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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뜰날 Nov 16. 2022

하루. 살이

순간의 힘.

일기가 쌓여간다. 요즘엔 하루에 일기를 여러 번 쓰는 날이 많다.


일기를 쓴다는 것은  그만큼 마음이 어지러웠다는 것, 혹은 내 맘을 나도 잘 몰라 일단 글로 욕이라도 내뱉어 보기 위함이다.


그런 글이기에 브런치 옮겨서 발행은 못하고 쌓여만 간다;;

그냥 일기처럼 마구 갈겨쓴 글을 발행하고 구독자들의 반응을 직접 지켜보는 것도 아마추어로써 좋을지도 모르는데.


하지 못하는 건 남에게 보여줄 용기가 없거나, 게으르거나 일지도.


내 내면과 친해지기 위해 스스로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수단으로 시작한 감정일기가 이제는 내 마음의 산소호흡기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평생 갖고 가야 할 습관을 만든 느낌이다.


몇 년 후쯤에 내 일기를 보면서 내 삶을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다.


정신없이 육아를 하는 많은 시간을 세세히 기억하진 못하지만 불쾌하고, 섭섭하고, 허탈하고, 후회됐던 것들을 다 일기에 쏟아내는 시간을 갖는다.


그러고 나면 마음 저 아래에서 부정적 감정에 가려져있던 기쁘고, 푸근하고,  재미있고, 사랑스럽고, 훈훈했던 시간들도 조용히 올라오곤 한다.


일기로 마무리를 못하는 날은 다른 부정적 감정에 사로잡혀 좋은 감정이 있었는지도 모르게 하루가 삭제되는 기분이다.


허무한 하루가 지나고 마지막 그 순간의 격한 감정이 하루를 통째로 삼켜버린다.


통째로 삼켜진 하루는 소화가 덜 된 채로, 다음 날 아침을 맞이한다.


그런 날은 아침부터 기분이 별로다.


힘겨웠던 하루에도 한 번쯤 아이들과 웃었던 그 시간을 생각해보는 것.


아이들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힘들고 괴로웠던 시간 안에서도 아이들과 안았던 따뜻한 느낌을 기억해 내는 것.

 

무기력했던 나의 하루에도 커피를 마시면서 편안했던 시간이나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내 귀를 즐겁게 해 준 시간들을 기억해 내는 것.


그런 시간을 자주 가져야겠다. 더 많이 기억해야겠다. 그런 소소한 시간들이 결국엔 엄마로 사는 내 마음에 힘을 주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순간의 합으로 이뤄진 하루가 쌓여 인생이 되는 거라면, 나의 소소한 마음 또한 놓치지 않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 인생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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