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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지나면 추억

아침 소동

by 마음코치

아직 1학년인 아이의 초등학교 등굣길을 손을 잡고 같이 다니고 있다.

3학년인 누나는 이미 혼자 다닐 수 있지만, 내 주머니 안에 있는 두 아이의

손을 잡고 있으면,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가 좋다.


'이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은 또 제 각각 혼자 나 없이 다니는 시기가 오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 손을 잡고 있는 이 시간이 가는 게 아까운 마음까지 든다.





a-xin-ROxU_P-qAa8-unsplash.jpg?type=w1 Unsplash의 A xin


" 늦었다~ 서두르자~"


두 아이의 등교준비는 결코 순탄치 않다. 꼭 언성이 한 번씩은 높아지는 것 같고 딸인 큰아이는 코디를 맞춰보느라 옷을 몇 번씩 갈아입느라 늦고, 작은아이는 태권도 시범을 바쁜 아침에 엄마에게 꼭 보여주고 나가겠다고, 양치와 옷 갈아입는 것을 뒷전으로 미루다, 결국 나가기 직전에 부랴부랴 옷을 입는다.


화내지 말자는 마음의 약속을 매일 하지만 매일 어기는 엄마는 나뿐만이 아니겠지.

나의 표정은 굳어지고, 눈빛은 날카로워지는 순간을 거의 매일같이 마주한다.


그렇게 작은 전쟁을 치르고 현관문 밖에 엘리베이터를 타는 순간, 내 마음에서 작은 해방감이 올라온다.

어찌어찌 다 준비를 해서 나왔다는 후련함과 그래도 아주 큰소리를 내지 않아 다행이다라는 안도감이 섞인 기분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지하 주차장으로 나가는 길.


나는 주차장이 위험하고 아직 아침은 춥다는 핑계로, 두 아이의 손을 잡아 내 옷 주머니에 넣었다.

겨울도 아니고, 많이 춥지도 않은 , 4월의 벚꽃이 피어있는 봄인데!


어쩌면 나는 아침 시간에 좀 더 친절하지 못한 것에,

조금 언성이 높아지고 눈이 매서웠던 것에,

미안함을 전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주머니에 넣은 아이들의 작은 손을 더 꼬~옥 잡으면서 말이다.





오늘은 셋이 걸어가며 끝말잇기를 했다.


똑똑한 큰아이는 동생의 [단무지]를 받고 곧 [지뢰]라는 단어로 재치 있게 맞받아쳤다. 작은아이는 졌다는 걸 안순간, 억울한 눈빛을 나에게 보내고, 큰아이는 자기가 이겼다고 나와 눈을 마주치며 빙긋 웃어 보인다.


심판인 나는, 그새 큰아이와 눈빛교환 (동생 한번 봐주자~)을 통해 단어를 바꿔보자고 제안하고, 마음이 넓은

큰아이는 [지하]로 단어를 바꿔주었다.

그렇게 셋이서 재밌고 즐겁게 끝말잇기를 하며 학교에 도착했다. 그리고 웃는 얼굴로 아이들과 헤어졌다.


매일 반복되는 아침의 소동 속에서 작은 다툼을 기억하기보다, 웃음으로 헤어지는 마무리가 어쩌면 나의 일상을 더 살만하게 만들어준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지나간 아침이었지만,

함께 손잡고 걸었던 오늘 같은 소소함이 나중에 더 소중한 추억이 된다는 것을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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