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스킬
평범한 주말 아침.
내가 남편에게 물었다.
“오늘 뭐 먹지?”
주말 아침 메뉴는, 이제 남편 담당이 된 지 오래다.
나보다 요리를 더 잘하고, 또 좋아하는 사람.
아이들뿐만 아니라, 내가 툭 던지는 메뉴까지도 척척 해내는 사람.
덕분에 주말만 되면 나는 꽤 요리다운 요리를 맛보는 호사를 누린다.
그날은 집에는 마땅한 재료가 없었다.
아이들 아침을 챙겨주던 남편이 내게 물었다.
“뭐 먹고 싶어?”
“베이글!”
내가 대답하고 나서도 웃음이 났다.
평소에 잘 먹지도 않는 베이글.
좋아하지도 않아서 냉동실 구석에도 없는 베이글.
왜 하필 그거였을까? 머릿속에서 그냥 나온 말이었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그렇게 먹고 싶은 건 또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국 아침은 대충 반찬 몇 개로 해결했다.
그리고 나는 머릿속에서 베이글을 잊었다.
아,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잊었는데 남편은 아니었던 것 같다.
저녁 무렵, 남편이 갑자기 빵 반죽을 시작했다.
아이들 간식으로 가끔 머핀이나 마들렌을 굽는 사람이기에 그날도 그럴 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애들 빵 만들려고?”
“아니, 당신 베이글 먹고 싶다며?”
남편이 말하며 당연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순간, 가슴에 따뜻한 무언가가 올라왔다.
내가 무심히 툭 내뱉었던 말이, 심지어 나조차 잊었던 것을
남편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다는 것.
그것이 한편으론 놀랍기도, 따뜻하기도 했다.
누군가 우리 부부의 비결을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 같다.
“한 명이 잊은 것을 다른 한 명이 기억해 주는 것.”
그러면 꽤 좋은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고 말이다.
베이글을 맛있게 먹은 나는 남편의 다음 낚시 여행 일정에 쿨하게 허락해 줬다.
(아, 물론 낚시를 위해 베이글을 구운 건 절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작은 배려가 쌓이면 그 사람의 홀로 떠나는 시간을 기꺼이 허락할 수 있게 된다는 것. 이게 핵심이다.)
그리고
10년쯤 함께 살다 보니 또 하나 배운 게 있다.
서로의 다름도 인정해 줘야 한다는 것. (나는 낚시 절대 싫어, 혼자가,,)
그리고 그걸 깨닫는 순간, 베이글 하나에도 웃음이 나는 일상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