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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Zam Mar 29. 2020

죽음을 바라보는 한국과 프랑스 작가의 눈

무명강사 노랑잠수함의 도서 리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죽음 그리고 임선경의 나는 마음놓고 죽었다.

죽음을 바라보는 한국과 프랑스 작가의 눈 – 무명강사 노랑잠수함의 북리뷰


 지난 해,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신작을 발표하고 우리나라를 방문했다는 기사를 보게 됐다.

 어떤 책을 냈기에 우리나라를 찾아와서 소개를 하나 궁금해서 책을 주문했고, 두 권으로 된 죽음이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을 읽은 분들은 다 아시는 내용이지만,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렇다.

 어느 날 잠에서 깨어 보니 내가 죽어 있다. 도대체 내가 왜 죽었는지 모르겠다. 내 죽음에 얽힌 비밀을 내 스스로 밝히겠다고 마음먹은 주인공은 꽤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다.

 사람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영혼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불쌍한 소설가의 영혼을 도와주는 영매가 등장하고 오래 전에 죽은 소설가의 일가친척도 등장한다.

 그렇게 자신의 죽음을 추적하던 소설가는 자신이 집필한 소설 때문에 온 우주가 나서서(?) 자신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나는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꽤나 실망했다. 어쩌면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이름이 주는 기대감이 너무 커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또는 작가가 죽음을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이는지, 그 자세가 나의 그것과 너무 달라서일지도 모르겠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죽음보다 며칠 먼저 출간된 책이 있다.

 임선경이라는 작가의 ‘나는 마음 놓고 죽었다’라는 제목의 한 권짜리 소설이다.

 이 책 역시 주인공이 죽고 난 뒤 시작한다.


 몸 약한 여자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죽었다. 그런데 그냥 덜컥 죽어 버릴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자신의 목숨과 맞바꾸다시피 한 자신의 딸이다.

 그 딸이 잘 크는지 엄마 없는 딸이라고 어디 가서 구박이나 받지는 않는지, 끼니는 잘 챙기는지 너무도 불안한 엄마는 죽어서도 딸과 남편 사이를 종종대며 따라 다닌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딸아이도 성장을 한다. 물론 그 성장을 위해 겪는 아픔이 있고 사건이 있고 눈물도 웃음도 있다.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엄마는 이제는 마음 놓고 진짜로 죽어도 되는구나 깨닫는다.


 이 책의 작가는 한국 사람이다. 게다가 나이가 나와 비슷하다. 아마 작가는 죽은 어미의 딸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을 투영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이 된 70년대의 이야기들은 작가의 아버지에게서 들은 이야기들과 자신의 기억이라고 한다.


 두 작품 각각에 대한 리뷰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오늘은 두 작품에서 만나는 죽음에 대한 작가의 인식 차이를 이야기하고 싶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프랑스 출신이다.

 프랑스라는 나라는 꽤나 낭만적인 느낌을 준다. 파리지엥이라는 단어는 단순히 파리 사람이라는 의미가 아닌 낭만적이고 우아하며 독특한 개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느낌을 줄 정도니 프랑스가 문화적으로 앞선 나라라는 인식은 꽤 오랫동안 우리에게 각인되어 있었다.

 물론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19 사태에 대처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의 인식과 많이 다르다는 걸 실시간 목도하고 있지만 말이다.


 프랑스 사람의 죽음에 대한 인식은 어떨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죽음이라는 소설을 펼쳐들면서 가졌던 궁금증이었다.

 작가 한 사람의 작품만으로 그들의 인식을 다 들여다 보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고, 소설은 재미를 포함해야 하기 때문에 과장되거나 의도적인 왜곡이 있을 수 있으므로 섣부른 판단을 할 수는 없다.

 일단 죽음이라는 책에 한정해서 말하자면 죽음 역시 꽤나 개인적인 사건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엄청난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 한다고 느꼈다.


 소설의 주인공이 자신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벌이는 온갖 행위와 이야기의 전개가 그랬고, 작가가 왜 죽었는지를 밝히는 순간에 이르러서는 솔직히 어이없다는 생각을 했다.

