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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Zam Nov 14. 2020

결국 부동산이 최고인 건가?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

노랑잠수함의 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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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 (반양장) -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개정증보판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은이),김진준 (옮긴이)문학사상사2005-12-19원제 : Guns, Germs, and Steel


 약 2주에 걸쳐 총, 균, 쇠를 읽었다.

 꽤 오래 전에 읽은 기억이 있는데, 당시에는 리뷰를 쓰지도 않았고 책도 남아 있지 않아서 새로 구입했다.


 이 책은 일단 꽤나 두껍다.

 인쇄된 마지막 페이지 숫자가 751이고, 책 뒤에 실린 참고문헌을 빼도 686페이지다.


 내가 읽은 한 권으로 된 책 중에서 가장 두꺼운 책이 아마 헤로도토스의 역사였을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 천 페이지쯤 됐던 것 같은데 읽는 데 두 달쯤 걸렸던 기억이 난다. 뭔가 무척 생소한 느낌이어서 더 오래 걸렸었다.


 이렇게 두툼한 책은 사실 편하게 읽을 수가 없다.

 일단 들고 다니기 불편하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읽기 어렵다. 일부러 읽어야지! 하고 마음 먹지 않고는 어렵다는 말인데...


 조금 지저분한 느낌이 들지 모르지만 난 이 책을 화장실에서 다 읽었다!

 책상 앞에 앉으면 해야 할 일들이 있으니 맘 편하게 책장 넘길 수는 없고, 화장실에 앉아서 몇 페이지 씩 읽는 게 가장 마음 편한 독서 방법이다. 약간 난해한 책을 읽기에는 그 이상 좋은 방법은 없을 것 같다.


 TVN에서 설민석 강사가 이 책을 소개한 덕분에 이 책을 소개하는 영상이나 글들을 종종 보게 되는 것 같다. 책의 띠지 역시 방송에 소개됐음을 알리는 내용이 인쇄되어 있다.


 저자인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책 앞머리에 왜 이 책을 썼는지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1972년, 뉴기니의 정치가 얄리라는 사람을 우연히 만나게 되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가 던진 질문 때문이었다고 말이다.

 “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화물들을 발전시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어째서 우리 흑인들은 그런 화물들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


 만일 내가 이런 질문을 받았다면... “그걸 왜 저한테 물어요? 당신네 문제를...” 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이 책에서는 세월의 흐름이 상당히 크다.

 몇 백 년 정도는 대충 비슷한 시기라고 봐야 할 수준이고, 몇 천 년 역시 큰 차이는 아니며 1~2만년쯤은 돼야 뭔가 좀 이야기가 되는 정도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이야기하려니 책이 이렇게 두툼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저자는 그 오랜 시간의 흐름과 땅의 모양, 그리고 각 지역에서 자생하거나 환경에 맞게 변화한 동식물과 인간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만들어진 원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 부분을 축약해서 한 단어로 표현하면 환경결정론이라고 한다던가?

 즉, 인종별 국가별로 인간의 능력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거주하는 곳의 자연적 특성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생활양식이 다르고 거기에 아주 오랜 시간이 더해진 결과라는 설명이다.


 생각해보면 그럴 것 같다.

 TV에서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드라마를 가끔 보게 된다. 과거에 가서 잘 적응하고, 과거의 사람이 현대에 와서도 좌충우돌하며 잘 어울려 사는 모습을 그리곤 하는데...


 만일 내가 삼국시대나 그 이전의 사람을 만난다면 서로 말은 통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들의 생활방식을 배우는 것도 어려울 것 같지는 않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말이다.


 또한 미국에 정착한 가난한 나라의 이민자들이 뛰어난 능력을 보이며 부와 명예를 거머쥐는 인간 승리 드라마도 종종 본다.


 이런 걸 보면 저자의 주장이 100%까지는 모르지만 상당부분 맞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의 내용을 일일이 소개하는 건 리뷰의 길이만 길어지게 하는 것일 테니 생략하자.

 다만 이 책을 읽고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이런 것이다.


 지구라는 곳에 살고 있는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는 세월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오랜 시간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물이고, 생존 본능이라는 명제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살인과 약탈을 할 수 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


 현대 사회에서는 그나마 다양한 장치를 만들어서 이를 억제하며 버텨내고 있다는 것이 다행이랄까?


 책 제목에서 소개하는 총, 균, 쇠는 부락끼리, 나라끼리, 민족끼리 부딫히며 영역 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요소를 말한다.


 그럼 이 중 가장 궁극적인 무기는 뭘까? 저자는 단언컨대 “균”이라고 말한다.

 200명도 채 안 되는 스페인 군대가 8만명의 군대를 보유한 잉카제국을 멸망시키는 데 가장 앞에 선 것은 물론 총이다. 하지만 그들을 싹 쓸어버린 건 스페인 군인들의 몸속에서 굳건히 자리를 잡은 균이다. 잉카제국에는 스페인 군인들이 보유한 균을 이길 내성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 많은 수의 잉카제국 사람들이 다 죽어나가는 동안 스페인 군인들은 왜 잉카제국의 균이 위협이 되지 않았을까?


 간단히 말해서 잉카제국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독한 균을 보유하지 못했기 때문이며, 그 원인을 식량을 생산하는 집단과 수렵을 위주로 하는 집단의 차이로 설명한다. 식량 생산 집단은 수렵집단에 비해 인구밀도가 높고 가축을 사육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가축에게서 발생한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옮겨가서 생존할 수 있게 변이되고, 밀집도에 따라 빠르게 전파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형성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더욱 강한 균이 만들어진다는 것.


 이 책은 뒷부분에 일본에 대한 논문이 추가되어 있다. 일본을 형성하는 이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흘러 들어가서 자리를 잡게 되었는가 하는 부분을 이야기하는데, 결론만을 이야기하자면 삼국시대를 통일한 신라를 피해 달아난 고구려, 백제가 일본으로 건너가 원주민들과 함께 지금의 일본인의 원류가 된 것이라고 한다. 꽤 설득력 있는 설명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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