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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달 Apr 15. 2023

차 안 사고 세계 여행

나는 뚜벅이다. 그래서 평일에는 주로 걷고 버스나 택시를 이용하기도 한다. 집 짓는 비용에 보태기 위해 차 한 대를 처분하며 언젠가 다시 사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워낙에 집순이인 내가 집 반경 몇 킬로를 벗어나는 일이 많지 않은 데다 걷는 것 또한 좋아해서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려나던 참이었다. 게다가 무엇이든 바로 얻을 수 있고 해결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아이에게 약간의 불편함과 번거로움을 선물하고 싶기도 했다.


그러나 그걸 바라보는 남편은 늘 마음 편치 않아 했고 하루빨리 경차라도 구입하자고 했다. 평일에 차 쓸 일을 최대한 만들지 않으니 아이의 활동 반경이 제한적이 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런데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나는 엉뚱하게도 이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여보, 그 차 살 돈 말이야. 다른데 쓰면 안 될까?”

“어디 쓰게?”

“네 바퀴로 편하게 다니는 것도 좋지만 두 다리로 조금은 불편한 경험을 사서 하고 싶어. “

“뭔 소리야?”

“경험이 제한적인 게 걱정된다면 차라리 그 돈으로 아들이랑 세계 여행 할래! 방학 때마다 나랑 아들 외국에 보내줘! 항공권은 저가항공이나 프로모션, 숙박은 민박이나 에어비앤비 이용할게. 가까운 나라부터 일주일로 한번 시작해 보는 거 어때? “

“어?”

“당신은 휴가 내고 중간에 합류해도 되고 여건 되면 처음부터 함께 하고! 동의한다면 나 오늘부터 영어공부 한다! “


아직 남편의 확답이 있지도 않았고 이 충동적인 제안이 실행으로 이어질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수없이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외면해 왔던 내 인생의 숙제! (였지만 남편에게 기대어 더 미룰 생각이었던) 영어공부를 해야 하는 당면한 목표가 생겼다.


젊을 때(?) 그리 못 살아서 한이라도 맺힌 건가. 나이가들수록 예측할 수 없는 삶은 늘 나를 가슴 뛰게 한다. 그래서 이번엔 이 구실 덕분에 작심삼일을 넘어설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그 차 살 돈, 그러니까 나와 아들의 세계 여행 비용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그래도 그 언젠가를 위해 롸잇나우, 고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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