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
어릴 적 롤러스케이트를 배울 때도, 자전거를 배울 때도 아빠의 가르침은 이 한마디가 전부였다. 그저 깨지고 넘어짐을 반복하다 보면 저절로 익숙해지리라 믿으셨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방법으로 곧잘 체득했던 동생과 다르게 나는 넘어질까 무서워 시도조차 못하는 아이였다. 그렇게 40이 넘은 지금까지 자전거와 롤러스케이트를 타지 못하는 어른으로 성장했다.
나의 아들 역시 타고난 성격이 조심스러운 데다, 이런 날 닮은 건지 뭐든 시작이 어렵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쌩쌩 달리는 주변 아이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면서도 선뜻 시작하려고 들질 않는다. 그때마다 이제 준비가 되었나 싶어 물어도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 뿐이었다.
그러다 오늘 아침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 아직 자전거 못 타는 거 알지? 근데 너와 함께 타고 싶어서 배워보려고 해."
"진짜요?" 놀란 눈으로 되묻는 아이에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응. 오늘 네가 학교에 가 있는 동안 열심히 연습할 테니 하교 후에 엄마랑 함께 타볼래?"
나의 제안에 잠시 망설이던 아이는 이렇게 대답했다.
"하지만 저는 발만 올려도 넘어지는걸요. 친구들은 이미 다 잘 타는데."
역시나 잘하지 못할까 봐, 이미 늦어버린 걸까 봐 망설였던 거였구나 싶었다. 그 마음이 어떤 것인지 너무도 잘 아는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엄마는 어릴 적에 시작조차 못하는 아이었거든? 그래서 마흔네 살인 지금까지 자전거를 못 타는 어른이 되었어. 이제 겨우 열 살인 너는 지금 시작하면 엄마보다 34년이나 더 오래 자전거를 탈 수 있겠다."
서둘러 가방을 들춰 매며 아이가 대답했다.
"그럼 저 없는 동안 열심히 연습하고 있어야 해요. 저도 한번 해볼래요."
그렇게 아이는 작은 희망을 품고 학교를 향해 달려갔다.
곧바로 남편을 채근하여 자전거를 끌고 동네 천변길로 향했다. 조심스레 페달 위에 발을 올리고 몇 번이고 뒤뚱이는 몸을 세우며 연신 바퀴를 굴려본다. 늘 앞서 모범을 보이는 부모는 될 수 없어도 늦더라도 함께 배우며 성장하는 부모이고 싶다. 40년을 미뤄온 첫 페달질을 가능케 한 너는, 내게 영원한 사랑이자 용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