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첫 번째 도전을 축하해!
그 사이 우리 가족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나는 새로운 직장에 출근하게 되었고, 우리 가족은 이사를 했고, 큰 아이는 중학교에 입학했고, 막내는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갔다. 큰 아이는 원래 학급회장을 여러 번 해왔기에 이번에도 한다고 하는 것이 새삼스럽지 않았다. 그런데, 웬일로 명예욕이라고는 1도 없는 것 같았던 우리 막내가 반장선거에 나가보겠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막내는 이사를 며칠 앞두고 이렇게 이야기했었다.
아빠, 나 아빠하고 논의할 게 있어요.
나 지금 다니는 학교 1주일만 더 다니면 안 돼요?
헤어짐이 힘들어 친구들과 하루라도 더 보내려던 아이가 새로운 학교에서 반장선거에 나가보겠다니, 대견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매번 자기는 이제 10대라고 하더니 이제 정말 훌쩍 자랐구나..
반장선거 하루 전. 퇴근하고 집에 와보니 이미 식탁에는 반장선거 후보자로서 발표할 공약이 적혀있었다. 혼자서 두 가지는 썼는데 하나를 더 생각해야 한다기에 우리는 가족회의를 열었다. 엄마 아빠 첫째 모두 의견을 내고, 막내가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본인의 마지막 공약을 정했다. 그리고 두 번의 발표 연습이 이어졌다. 또박또박 자신의 공약을 이야기하는 막내를 보고 있자니 눈에서는 꿀이 뚝뚝 떨어지고, 입꼬리는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간다. 자. 이제 준비 완료!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반장선거 당일이 되었다. 오전 내내 막내의 반장선거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아이들끼리 공약을 발표하는 모습이 그려서 웃음이 나기도, 혹시 바라는 대로 되지 않으면 아이가 얼마나 실망을 할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교 시간이 되고, 막내가 집으로 돌아왔다. 문을 여는 소리, 신발 벗는 모습만 보아도 결과를 알 것 같았다. 아이는 축 처진 어깨를 하고 자기 방에 들어가더니 이불을 덮어쓰고 울기 시작했다. 옆으로 가서 아이를 안아주었다.
나 2표밖에 못 받았어. 많이 받은 아이는 15표도 받았는데...
전학을 가서 4일 만에 진행된 반장선거이다. 다른 아이들은 2년이나 같이 학교 생활을 했으니 객관적으로 불리한 조건이었다. 하지만 그건 그 아이에게 전혀 위로가 안 되는 듯했다. 혼자 마음을 다독일 시간을 가진 아이는 조금씩 기분이 나아지기 시작했다. 그날 저녁 남편과 나는 아이에게 이렇게 메시지를 보냈다.
아빠는 결과보다 네가 아직 친구들과 많이 친하지도 않은데
도전한 게 너무너무너무*100000000000 자랑스러워.
도전해 보았다는 건 결과와 상관없이 축하할 일이야.
너의 도전을 축하해!
아이는 고맙고 사랑하는 말로 우리에게 화답해 주었다. 끝까지 멋있네 이 녀석 ^^
오늘 저녁, '막내의 첫 번째 시련'을 축하하는 가족 외식을 했다. 아이가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두려움 없이 도전하고, 빠르게 실패하고, 그 과정을 통해 더 많은 걸 배우는 삶을 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