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넷 초임 교사 시절 칭찬을 받으면 부끄러워 꿀 먹은 벙어리가 되거나 과하게 아니라며 손사래를 치는 내 모습을 보고 교무부장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있다
“문 선생, 때로는 지나친 겸손이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기도 하는 거야. 문 선생이 본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까지는 내가 뭐라고 할 수 없지만, 문 선생에 대한 상대방의 마음까지 부정하지는 마. 그런 마음은 그냥 ‘감사합니다.’하고 받으면 돼.”
그날부터 ”감사합니다! “라는 말은 칭찬이 입력되면 자동 출력되는 나의 모범 답안이 되었다.
최근 SNS에 올린 몇 개의 게시물 때문에 과한 칭찬을 많이 받고 있다. 배송 실수 때문에 걸려온 상담원의 전화에 수고 많으시다고, 파이팅이라고 했던 내용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고 선한, 친절한, 지혜로운 사람일 것 같다며 만나고 싶다고 하는 사람들이 왕왕 생겨났다. 이걸 어쩌나. 선한 의도로 올린 게시물은 맞지만 그 모습이 내 전부는 아닌데.
SNS에 올린 모습은 나의 아주 일부일 뿐이다. 그것도 내 마음 중에 제일 고운 마음을 꺼내 그냥 드러내기가 두려워 한 번, 두 번, 세 번 다려 올린 것들이다. 그래서 그런 분들께 불쑥 옛날 버릇이 나오려고 한다. 자꾸만 “나 그런 사람 아니에요.”라고 격한 손사래를 치고 싶어 지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무려 20년 전, 모범 답안을 배운 사람이지 않은가. 20년 수련생답게 그에 걸맞은 답장을 보내본다.
안녕하세요?
저에게 과분한 칭찬이지만 ‘고마운 오해’ 감사합니다.
앞으로 오해가 진실이 되는 그날까지 조금씩 다정한, 선한, 따뜻한, 지혜로운, 배려심 있는 사람이 되어보겠습니다. 근데 아직은…
“저, 그런 사람 아니에요.” 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