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요란스러운 주말을 보내고 나면 일상에는 조금씩 균열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번에는 평소보다 늦게까지 이어진 음식 섭취가 소화 불량으로, 소화불량은 수면 방해로 이어졌다. 이틀째 평소보다 부족한 수면으로 익숙하던 나의 평균치 컨디션과는 거리가 영 먼 느낌이다. 이럴 땐 그냥 하던 대로 다시 하는 거다. 암만 피곤해도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것부터 시작하는 거다. 지난 월요일이 그랬듯이 영어 방송 듣고, 책 보고, 커피 마시고, 대청소하고 이불 빨고 그러는 거다. 그러고 나면 언젠가 이른 저녁 졸린 날이 올 거고, 그럼 다시 일찍 자는 거다.
습관이란 게 뭘까 생각해 본다. 의지 없이, 저절로, 익숙하게 등의 말이 떠오른다. 누군가 물었다. 이제 살은 그만 빼도 될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열심히 운동하냐고. 나는 대답했다. 이제 습관이 돼서. 그냥 하는 거야. 새벽 루틴도 마찬가지다. 영어 단어 하나 들어오지 않는 날도 있고, 책을 다섯 장도 못 읽는 날도 있다. 그래도 그냥 하는 거다. 익숙해서, 그게 편해져서. 그러다가 좋아져서.
내가 수영장에 가는 시간은 주로 아쿠아로빅 수업이 있는 시간이다. 그 시간대엔 나를 포함한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60대 이상의 어르신들이 오시는데, 내가 무슨 요일에 가던지 어김없이 물살을 가르고 계신 익숙한 얼굴들이 있다. 그중에는 휠체어를 타고 오시는 분, 지팡이를 짚고 힘겹게 한 발씩 내디디시는 분, 하반신이 불편하신지 상체만 이용해서 수영을 하시는 분도 계신다. 나는 그 성실함이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자, 삶에 대한 정성스러운 태도 같다고 여긴다. 변함없이 꿋꿋한 움직임과 당당한 표정을 마주하며 생각한다. 어쩌면 자존감이란, 습관이라 불리는 (너무 익숙해서 소소한) 나와의 약속들에 대한 신의가 쌓여가며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물 흐르듯 유익한 습관을 쌓아가며, 나는 내게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