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금요일 내 인생 세 번째 전신마취 수술이 예정되어 있다. 2월에 산부인과 정기검진에서 큰 병원으로 가보라는 소견을 들었고 3월에 세 곳의 대학병원에서 각기 다른 소견을 들었다. 계속 지켜볼 것인가, 약물 치료를 시도해 볼 것인가, 수술을 할 것인가의 기로에서 나는 고민했다. 결국, 수술을 미룰 수 있을 뿐 언젠간 해야 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이왕 해야 한다면 병이 더 진행되기 전에, 회복을 위해서라도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하자 결심했다.
수술 날짜를 잡기 위해 만난 병원 코디는 스케줄표를 확인하고 이내 들뜬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수술 예약이 정말 많이 밀려있는데 운이 좋으시네요. 취소된 건들이 있어 다음 달에 바로 수술이 가능합니다. 가장 빠른 날짜로 잡아드릴까요?”
그러나 나는 잠시 고민하다 5월 말쯤 수술하고 싶다고 했다. 나의 대답에 의아해하며 그녀가 되물었다. “두 달 뒤요? 보통은 하루라도 빨리 수술하시겠다고 하는데 무슨 사정이라도 있으신가요? “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한시가 급한 수술은 아니죠? 너무 좋은 계절이라 좀 놀고 하려고요. 4, 5월은 뭐랄까 연휴도 많고 그냥 바라만보기엔 너무 아쉽잖아요. “
“아. 네. 그때 하셔도 되지만… 어, 네. 그러시죠.”
정말 나 같은 환자는 처음인 건가. 아직까지 황당한 듯 말을 버벅거리던 그녀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아무튼 그렇게 번 두 달의 시간 동안 예정되어 있던 시부모님과의 일본 여행을 다녀왔고, 난생처음 가본 워터파크에서 아들과 신나는 시간을 보냈고, 고마웠던 분들을 초대해 저녁식사도 함께 했고, 걱정 됐지만 미뤄왔던 친정 엄마의 건강 상태도 체크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봄의 정원이 주는 기쁨을 흠뻑 누리며 주택에서의 첫봄을 원 없이 만끽했다.
이제 입원일이 내일로 다가왔다. 그리고 지금 나는 pcr 검사를 받기 위해 보건소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이 글을 적고 있다. 검사를 마치고 나면 집으로 돌아가 체크리스트에 적힌 입원 준비물을 챙길 것이다. 그리고 그 후엔 며칠 여행을 떠나는 마음으로 사골국 대신 남편이 좋아하는 전을 잔뜩 부쳐 놓을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