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하지 말고…
가끔 수다꼭지가 고장 날 때가 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들 앞에서는 유독 그런 편입니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해서 말하는 걸 안 좋아할 것 같지만, 사람만 만나면 수다꼭지가 풀립니다. 제 오랜 관계, 혹은 영혼이 통하는 관계들을 만나면 대부분 수다꼭지를 콸콸 틉니다. 어떨 때는 전쟁을 방불케 합니다. 창과 방패의 싸움처럼 수다가 이어집니다. 달리는 말처럼 ‘다닥다닥’ 달립니다. 긴장을 놓칠 수 없습니다. 수다꼭지가 콸콸 나오는 모임에서는 이 순간을 놓치면 주제는 이미 저만치 떠나가 버립니다. 얼마나 아쉽게요. 지나간 주제를 붙잡아 오는 것은 하수입니다. 곧장 지금의 주제에 집중할 수 있어야 중수입니다.
수다꼭지 콸콸 모임에서 고수는 필요 없습니다. 고수는 상대에게 질문하고 경청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고수는 되기 힘듭니다. 듣고만 있는 사람들은 많지만, 질문하고 이끌며 적극적으로 경청하기는 힘듭니다. 저는 한창 수다가 진행될 때 중수가 좋습니다. ‘다닥다닥’ 멈추지 않는 말처럼 달리는 수다가 재미있습니다. ‘어!’ , ’어!‘ 가 난무합니다. (* ’어!‘ : ‘ 나도 그런 일 있었는데’라는 부산의 줄임말)
이런 관계에 익숙해진 저는 가끔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수다꼭지를 틉니다. 사실 제가 틀었다기보다 틀립니다. (수리 좀 해야겠습니다) 평소 수다 떨던 대로 이 주제, 저 주제 막 던집니다. 분명 수다의 중수들과 함께하면 어떤 주제든 다 받아치는데 수다꼭지가 고장 나지 않은 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주제에만 반응합니다. 수다의 쨉만 많이 날리고 돌아온 날은 왠지 찝찝합니다. 이 주제, 저 주제 두서없이 날리는 푼수가 된 것 같습니다. 그런 날이면 다짐을 합니다. 이제 말을 하지 말아야겠다… 하고요.
제가 던진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참 이상한 사람이 된 것 같기도 합니다만 사람을 만나면 수다꼭지 콸콸 틀던 감각을 잊을 수 없습니다. 이제 좀 자제해야겠습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절제’를 잘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어른은 사람에 따라 다르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사실 옛 성인들도 이미 글로 좋은 교훈을 남겨주었습니다
침묵은 금이다
저는 금을 잠시 내려놓았나 봅니다. 다시 금을 들어야겠습니다. 어른이 되면 기억할 것도, 참아야 하는 것도 들어야 하는 것도 많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절제할 때 원하는 아름다움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저도 나름대로의 목표가 있거든요. 멋지고 아름다운 어른이 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제 안의 ‘장난기’가 언제고 철들 것 같지는 않지만, 장난기 있는 멋진 어른도 분명히 있을 테니까요. 여전히 성찰하고 조금 더 나아지는 오늘입니다.
그런데 고수님들, 수다꼭지는 어떻게 잠그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