 오래 전 인기를 끌었던 론다 번의 시크릿이라는 책이 생각나기도 했다.


 죽음이라는 사건과 그 이후를 상상하는 작가적 상상력에 어떤 평가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이라는 걸 강조하며 말하자면 그의 상상력이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죽음과 그 이후에 대해 쓴 다른 책이 있다. 읽은지 오래돼서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타나토노트라는 작품도 비슷한 주제를 다룬 걸로 기억한다.

 죽음은 타나토노트의 내용 중에서 중요한 개념 하나를 가져와서 다시 살을 붙이고 몸집을 키워서 탄생한 책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쨌든 이 책, 죽음은 “도대체 내가 왜 죽었는데?”라고 묻는 주인공이 그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임선경 작가의 “나는 마음 놓고 죽었다”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죽음에 의문을 품지 않는다.

 그의 관심은 오로지 자신의 딸이다.

 넘어지는 아가를 잡아주지도 못하고, 셋집 주인아줌마에게 구박받을 때 나서서 엄마의 등 뒤로 딸아이를 숨겨주지도 못한다. 그렇게 마냥 지켜보고 마음 졸이기만 하던 엄마 귀신은 딱 한 번 그것도 아주 살짝 현실에 흔적을 남기는데 그것마저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한다.


 이 엄마 귀신의 이야기는 읽는 내내 이제는 팔순이 되신 내 노모를 떠올리게 했다. 엄마 귀신이 자신의 죽음보다 더 크게 의미를 부여한 대상이 자신의 딸이라는 사실은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죽어도 마음 놓고 죽지 못하는 이유는 관계의 단절과 물론 자기 자식이기는 하지만 타인에 대한 애정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죽음보다 임선경의 나는 마음 놓고 죽었다가 더 실감나게 와 닿는 이유는 아마도 내가 한국 사람이고, 작가 역시 한국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라는 말도 있지만, 죽음에 대한 관점도 우리네 정서가 나에게 더 맞는 것 같다.


 이 책, 나는 마음 놓고 죽었다가 재미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시대적 배경에 대한 꼼꼼한 표현이다.

 그 시절, 동네 초등학교 운동장이 넓은 황무지처럼 보이고, 누런 흙먼지 폴폴 풍기는 빛바랜 천연색 사진으로 기억나는 그 때의 추억을 무척이나 세밀하게 정밀묘사 하듯 표현한 작가의 표현에 감탄했다.

 동네 문방구의 덜컥거리는 미닫이문과 알록달록한 색채로 눈길을 사로잡던 온갖 잡동사니들, 다닥다닥 붙어 있던 집들과 좁은 골목길까지, 작가의 이야기에서 모두 되살아났다.


 코로나19가 온세상을 적막강산으로 만들고 있다.

 개인 간 거리는 최대한 멀리 띄워야 한단다.

 실내에서는 2미터의 간격을 유지해야 하고, 마스크를 써야 하며, 학교가 문을 열지 못하는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2월 말 이후 나 역시 모든 강의가 멈췄다.

 사실 나는 방콕을 좋아하고 혼자 노는 걸 좋아하는지라 이렇게 집에만 있는 게 그렇게 불편하거나 답답하지 않다.

 경제활동을 하지 못해 달랑거리는 통장의 잔고가 불안하지만 말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다.


 이렇게 강제 집돌이가 된 지금 나는 붓글씨 연습도 하고, 돌도장도 새기고, 2주 전부터는 일주일에 두 번씩 유튜브 스트리밍을 이용해서 온라인 강의도 하고 있다. 한동안 제대로 손에 쥐지도 못했던 책도 꺼내어 읽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몇 달 전에 읽은 책 리뷰도 한다.


 조금만 더 버티기로 했다.

 벚꽃이 피고 지는 것조차 맘 놓고 보지 못하고, 속절없이 지나가는 하루하루를 그나마 덜 아쉬워하기 위해 좀 더 다양한 책들을 읽고 소개하기로 마음먹었다.


무명강사 블로그 : http://zurl.io/lecture

무명강사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mmlecture


https://youtu.be/vgIIqKMBG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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