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 120원, 130원, 140원.. 200원!"
우리 집엔 아들의 심부름 목록이 있다.
상의해서 언제든 추가도 가능하다.
그중에 지금은 개 당 10원인 빨래 개기를 하고 있다.
잠시 후, 2층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220원, 240원.. 오.. 오백 원?
엄마! 500원! 500원이에요!"
베개 커버 씌우기는 장 당 20원,
침대 커버는 100원이다.
기분 좋게 황금 돼지 저금통에 500원을 넣고
침대에 누운 아이가 말했다.
"엄마, 땀 흘리고 누우니까 더 기분이 좋아요.
뭔가 힘든데 재밌고 뿌듯해요."
" 하하, 그랬어? 지금 네가 느낀 감정은 성취감이야.
그 기분 꽤 좋지 않니?"
"네. 분명 힘든데 왜 좋지?"
"힘들지만 해내고 나면 얻을 수 있는 짜릿한 선물이지!
앞으로 그런 기분 느낄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때 평소보다 일찍 도착한
마켓 컬리 배송 알람 문자가 왔다.
자려고 누웠던 아들이
급히 1층으로 뛰어 내려가며 말한다.
"엄마, 장 본 거 냉장고에 정리하기는
돈 안 받고 그냥 하는 거예요.
성취감? 그것만 느껴도 충분할 거 같아요."
하하. 아들에게 받는 무상 서비스라니!
오늘따라 침실 창문으로 보이는
밤하늘의 별들이 더욱 반짝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