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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Zam Aug 15. 2017

통섭의 식탁 - 최재천

통섭의 식탁 - 최재천 교수가 초대하는 풍성한 지식의 만찬 

최재천 (지은이) | 명진출판사 | 2011-12-30

첫 인쇄가 2011년 12월 30일이라고 한다. 내가 갖고 있는 건 2012년 7월 30일, 11쇄다. 꽤 많이 팔렸다는 말이겠지?

이 책을 읽으면서 보니 책꽂이에 <인간과 동물>이라는 책도 한 권 꼽혀 있다. 아직 읽지 못했다. 이제 읽어야지. 


현재 대학 교수로, 학자로, 작가로 바쁘게 살고 있는 저자는 통섭(Consilience)이라는 커다란 화두를 우리나라에 소개한 통섭학자라고 한다. 


언젠가 서점에 진열된 이 책을 보면서 인상적인 표지 디자인에 눈길이 갔던 기억이 난다.

그때까지도 <통섭>이라는 단어가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 막연하게 "소통, 간섭" 정도의 의미일까?라는 생각만 했었다.


이 책을 읽고 내가 이해한 것이 맞다면, 모든 학문, 지식, 기술 간의 벽을 허물고 대통합을 이루는 것을 의미하는 것을 <통섭>이라고 한다. 


이 책은 최재천 교수가 읽은 56권의 책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목차를 보면 알겠지만 잘 차려진 서양 정식 풀코스를 대입해서 책을 소개한다. 

서양 음식은 처음부터 메인 요리를 뜨지 않는다.

애피타이저, 메인 코스를 거쳐 디저트까지 여러 단계를 거친다. 


이 책은 이런 코스에 책을 적절히 배치해두었다.

셰프 추천 메뉴, 애피타이저, 메인 요리, 디저트, 일품요리, 퓨전 요리까지...

소개한 책 역시 우리나라, 외국 작가들의 작품을 골고루 소개한다.

최근에 발표된 책부터 동양고전으로 꼽히는 장자 도덕경에 이르기까지 참 다양하다. 


특히 메인 요리에서 소개하는 책들은 자연, 환경에 관한 내용이 많다.

개미, 침팬지, 개, 거위, 물개, 꿀벌, 초파리 심지어 지렁이와 미생물까지...

동물을 연구한 학자들이 쓴 책, 자연환경에 관한 책을 메인 요리에 배치한 이유가 뭘까?

무엇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오염과 훼손에 대한 자각이 필요하다는 의식, 작가로서의 책임감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토록 많은 '자연, 동물, 환경'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들이 많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그렇다고 이 책이 단순하게 동물사랑, 자연보호, 환경 지키기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통섭의 식탁 뒤쪽으로 가면 일품요리, 퓨전 요리라는 특별식을 준비해두었다.

이 부분에서는 가족, 성역할, 경제학, 돈, 심지어 가장 마지막 장에서는 손암 정약전 선생이 쓰신 <현산어보>를 찾아서 생물학자 이태원 선생이 8년간 연구하며 쓴 <현산어보를 찾아서> 다섯 권을 소개하고 있다. 


일단 작가는 꽤 좋은 입담을 갖고 있나 보다. 재미있다. 책장도 술술 잘 넘어간다. 


처음 목차를 볼 때는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이런 책들을 선별했을까?'하는 궁금함이 일었다.

화폐와 지렁이가 무슨 관계가 있으며, 가족과 현산어보는 어떤 조합이란 말인가? 


그런데 마지막 장을 읽고 나서 나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인간이 살며 만나는 모든 것들, 그것이 자연환경에서 온 것이든, 아니면 인간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든...

형태가 있는 것이든 또는 단지 무형의 지혜, 지식에 관한 것이든...

모든 것은 알게 모르게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좋든 싫든 관계없이 선하든 악하든 상관없이 말이다. 


그리고 스스로 가장 똑똑한 지배자라고 자부하는 우리 인간이 만들어내는 결과물들은 항상 우리의 환경에, 심지어 결국 인간 스스로에게도 비수가 되고 독이 되어 돌아온다.

자연을 지키는 것, 동물을 사랑하는 것... 이 모두가 사실은 우리 자신을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것도 56권이나 되는 책을 이야기하며 말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책은 56권이 전부가 아니다.

각 장마다 함께 읽어야 할 책을 소개하고, 본문 내용 중에 간단하게 언급하는 책들도 많다. 


이 책을 다 읽은 게 어제, 그러니까 2013년 1월 2일이다.

다 읽자마자 다시 책을 처음부터 펼쳐 들고 소개하는 책을 모두 정리했다.

몇 개 빼먹은 게 있을지는 모르겠지다. 어쨌든 내가 헤아린 책은 모두 155권이다.

이 중 두어 권은 국내에 번역 출간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하여 나는 올해 목표를 이렇게 정했다.

<노랑잠수함, 통섭의 식탁에서 배 터지게 먹기!>

엑셀로 정리한 155권의 목록을 프린트해서 다이어리에 끼워두었다.

일단 집에 있는 책부터 시작해서 올해는 이 150여 권의 책을 모두 읽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런 목표를 세웠다고 했더니 도대체 일 년에 그 많은 책을 언제 다 읽느냐고 묻는다.

나도 솔직히 자신 없다. 그래도 도전한다.

150여 권을 읽겠다고 맘먹으면 적어도 그 절반은 읽겠지.

정말 나도 모르게 매력에 푹 빠져버리면 다 읽을 수도 있겠고... 


2013년 독서 목표를 정하게 해 준 <통섭의 식탁>은 나에게 꽤 큰 선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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