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관한 나우리와 남편들의 인터뷰
쟝, 앙뚜안, 기욤. 세 남자의 집에 대한 생각을 나우리가 물어보았습니다.
나금: 기욤은 조용한 산 밑의 단독주택에서 살고 있잖아. 지금 사는 집이 좋은 이유가 뭐야?
기욤: 정원이 있어서. 그리고 거실에서 농구도 할 수 있어.
나금: 농구를 한다고?
기욤: 응. 1층이라 뛰어놀아도 상관없잖아. 그래서 내가 집을 고르는 기준은 농구를 할 수 있는지 없는지야.
이나: 기욤에게 집은 마음 편하게, 내 마음대로, 뭐든 할 수 있는 공간을 의미하는 거구나.
기욤: 맞아. 일이 끝나고 돌아오면 편안하게 있고 싶어. 음악도 듣고 때론 친구들과 파티도 하고. 주변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한다면 그 집은 스트레스야.
우경: 그건 쟝도 마찬가지일 걸. 그렇지?
쟝: 맞아. 우리 프랑스인은 살기 위해서 집을 사. 한국인은 집값이 오를걸 예상하고 집을 사는 것 같아. 아메리칸 드림처럼 프렌치 드림도 집이 아주 중요해. 정원이 딸린 집과 주말에는 세차를 하고 아이들과 개가 뛰어노는 그런 장면. 우리에게는 집이 가족의 일부야.
예를 들어 우리 부모님이 사시는 집은 '가족의 집'이야. 지금은 나를 포함한 모든 형제가 분가했지만, 그 집을 중심으로 모이고 대화를 하거든. 나중에 내가 상속을 받겠지만, 그래도 난 팔 수 없어. 팔면 큰일 나. 형제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왜냐면 프랑스인에게는 "family = people + house"라는 공식이 있어. 가족은 사람과 집을 포함한다고 이야기해. 집은 우리가 아이들에게 전해줘야 하는 것들 가운데 하나이지.
나금: 가족의 중심점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일까?
쟝: 바로 그거야. 우리 이모부의 예를 들어볼게. 이모부는 아버지가 군인이셨어. 프랑스의 모든 도시와 전 세계를 돌아다니셨지. 하지만 은퇴하고 집을 사기로 결심하셨을 때 알프스에 집을 마련하셨어. 우리 부모님은 한 도시에 머물러 사시지만 이모부의 아버지는 평생 터를 옮기면서 사셨거든. 그런 분에게도 집은 매우 중요했던 거야. 시간이 흘러 이모부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집은 비게 되었지. 자식들은 어떻게 했을까?
우경: 글쎄. 한국이라면... 나눠가지기 위해서 즉시 팔았겠지?
쟝: 아마도. 이모부의 형제들은 팔지 않았어. 부모님이 돌아가셨어도 집을 유지하고자 했지. 가족의 이야기가 담긴 공간이자 중심이었으니까. 재산이기 전에 보존해야 할 가치였던 거야. 하지만 문제는 집을 관리하고 유지하는데 비용과 노력이 들어간다는 점이었어. 이모부를 제외한 모든 형제가 외국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가깝게 사는 이모부 혼자 집을 관리해야 했고, 점점 스트레스가 되었지. 형제들 가운데 그 누구도 팔기를 원치 않았지만 결국 많은 논쟁과 다툼 끝에 집을 팔았어.
나금: 싸움의 의미도 다르다. 재산을 더 많이 갖기 위해서가 아닌, 가족의 추억과 중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니. 난 쟝이 나와 결혼하기 전에 집을 구하느라 스무 군데 이상을 방문했던 게 참 인상적이었어. 옆에서 지켜보면서, '프랑스 남자와 살려면 다른 의미의 인내심이 필요하겠구나'하고 생각했지. 한국 사람과는 기준이 달랐고 또 아주 까다로웠거든.
쟝: 난 전망이 좋은 집이거나 루프탑이 있어야 해. 그게 아니라면 살고 싶지 않아. 가격도 맞아야 하고. 그래서 두 달 동안 찾아다녔었지!
나금: 맞아. 언덕 꼭대기, 산 아래에 있는 빌라의 5층 집이었어. 엘리베이터도 없어서 배가 불러오기 전에 이사 나온 게 다행이었어!
이나: 엘리베이터 없는 5층 집에 살면서 애 둘 낳아 기른 엄마 여기 있어.
우경: 앙뚜안은 회사 근처로 이사 가려고 하지 않았어?
이나: 말도 마. 그래서 회사 근처 집을 여러 군데 보러 다녔었는데 결국 안 갔잖아.
앙뚜안: 회사에서 가까워서 좋은 점도 있겠지만, 일과 가족을 절대로 구분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싫더라고. 집에서 쉬는 날에도 회사 생각난다면 그건 쉬어도 쉬는 게 아닐 테니까. 지금 내 회사에서 우리 집까지 차로 30분이 걸려. 퇴근 후 집에 오는 그 시간 동안 되도록 회사 일을 잊어버려려고 노력해. 일의 스트레스를 집까지 가지고 가고 싶지 않기 때문이지.
나금: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어때?
앙뚜안 : 완벽하진 않지만 만족해.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아파트에서 살았어. 멀리 나가지 않아도 마트며 세탁소며 다 근처에 있어서 편리하긴 했지만 되려 단지 안에 갇혀 산다는 느낌을 받았어. 주말 아침의 단 잠을 깨우는 아파트 안내 방송은 또 어떻고…. 아파트 구조가 대부분 거실을 중심으로 모이게 되어있어서 가족 구성원의 프라이버시가 지켜지지 않아. 예를 들어 아이들을 각자의 방에 재워놓고 부모끼리 시간을 보내는 것도 불가능해. 친구들을 초대해서 늦게까지 놀 수도 없고.
우경: 이제 곧 프랑스로 떠나잖아. 어떤 집을 구할 생각이야?
앙뚜안: 작더라도 정원이 있는 집. 정원은 아이들의 가장 좋은 놀이터야. 흙을 만지고 계절에 따라 바뀌는 나무들의 모습들을 자연스럽게 보면서 크지. 우리 부모님 댁 정원에는 체리나무와 헤이즐넛 나무가 있는데 어렸을 때 거기서 간식과 디저트를 해결했던 기억이 나.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런 보금자리를 선물하고 싶어. 또 친구들을 초대해서 바비큐 파티도 하고 해가 좋은 날엔 자리 깔고 누워서 햇살은 만끽할 계획이야. 이나를 위해서 수영장도 있으면 좋겠지만 당장은 불가능해.
이나: 수영장은 양보할 테니 대신 작은 텃밭을 만들어줘.
나금: 미래의 너희 집, 상상만 해도 행복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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