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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 Apr 06. 2023

내가 방법을 찾았어!

그래 모든 상황에는 방법이 있지?

다섯살 둘째는 평소 붙임성이 매우 좋고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사교성도 좋은 편이다. 하지만 무언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는 고집쟁이로 돌변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지만…) 네 살부터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아주 가끔 일곱살인 첫째를 때렸는데 요 근래 첫째를 때리는 빈도가 늘어났다. 몇 달 동안 육아서적을 읽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았지만 둘째의 고집이 점점 세지는 것이 느껴졌다. 최후의 방법이었던 육아지원센터 육아상담을 신청했다. 그리고 첫 번째 회기에서 상담사님께 지금 현재 상황을 공유했다. 현재 상황을 이야기하고 상담사님에게서 첫 번째 가설과 솔루션을 듣고 헤어졌다.


상담을 통해서 둘째의 고집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았던 부분들을 깨닫게 되어서  둘째가 고집부리는 부분에 대해서는 협의의 여지가 없음을 단호하게 알리기 시작했다. 며 칠째 둘째도 나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상담 후 이루어지는 모든 상황과 대화는 매일 밤 아이들이 잠들고 난 후 남편과 공유한다.


상담 후 하루가 지난날, 둘째가 유치원에서 가져온 포켓몬스터가 프린트된 종이가 문제가 되었다. 둘째가 포켓몬스터 캐릭터가 그려진 색칠공부종이를 가지고 왔는데 첫째가 색칠을 해버린 거다. 이것을 본 둘째가 속상해졌다. 첫째가 둘째에게 계속 사과를 하고 엄마가 속상하겠다고 공감을 해줘도 둘째의 속상함은 풀리지 않았다. (당연한 일) 둘째는 어떤 회유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 이전처럼 돌려놓으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 와중에 종이는 조금 찢어지고 둘째는 더 화가났다. 똑같은 그림으로 프린트를 해주겠다고 해도 통하지 않아서 속상한 마음은 알지만 이제 어쩔 수 없다는 걸 알려주고 예전에 둘째도 언니 거에 낙서를 했는데 언니도 용서해 주었던 일을 설명해 주었지만 통하지 않았다. 어찌어찌 울면서 그날은 잠들었는데 이틀이 지난날 자신이 세워놓은 포켓몬스터 피겨를 언니가 쓰러트리며 다시 포켓몬스터 프린트 일을 꺼냈다. 설명을 해줘도 떼를 쓰길래 예전에 세아가 낙서를 했던 종이를 가져와서 이걸 먼저 지워보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둘째가 이것저것 핑계를 대길래 ”oo도 종이에 해버린 낙서를 지울 수 없다는 걸 알지? “라고 물어보니 사실 안다고 말한다. 그런데 왜 떼를 쓰냐고 물어봐도 다시 되돌려놓으라고 말한다. 


그래서 둘째에게도 둘째가 언니 물건에 해놓은 낙서를 지워보라고 말하니 지울 수 있다며 지우개를 찾았다. “그럼 지워봐” 라고 말하고 첫째와 둘째를 방에 남겨두고 나왔다. 잠시 나간 사이, 첫째가 둘째를 도와주었나보다. 둘째의 마음이 풀리고 다시 평화의 시간이 찾아왔다. 


평화가 시작되자마나 곧 자야하는 시간이 되었다. 금요일이기도 하고 자녀가 협동하는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너희가 힘을 합해서 지우고 있는 거야?? 어쩔 수 없이 놀 시간을 늘려줘야겠군”이라고 말했더니 자매가 거울처럼 똑같이 밝은 미소를 보이며 자국 지우기놀이에 적극적으로 몰입했다. 


잠자리에 들 시간보다 40분이나 늦게 잠자리에 들었지만 자매의 마음이 많이 풀린 듯했다. 그러자 둘째가 자신의 베개 밑에 두었던 포켓몬 프린터를 보더니 (찢어지고 첫째가 색칠한) “아! 방법이 떠올랐다”라고 말한다. 내가 무슨 방법?이라고 물어봤더니 “ 찢어진 건 테이프로 붙이면 되고 색칠은 위에 내가 다시 하면 되잖아! 그럼 언니가 색칠한 색깔이 안 보이지 않을까? “라고 말했다. 타협의 여지가 없던 둘째가 언니와의 시간으로 마음이 풀린 거다. 그래서 엄마는 아주 놀라며 ”드디어 방법을 찾은 거야? 진짜 대단하다. 이 방법도 있는 걸 둘째가 스스로 깨달았구나! 대단해! “라고 말해주었더니 첫째도 “둘째가 내가 말 안 해줬는데 알았어!! 나 알고 있었는데 말 안 해줬는데 ~ 어떻게 스스로 알았지?” 라며 같이 놀라주었다. 둘째는 아주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뿌듯한 표정으로 "내가 방법을 찾았어!"라며 다시 한번 더 자신이 이 방법을 생각하게 된 경로를 설명했다. 그래서 “맞아. 모든 상황에 방법이 있는데 둘째가 드디어 방법을 찾기 시작했구나! “라고 말해주니 둘째가 만족하며 잠자리에 누웠다. 밤에는 그림책 대신 불 끄고 동화 한 편(황새가 된 왕자님)을 이야기해 주었다. 한창 떼를 썼던지라 둘째는 동화이야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아이를 재우고 방문을 닫으며 다양한 방법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것은 아이뿐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지금보다 노련하고 현명하게 대처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와 이렇게 사소한 씨름을 할 때마다 엄마도 좋은 방법이 뿅하고 생각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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