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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Zam Dec 02. 2020

내 인생의 드라마는? 명로진의 동백어 필 무렵

노랑잠수함의 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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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어 필 무렵 - 드라마 속 언어생활   

명로진 (지은이) 참새책방2020-09-18


 명로진, 책 표지에서는 그를 이렇게 소개한다.

 “배우이자 작가”


 작가가 이 책, “동백어 필 무렵”이라는 책을 쓸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닐까?


 이 책에서 소개하는 스물다섯편의 드라마 중 스물다섯번째 드라마는 “배우” 명로진이 직접 출연한 드라마 “태양의 남쪽”이다.


 이 책을 읽으며 든 첫 번째 생각은 이렇다.

 “그냥 시청자가 아니고 배우이기 때문에 볼 수 있는 부분들을 이야기하는 책”


 이 책은 단순히 인기 있는 드라마를 나열하고 줄거리를 읊는 내용이 아니다.

 이 책의 부제 “드라마 속 언어생활”에서 볼 수 있듯이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곱씹는다.

 그리고 드라마의 의미와 시대상황까지 짤막하게 언급한다.


 “응답하라 1988”에서는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는 군사정권과 통금이 해제된 이유도 짧게나마 알려준다.

 통금이 해제된 1982년, 당시 나는 아마 고1쯤이었을 거다. 어느 날 갑자기 앞으로는 밤 12시 이후에 돌아다녀도 잡아가지 않는다고 해서 무척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진짜 그런지 궁금해서 밤 열두시 땡! 을 확인하고 일부러 밖에 나가 기웃거리며 동네를 헤집고 다니던 기억도 난다.


 TV가 이제는 예전만큼 인기가 없다고 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언제 어디서나 영상을 접할 수 있는 세상이 됐으니 당연한 이야기겠지.


 2000년생인 내 딸은 TV 앞에서도 스마트폰으로 다른 영상을 본다.

 이런 세상에서 드라마를 이야기하는 것은 어쩌면 고리타분한 일일지도 모른다.


 물론 요즘도 가끔 엄청난 인기를 끄는 드라마를 만나기도 하지만, 시청률은 예전에 비할 바 못된다.


 오십대 중반인 나는 그래도 아직은 TV가 익숙하다.

 물론 드라마를 보는 경우는 무척 드물어졌지만...


 왜 드라마를 보지 않을까?

 일단 한 시간을 꼬박 투자해야 한다는 게 반갑지 않다. 뭐 그리 중대한 일이라고 드라마를 보는 데 그 오랜 시간을 투자한다는 말인가?


 나중에 유튜브에서 짤방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생각해보면 나 역시 무척 인상 깊었던 드라마가 몇 편 있다.


 90년대를 생각하면 고 최진실, 최수종씨가 주연한 “질투”가 있었고, 2000년대로 넘어와서는 딱 두 편, 소지섭, 임수정씨가 주연한 “미안하다 사랑한다”와 엄태웅, 한지민씨가 신인이던 시절을 엿볼 수 있는 “부활”이 있다.


 이 중 내가 가장 많이 본 드라마는?

 “미안하다 사랑한다”이다.


 무슨 일을 하며 살고 있는지 모르고 있던 여동생이 어느 날 가족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아무리 우리 가족들이 무심하기로서니 여동생이 매니저하고 있는 배우가 주연한 드라마 정도는 봐줘야 하는 거 아냐?”


 확인해보니 드라마는 이미 절반 넘게 방영되고 있었다.


 여동생에게 미안한 마음에 보기 시작한 드라마가 재미있어서 몇 번을 더 봤다. 아마 적어도 열 번 이상은 본 것 같다.


 “부활”은 24부작으로 제작된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극이다. 풋풋한 신인 시절의 엄태웅과 한지민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올해 들어서도 한 번 정주행을 했다.


 그러고 보니 “질투”는 다시 보기가 어렵네.


 이 책에서는 소개하는 드라마의 인상적인 대사를 소개한다. 생각해보니 드라마를 생각하면 몇 몇 대사가 생각난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밥 먹을래? 나랑 살래? 밥 먹을래? 나랑 같이... 죽을래?”라는 대사가 생각나고...

 “부활”은 “우연은 한번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필연이야.”라는 대사가 떠오른다.


 그런데 사실 나는 드라마를 생각하면 대사보다 먼저 떠오르는 게 있다. OST...

 “질투”는 주제가 “질투”가,

 “미사”는 “눈의 꽃”이, 

 그리고 “부활”은 “부활”과 “다시”라는 곡이 떠오른다. 

 사실 이 노래들은 지금도 내 스마트폰에 저장되어 있고 가끔 들으면 드라마 장면 몇 개가 바로 바로 떠오른다.

 

“질투”는 화면이 빙글빙글 돌며 주인공이 포옹하는 마지막 장면이,

 “미사”는 친엄마가 끓여준 라면을 먹으며 오열하는 장면과 오토바이 타고 달리는 모습,

 “부활”은 여주인공의 콧등을 쓸어내리는 남자 주인공의 손가락이...


 드라마는 주인공이 뭔가를 이루기 위해 무척 고생만 하는 이야기라고 한단다.

 그 고생하는 모습을 보며 감정이입을 하는 거겠지?


 “동백어 필 무렵”에서 작가는 드라마 속의 대사, 대화를 끄집어내어 책을 한 권 완성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OST와 기억에 남는 장면을 떠올린다.

 이렇게 우리는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다른 걸 본다. 그게 사람 사는 모습인가 보다.


 이 책의 “들어가는 말”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우리 삶이라는 게 이토록 느슨하고 덤덤하다.” 이 문장에 격하게 공감하고, 이 말을 덧붙이고 싶다. 

“그리고 꽤나 게으르게 흘러간다.”


https://youtu.be/MsP-7KNWHv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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