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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리 May 28. 2017

책을 쓰던 어느 날

'프랑스식 결혼생활'을 펴내는 마음

쟝과 함께 워터파크를 갔다. 파도타기 순서를 기다리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을 따라 쟝의 손을 잡고 섰다. 나는 신이 나 있었고, 고개를 돌려 곁에 있는 쟝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오늘따라 이 남자 키가 작아 보인다.


'뭐야, 쟝의 키가 190cm인데, 이건 170밖에 안되잖아?'


"어머, 자기야. 그동안 깔창 깔았어?"


놀라서 사실을 추궁하자 그가 난감한 표정으로 대답을 하지 않는다. 게다가 눈과 머리색이 갈색이 아니다. 검은색이네? 사실 그는 프랑스 남자도 아니었다. 검고 짙은 눈썹의 한국 남자가 내 질문의 대답을 회피하며 뜻을 알 수 없는 미소만 짓더니 어느 순간 도망을 가 버렸다.


'이건, 사기야! 우리 바로 어제 혼인 신고를 했는데 어떡하지? 혼인 취소를 해야 해. 일주일 안에는 가능하다고 했어. 그런데 부모님께는 뭐라고 말씀드리지? 뱃속의 아이는?'


그런 고민을 하면서 절망에 빠져있는데 꿈에서 깨어났다.


헉... 현실이 아니다.

꿈의 유일한 진실은 우리가 어제 혼인 신고를 했고, 내가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뿐이다. 친구들과 함께 구청에 가서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대며 왁자지껄하게 신고를 하고는 맥주를 곁들어 저녁을 먹었다. 쟝과 나는 서로에게 "Felicitation! 자기 나랑 결혼한 걸 축하해!"하고 농담을 던지며 즐거워했다. 약간 고삐가 풀린 듯 쾌활한 저녁이었다. 게다가 나는 쟝을 만나고 결혼을 하는 것에 대해 단 한순간도 망설인 일이 없다. 그의 연인이 된 바로 그 순간부터 우리가 늘 함께 할 거란 확신이 있었다.


그런데 나의 무의식에는 내가 몰랐던 불안감이 있었던 것일까. 쟝에 대한 불안감이 아니라, 삶 속에서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꿈으로 보였던 것 같다. 그리고 과거의 상처가 꿈속의 나에게 '조심해. 인생은 늘 행복하지 않아.'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잠을 들 수가 없었다. 나우리의 글을 꺼내어 다시 읽었다. 눈물이 흐른다.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과 평생을 약속하고 싶은 애절한 마음..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나도 그래.' 곁에 잠들어 있는 쟝에게 키스하고 침대를 빠져나왔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난 다시 불행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인생이란 늘 기쁠 수만은 없다. 그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지금의 나는 행복에 겨운 하루하루를 살고 있지만 갈등, 질병, 이별 등 원치 않는 슬픔이 언젠가 또다시 찾아올 것이다. 담담하게 받아들이려 노력하겠지만, 한편으로는 두렵다. 그리고 그게 인생이라고 다시 받아들이며 의연하고자 노력한다.


지난 1년 동안 글을 쓰면서 우리가 하고자 했던 노력은 '용기를 갖는 것'이었다. 용기를 내서 나도 몰랐던 나를 들여다보고, 그걸 솔직하게 글로 표현하는 것. 난 우리 책의 시작이자 끝은 용기라고 정의한다. 용기를 내자 열정이 샘솟았고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었다.


막무가내였던 20대, 설익었던 30대 초반을 지나 무르익어가고 있는 지금의 우리가 40대가 되기 직전에 할 수 있었던 가장 현명한 일이 바로 이 책을 쓴 것이라고 자부하고 싶다. 진실된 관계를 위해서는 나와 네가 서로를 내보이고 교류하고 공감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가식이라는 가면을 쓰고 사는 손쉬운 길을 선택한다. 다만 우린 그 길을 벗어나고자 애를 썼던 것뿐이다. 나를 감추고 사는 쉬운 길보다는 나를 내보이는 험난한 길을 택했지만 거긴 희로애락과 받아들임, 용서와 치유, 용기가 있었다. 그러기에 후회하지 않는다.




2017년의 1월의 어느 날

by 나우리 나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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