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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리 Jun 11. 2017

친구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며

프랑스의 이나에게


공항으로 향하던 시간의 네 모습을 상상해 본다. 눈은 퉁퉁 붓고 목소리는 잠겼지만 눈빛은 살아있겠지. 한국을 떠나는 발걸음이 가볍다는 말에 기뻤어. 그만큼 네가 이 곳에서 이루고 간 것들이 많다는 의미일 테니.


우리집에도 너의 흔적들이 많이 남아있더라. 앙뚜안과 네가 준 침대는 쟝이 조립했고 애나가 그 위에서 잠을 자기 시작했어. 마고가 입던 옷과 신발들은 아직도 정리되지 못한 채 방바닥에 놓여있는데 하나하나 꺼내서 구경하려던 참이야. 네가 만든 옷들은 어찌나 예쁜지! 이 옷들을 우리 애나가 마고 못지않게 예쁘게 입어야 할 텐데.



마로 레오폴의 침대-이젠 애나가
이나의 작품들



너희가 놓고 간 아기 침대와 옷들을 보면서 이나 네가 한국에서의 6년 동안 참 많은 일을 하고 간다는 생각을 했어. 배불러 한국에 와서 아이를 둘 낳고 키워내다니 얼마나 대단한 일이야! 게다가 네 브랜드를 만들어 사업까지 했잖아. 이젠 책까지 내버렸어. 정말 대단하다 이나! 멋지다! 박수 쳐주고 싶다.



내가 아는 이나는 집중력이 강하고 미적인 센스와 열정, 섹시함으로 넘치는 여자야. 너의 그런 매력이 우리 책에 마음껏 담겨서 너무 감사해. 너의 감성적인 글들과 세련된 감각이 <프랑스식 결혼생활>을 더 멋지게 만든 것 같아. 




사실 우리가 알고 지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아. 내가 쟝을 만난 후니까 고작 2년. 책을 쓰면서 급속도로 친해졌고 서로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지. 그 가운데 갈등은 얼마나 많이 생겼니! 다행히 우린 위기를 극복해 나갔어. 특히 책을 만들면서 가장 예민했던 순간에, 서로를 오해하고 미워할 수도 있었을 시기를 슬기롭게 잘 풀어나간 것 같아. 이제는 서로의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까지도 너무 잘 알게 되었고, 끌어안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뒤돌아보니 너무나 뿌듯해. 삶에서 너무나 중요한 친구라는 존재가 때론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함께해서 미치도록 즐거울 수도 있다는 걸 배웠어. 한 번 뿐인 이번 생에, 함께 해서 짜릿한 친구가 되어 주어 기쁘다. 


우리집 담벼락, 이나의 작품 '희망의 민들레'


물론 우리에게 조금 더 긴 시간이 주어졌으면 얼마나 좋을까 원망도 했어. 이제 한 단계 넘어섰는데. 우리가 함께 성취하고 기쁨을 나누기가 무섭게 너는 떠나는구나. 아쉽다. 많이. 그래서 더 마음이 힘들기도 하다. 너랑 더 많이 즐거워하고 웃을걸. 어리석은 나는 늘 뒤늦게 후회한다.


지금 이 순간 넌 프랑스에, 난 한국에 있어. 비행기로 12시간이라는 물리적인 거리가 멀게도 느껴지지만, 거리와 비례해서 그리움은 커진다고 하지 않니? 우린 늘 너를 그리워할 거야. 그리고 그리움의 무게만큼 너를 찾을 거야. 어쩌면 한국에 있을 때보다 더 귀찮다고 느낄지 몰라. 그러니 마음 단단히 먹도록 해. 네가 어디에 있든 보고 싶은 친구들이 눈에 불을 켜고 있으니. 그러니까 넌 더 잘 먹고 더 많이 사랑하며 건강하게 지내야 해. 우리가 늘 싱그러운 이나의 모습을 기억하도록.



이나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는 나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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