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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Zam Nov 27. 2020

편성준의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노랑잠수함의 북리뷰

무명강사 블로그 : http://zurl.io/lecture 

무명강사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mmlecture 


놀기를 선택한 멋진 남자가 공처가로 사는 이유, 편성준의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국민학교 시절, 내 기억으로는 꽤 친했던 친구가 있다. (그 친구도 그렇게 생각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뭔가 좀 어설프고 덤벙대는 것도 나랑 닮았고, 책 읽는 걸 좋아하는 것도 비슷하다고 생각했었다.


 국민학교 졸업 이후 가끔 길에서 마주치면 반가워하며 그렇게 시간이 지났고, 가끔 생각나기는 했지만 만나지 못하고 그렇게 쭈욱 시간은 흘러갔다.


 싸이월드가 한참 인기 있던 시절, 미니홈피를 들락거리다가 이 친구의 흔적을 찾았다. 카피라이터가 되어 있다고 했다. 무척 잘 어울리는 직업을 선택했구나 생각했고, 이 친구가 미니홈피에 적던 음주일기도 가끔 읽었다.

 방명록에 흔적을 남기기도 했었지만 서로 한참 바쁠 시기이니 만나지는 못 했고 그렇게 시간이 지났는데...


 다시 이 친구의 반가운 얼굴을 페이스북에서 보게 됐다. 알고 보니 이 친구의 아내는 내가 아는 분과 친분이 있었고, 나도 한 번쯤은 본 기억이 난다.


 여전히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페이스북에서 이 친구의 공처가 근황을 보며 낄낄거리곤 했다.


 그리고 이 친구는 얼마 전 이렇게나 멋진 책을 한 권 세상에 내놓았다.


 가끔, 아니 꽤나 자주 냅킨이나 종이 쪼가리에 멋진 필체로 쓴 짧은 글을 사진으로 올리곤 했는데 그 때마다 “아! 카피라이터란 직업이 이렇게 멋지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짧고 간결하지만 여운이 깊게 남았었다.

 

이 책은 이 친구의 그런 면모를 여실하게 보여준다.

 함께 사는 두 사람의 연애 일기일 수도 있고, 오십대 중반을 넘긴 남자의 자전적 이야기일 수도 있으며, 누구나 한 번쯤은 꿈을 꾸는 그런 대찬 선택과 그로 인해 바뀐 삶에 대한 증명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조금 전 페이스북에서 “3쇄 돌입”이라고 자랑하는 글을 봤다.


 그런 생각이 든다.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이 책이 어쩌면 “부부가 죽을 때까지 즐겁게 놀 수 있게 되었습니다”라고 선언하는 계기를 마련해줄지도 모르겠다.


 논다는 것...

 그것도 오십대 중반을 넘긴 나이에 그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인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남편이 원고 쓰고 아내가 기획해서 책 내는 거... 그건 완전 짜고 치는 거 아냐?

 라는 소심한 투덜거림과 함께...


 이렇게 멋진 책을 쓴 친구, 편성준 작가에게 축하 인사를 건넨다.


 그나저나 아무래도 난 이 친구를 만나면 별로 재미있게 놀 수는 없을 것 같다.

 담배를 끊었지만 술을 즐기는 이 친구와 술은 마시지 않지만 담배는 피우는 내가 만나면 뭘 함께 할 수 있을까?

 아! 책 이야기는 조금 할 수도 있겠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든 문장을 소개하자면...

 253페이지, “ 욕실은 늘 새로운 생각을 주는 고마운 곳이다. 다행이다. 앞으로도 내 곁에는 늘 욕실이 있을 테니까.”

 참고로 난 이 책을 욕실에서 다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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