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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Zam Sep 09. 2017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장하준

3 things they don't tell you about capitalism 

장하준,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말하다

장하준 지음 | 김희정, 안세민 옮김 | 부키


장하준 교수의 책을 읽을 때면 항상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내가 지금까지 알아왔던 것들을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그의 지적에 당황스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처음 읽었던 사다리 걷어차기가 그랬고,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그랬다.
이번에 읽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역시 그랬다.
TV에서, 신문에서, 인터넷에서 보고 들었던 경제, 미국식 자유 시장 경제가 정답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단지 수많은 경제 이론 중에서 하나일 뿐이며 그것도 가장 위험할 수 있는 경제 모델일 뿐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모두 스물세 가지의 소주제로 이루어져 있다.
각 주제를 시작할 때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이런 말은 하지 않는다.”라는 짤막한 문장으로 동전의 양면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그 짧은 문장에서 언론이 하는 말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행간에 숨겨진 내용은 어떤 것들인지 말하고 있다.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게 되면서 장하준 식 경제논리가 위험하다는 내용의 칼럼을 읽은 기억이 난다. 대략 장하준의 경제논리는 아전인수격 해석이고 현대 사회의 시장을 부정하며, 잘 모르는 대중에게 단지 그들의 입맛에 맞는 이야기만 하고 있으므로 문제가 있다는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사실 장하준 교수의 이전 작품들 역시 비슷한 맥락의 말을 하고 있다.
어쩌면 지금 우리나라가 지향하는 경제정책을 비판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내용으로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는 이 책을 한글로 쓰지 않았다. 장하준 교수의 책은 늘 영어로 발표한다. 그리고 번역은 다른 사람의 손을 탄다.
장하준 교수의 책들은 우리나라에서 더 많이 팔릴지는 모르지만, 영어 문화권에서 출판되고 팔리는 책이다.
또한 그의 책 어디에도 대한민국을 집중 공격하는 내용은 담겨있지 않다. 오히려 박정희식 독재 정치가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말도 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

문제는 우리가 지금 채택한 경제 정책이 미국식 자유 시장 경제 정책이라는 데에 있다. 흔히 시장 논리라는 말을 한다. 상품의 가격이 품질에 비해 비싸다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게 되어 자연스레 도태된다. 따라서 정책적으로 인위적으로 가격을 통제해서는 안 된다는 식이다.
하지만 늘 궁금했던 것은 이런 것이었다. 정말 그렇게 통제하지 않는 것이 옳은 것이라면, 왜 정부가 나서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생필품의 가격을 묶어두려 하는 것일까? 자유 시장 논리대로라면 노동자의 임금, 물가 등등 모든 것은 그냥 방치하면 된다는 것 아닌가?

이 책을 읽으며 제일 먼저 고개를 끄덕였던 내용은 “자유 시장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시장은 정치적이며 자유 시장조차도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역사 이래로 완벽한 자유 시장은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가 자유 시장이라고 믿는 모든 것들이 사실은 정치적으로 다양한 제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단지 그러한 규제들 중 상당수를 우리 스스로 규제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라는 부분이다.

경제 발전이 먼저냐, 사회 복지가 먼저냐를 두고 지금 정치권에서는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무상급식 시행을 두고 주민투표를 하느니 마느니 하고 있고, 이렇게 시작된 복지 논쟁이 아마도 다음 선거 때 무척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한다.

파이를 키우기 위해 혜택을 주어가면서 대기업이 돈을 벌게 해주었다. 법인세도 깎아주고, 규제도 풀어주고, 온갖 방법을 동원한 결과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그렇게 벌어들였다는 돈이 도대체 보이지 않는다. 대기업들이 벌어들인 돈은 도대체 어느 창고 한 구석에서 썩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이 책에서도 그 부분에 대해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그렇게 파이를 키워주었더니 대기업들은 그 수혜의 결과를 나누지 않고 독식하고 있다고...
그게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에, 외국에서도 그런다는 것에 그나마 위안을 얻어야 할까?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막연하게 갖고 있던 의문들, 풀리지 않던 궁금증이 제법 많이 해결되었다. 그 부분이 제일 고맙다.

이 책은 마지막을 이렇게 정리하고 있다.
“자유 시장 경제는 수많은 경제 모델 중의 하나일 뿐이다. 또한 그 운용에 있어서도 장점만큼 많은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
자유 시장 경제 논리가 마치 모든 것인 양 착각하지 말자.
그리고...
부자에게는 당근을, 빈자에게는 채찍을 휘두르는 식의 동기부여야 말로 정말 위험한 것이다.
결국 가장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 “

제일 마지막 문장이 정말 크게 다가왔다.
“이제 불편해질 때가 왔다.”

장하준 교수의 다음 책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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