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oZam Sep 18. 2017

신문, 텔레비전의 소멸 / 사사키 도시나오

신문, 텔레비전의 소멸 - 미디어 시장의 빅뱅은 시작됐다

사사키 도시나오 / 이연 / 아카넷

내가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처음 만난 것이 1995년.

그때만 해도 전화에 연결한 모뎀을 이용해서 접속하던 방식이었다. 이미지가 조금만 많아도 한 페이지 띄우는 데에 담배 한 대 태울 시간이 필요했다.

그 당시 내가 담배를 많이 피웠던 것은 어쩌면 인터넷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때는 조금만 검색해봐도 정말 좋은 도메인도 꽤 많이 남아있었다. 등록비가 비싸서 엄두도 내지 못했지만 말이다.

그때, 난 왜 인터넷이라는 매체, 매일 사용하던 그 서비스들을 간과했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인터넷의 영향력은 막강해져 갔다.

더욱이 인터넷이 발달할수록 컴퓨터가 아닌 다른 도구를 이용해서 더 쉽고 빠르게 접속할 수 있는 방법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 책은 지금까지 대표적인 매스미디어로 손꼽는 신문과 텔레비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종합일간지라고 하면 흔히 조, 중, 동을 꼽는다. 그들 역시 자신들의 손에 쥔 막강한 권력을 마음껏 이용하고 있으며 그 권력이 떠나가지 못하도록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체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TV 역시 마찬가지이다.

공중파 3사라고 불리는 KBS, MBC, SBS가 TV 수상기를 갖고 놀던 시대는 벌써 오래전에 지났다. 지금은 케이블 TV, 위성 방송 등을 통해 다양한 채널에서 더 재미있는 방송을 보여주고 있다. 내 부모님 세대가 말하는 공전의 히트작 ‘여로’, ‘아씨’를 비롯해서 내가 보았던 ‘모래시계’와 같은 신드롬은 이제 없다. 퇴근길 차가 줄었다, 방송 시간대에 수돗물 사용량이 줄었다고 말할 정도로 히트를 친 이 작품들은 그 시절이었기에 가능했던 시청률을 보였다. 그때는 방송국에서 틀어주는 바로 그 시간이 아니면 다시 방송을 볼 수 없었다. 따라서 사람들은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TV 수상기 앞으로 달려가야만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어이없고 황당한 일이지만, 그때는 그게 당연했었다. TV를 통해 방송국이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꼭꼭 부여잡고 있던 시절이다.

당연히 그들의 힘은 막강할 수밖에 없다. 


보통 과거가 화려하면 변화에 늦게 대응하게 된다. 그 영화를 놓치려 하지 않고, 시대가 변했다는 것을 부정하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을 쓴 사사키 도시나오는 기자로 활동하다가 지금은 IT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눈에 비친 미국 언론의 위상 변화는 일본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했다.

그리고 미국보다 3년 늦게, 어김없이 그 변화가 일본을 뒤덮었다고 한다. 이제 미국이나 일본에서 종이 신문은 더 이상 권력의 중심이 아니라고 한다. 수입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줄었고, 과거 권력의 정점에서 지었던 우뚝 솟은 사옥을 매각해야 할 정도로 경영난이 심각하다고 한다.

TV 역시 큰 맥락에서는 같은 길을 걷고 있으며, 하루가 다르게 쇠락하고 있다고 한다.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인터넷이 있다.

종이 신문 대신 인터넷 사업자가 제공하는 뉴스를 읽고, TV 대신 인터넷 사업자가 제공하는 동영상을 보는 사람들, 그들이 매스미디어가 갖고 있는 힘을 차근차근 해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꽤 많이 놀랐다.

사실 이 책은 일본인이 일본의 현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미래를 논하는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에 대해 말하고 미래를 그리고 있는 것 같다.

한동안 시끌시끌했으며 지금도 잡음이 여전한 미디어 법 관련 이야기들, 종합 편성권을 둘러싼 잡음들... 우리의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일본이 거쳐 간 이야기이기도 하다. 


결국 미국에서 시작된 지 3년 만에 일본을 덮친 미디어 사태는 이제 우리나라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면 과연 이런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 책에서는 그 방법 역시 인터넷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과거와는 판이하게 달라진 정보, 전달자, 소비자 사이의 위상을 받아들이고 그 상황에서 가장 현명하게 판단하고 행동한다면 분명 길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아쉬웠던 점은 우리나라 상황과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일본의 이야기라는 점이었다. 출판사에서 그 점이 염려스러웠는지 책 말미에 국내 전문가의 글을 실었다. 보론이라는 별도의 장을 만들어 제법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이 부분까지 읽고 나야 우리나라에서는 과연 어떤 과정을 거쳐 갈 것인가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제목부터 무슨 연구 논문 같은 느낌을 주어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는데, 책장을 덮고 나니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큰 것을 얻으면 횡재했다고 표현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바로 이런 느낌을 받았다. 


소셜 네트워크로 대변되는, 아마 인류 역사상 가장 수다를 많이 떠는 시대에, 그 수다를 떨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가 매스미디어의 미래를 그릴 수 있는 키워드라는, 정말 중요한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해 준 이 책이 제법 맘에 든다. 

====================

글 쓴 날 : 2011년 3월 28일

매거진의 이전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장하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