eat?"은 내가 봐도 너무 아닌 거죠. 그러다 보니 "Lunch, what?" 내지는 "Lunch, you, what?"같은 이상한 문장이 나와 버려요. 조금 더 당황한 경우에는 "Lunch, lunch, uh, lunch?"라고 말해 버리는 경우도 있죠.


비슷한 예로 "School, go?"나 "Money, don't have."가 있어요. "Taxi, Busan, no, no."처럼 아예 혼란스러운 경우에서부터 "Animals, I don't like."처럼 조금은 틀이 잡힌 말, "Play game, weekend, good."처럼 애매한 경우까지 이런 예는 셀 수 없어요. 그 와중에 저 문장들 다 해석되는 게 신기하지 않나요?


이미지 출처: 고양시청 트위터


인정하기 싫으시겠지만, 이렇게 말해 본 적이 한 번은 있으실 거예요. 괜찮아요. 비밀로 간직하면 돼요. 혼자만의 비밀이라 생각하시겠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민망해하고, 민망한 경험이 쌓여서 영어가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그 이유를 찾아볼게요.




우리가 말을 그렇게 하니까


우리말에는 어순이 없어요. "영어는 S-V-O형태인데, 우리말은 S-O-V 형태의 문법 있는 거 아니야?"라고 많이 물으시는데요. 우리말은 어미 조사가 있어서 어순에서 자유로워요. "영희가 철수를 때렸다."라고 말해도 되고, "철수를 영희가 때렸다."라고 해도, "때렸다. 영희가. 철수를."이라고 해도 통해요. '가', '를', '다.'가 있기에 영희, 철수, 때리다가 각 문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가 정해져 있거든요. 더군다나 우리말은 비교적 고맥락(high-context)입니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언어라는 뜻이에요. 그러다 보니 생략이 많아요. 영어 회화학원 다니기 시작한 분들이 "너는 점심을 먹었니?" / "응, 나는 점심을 먹었어."라고 말해놓고 깔깔대고 웃는 경우가 많은데요. 우리말에 생략된 주어 '너'/'나'를 넣어 말하는 것만으로도 웃긴 거죠.


현대 한국인이 일상 대화에서 쓰는 말, 즉 네이티브 한국어에서는 주어, 동사와 어미 조사마저 생략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예를 들면, "철수야, 밥!" 이라던지 "뭐하냐?", "가라." / "간다." 등이 있어요. 패턴이 보이시나요? 국어책에 나오는 한국어 말고 우리 한국인들이 쓰는 일상 한국어, 네이티브 스포큰 코리안 랭귀지는 키워드 중심, 나머지는 과감히 생략, 어순은 자유예요. 특히, 말을 하다 보면 중요한 단어부터 순서대로 나와요. "창문! 창문 열어! 빨리!"나 "매일 해야지, 영어는."등의 문장들이 좋은 예죠. 두 문장 다 주어마저 과감히 생략했어요.


영어로 말해야 하는 상황, 즉 마이크를 잡은 상황에서 긴장하게 되면 빨리 말을 해버리고 싶다고 했잖아요. 그때 급해진 마음에 우리말 특유의 습관인 과감한 생략 및 키워드 먼저 말하기가 나와요. 점심을 무엇을 먹고 싶느냐는 질문을 하고 싶은데, "점심, 뭐 먹어?"정도로 압축한 후, 키워드인 "점심"이 입에서 먼저 나가 버려요. 그다음에는 우리가 아는 그 어떤 문법 스킬로도 이 문장을 완성하기 어려워지다 보니, lunch를 한번 더 말하게 됩니다. "Lunch, lunch, uh..."한 후에 '아, 망했다.' 싶으면 대충 수습하게 되죠. 이미 시작부터 단어대 단어로 번역해서 말했기에, 뒷부분도 똑같이 우리말 어순에 단어 번역을 하게 됩니다. "Lunch, lunch, uh, what eat?"


이미지 출처: MBC 무한도전 401회



역시나 해결책은 정공법입니다. 마음 급하게 먹지 말고, 키워드 먼저 급발진하는 습관을 버려야 해요. 내가 하려는 말이 질문인지, 평서문인지, 명령문인지 골라서 적절한 시작 단어 찾아야 해요. 한국어는 셋 다 똑같이 시작해서 뒤에 어미 (~냐? / ~다. / ~라.)로 조정하니까 시작 부분부터 문장 형태를 골라주는 영어랑은 조금 다르죠. 주어 꼭 챙기시고, 생략 없는 영어의 올바른 어순으로 말해야 해요.


점심 뭐 먹고 싶냐는 질문은 의문문 형태가 되어야 하며, '무엇'이 먹고 싶냐는 질문이므로 what으로 시작하는 게 좋아요. 그리고 상대방에게 묻는 질문이니까 주어인 'you'도 잊지 말아야 해요. Lunch를 지르기 전에 생각해야 할 부분이지요. 그러므로, What으로 시작하고, 'you'에게 묻는 질문이니까 do you, 먹고싶은지 물어보니까 want to eat을 합치면 What do you want to eat?  됩니다. '점심식사로'를 붙이면 What do you want to eat for lunch? 가 되겠죠. 이렇게 문장 만드는 방법은 나중에 깊고 넓게 이야기해 드릴게요.




지름길은 없어요.


이 설명이 이해가 되지 않으시는 분들은 기초 문법책 앞 1/3정도를 한번 훑어 보시는 것도 추천 드리고, 문법은 아는데 습관이 고쳐지지 않는 분들은 기본 문장 암기 및 소리내어 읽기 연습도 추천해요. 속칭 '어순 감각'이라던지 '기본 문형'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어야 이 문제가 해결됩니다. 이 문제를 딱 해결해주는 마법 같은 꿀팁같은 건 없어요. 학원이나 시판 교재에서는 정공법으로 해결하라는 말 안 해줄 거예요. 그러면 안 팔리거든요. 자신만의 지름길이 있다고 하겠지요. 무설탕 플레인 잉글리시에서 설탕 안치고 담백하게 말씀드려요. 해결책은 정공법이에요.


다음 글에서 단어 이야기 조금 더 풀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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