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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Zam Feb 21. 2021

무명강사 노랑잠수함의 새로 시작하는 생존기

무명강사 생존기 시즌2

무명강사 생존기 시즌2 "들어가며" - 무명강사 노랑잠수함의 새로 시작하는 생존기


들어가며


 2020년, 우리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살아보지 못했던 일 년을 살았다.

 아니, 살아남았다고 표현하는 게 정확할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절대 코로나 19가 없는 세상으로는 돌아갈 수 없으며, 감염자 숫자가 백 명도 안 되는 수준으로 낮아질 수도 없다고 한다.

 이제 우리가 살아야 할 날들은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의 경험이 전혀 소용이 닿지 않는다는 말이다.


 2019년까지의 우리는 무엇을 고민했던가?

 조금 더 인간다운 삶?

 더 나은 삶의 질?

 어느 정치인의 슬로건처럼, ‘저녁이 있는 삶’?


 하지만 바로 그 이듬해인 2020년부터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숨을 죽여야 했고, 발버둥 쳐야 했으며, 지금도 여전히 눈치 보며 조심스레, 어쩌면 진짜 숨만 쉬며 살아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전 세계가 일일생활권이라고, 돈만 있으면 가지 못할 곳이 없다고, 틈만 나면 비행기에 몸을 싣고 지구촌을 누비던 우리였는데, 이젠 항공사가 파산을 하고, 공항이 문을 닫고, 면세점이 폐업을 하고, 여행사가 간판을 내린다.


 SNS에 수도 없이 걸려 있던 세계 방방곡곡의 사진들은 이제 빛이 바래고, 모든 나라들이 문을 닫아걸고 있다.

 내가 대학을 다니던 80년대, 우리나라는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했었다. 90년대를 넘어가며 빗장을 푼 이래로 단 한 번이라도 지금처럼 출국, 입국이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던가?


 2002년, 월드컵이 열렸던 그 해, 우리는 광화문 광장에서 붉은 악마가 되어 거리를 휩쓸었고, 사람들은 너나없이 모여들었으며 서로를 끌어안고 열광을 했다.

 그렇게 우리는 손을 잡고, 어깨를 부딪고, 가슴을 열고 뜨겁게 서로를 마주 보며 살아있음을 확인했다. 그렇다. 그게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람 사는 모습이고, 그게 인간이 지금까지 살아온 원동력이다.

 마스크를 쓰고 말을 하면 뭔가 좀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았고, 집에만 있지 말고 나가서 사람들과 어울리라는 핀잔도 들었으며, 혼자 무언가 하는 사람은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지금은 어떤가?

 2020년 이후 우리는 빠르게 벽을 쌓고 그 너머로 서로를 응원한다.


 사람 사이에는 칸막이가 자릴 잡고,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벌금을 물어야 하며, 늦은 밤에 모이는 건 절대 안 되는 금기가 되어 버렸다.


 술집은 영업을 포기해야 하고, 카페는 앉아서 수다를 떨며 커피를 마실 수 없고, 방구석에 처박혀서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고 게임을 하는 사람이 가장 현명한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는 세상이 됐다.


 유치원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생활을 하다 보니 아이들의 언어발달에 지장이 초래되고 있다는 뉴스를 봤다. 아기들은 어른의 입모양을 보고 흉내를 내며 언어능력이 발달하는데,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그게 제대로 학습되지 않는다고 한다.


 어쩌면 먼 훗날, 코로나 세대로 불릴지도 모르는 아기들은 대화하는 법, 이야기를 나누는 법이 지금 우리와는 전혀 다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들의 후손 세대쯤 되면, 우리와의 대화가 아예 불가능한 그런 세상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는 것 아닌가?


 지난해, 나 역시 무척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겨우 버텼고,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이게 나 혼자 힘들고 아파야 어디 가서 하소연이라도 하고 우는 소리라도 할 텐데, 나보다 더 나락에 빠진 이들이 천지에 널렸으니 힘들다고 말하자니 눈치 보이고, 위로받는 것도 어렵다.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수사적 표현이 아닌 정말 실존적인 차원에서의 생존 즉, 살아남기 위해 고민을 해야 한다.


 예전 같으면 농담처럼 이런 소리도 종종 들었다.

 “에이, 정 안 되면 외국 이민이라도 가지 뭐. 아는 사람 없는 곳에서라면 밑바닥에서 살아도 돼.”


 지금은?

 우선 외국 나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게다가 어디로 간단 말인가? 힘들어 죽겠다 싶어 눈을 돌려 보니 그나마 우리나라가 제일 잘 버티고 있다는데, 어딜 가서 뭘 한단 말인가?

 결국 다시 제자리!


 그래서 이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이 글이 책이 되어 나온다면 책의 제목은 이거다. “무명강사 생존기”

 지금 내가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과 블로그의 제목이자 내 삶에 대한 정의다.


 벽에 가로막혀 할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리면, 우리는 흔히 그런 말을 듣는다. “처음으로 돌아가라.”

 도대체 처음 그 자리에 뭐가 있다고 그러는 걸까?

 거기 가면 뭔가 대단한 비밀이 숨어 있는 건 아닐까?

 돌아가서 본 처음 그곳에서 만날 수 있는 건 도대체 뭘까?


 궁금했다.

 그래서 돌아가 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 처음에서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처음으로 돌아간 그 지점에서부터 모든 걸 글로 남기기로 했다.

 내가 강의를 처음 시작했던 바로 그 시절, 그곳...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게 무엇인지 찾아보기로 했다.


 30년이라는 시간을 강의를 하며, 강사라는 직업을 갖고 삶을 이어온 내가 돌아가서 만날 수 있는 게 무엇일지 궁금하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종종 있다.

 가만있어도 죽을 길이고 움직여도 죽을 길이라면, 가만 앉아 있느니 뭔가 찾는 시늉이라도 해보기로 했다.

 새로운 무언가를 찾고 싶었다.


 30년씩이나 해온 일이 지겹고, 지금까지 답을 찾지 못했으니 내 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30년이나 해온 일에서도 답을 찾지 못했는데, 새로 무언가를 한다고 답이 찾아질까?

 어쩌면 또 30년을 헤매야 할지도 모르는데?


 설령 내가 30년을 해온 일을 포기한다고 해도, 그 자리에서 다른 누군가는 여전히 버티고 있거나 앞으로 나아가고 있거나 성과를 누리고 있다.

 그래서 차라리 처음으로 돌아가서 하나하나 짚어가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그리고 아마도...

 내가 돌아간 그 자리에서 나는 분명코, 처음 그 자리에 서는 그 시절의 나와 같은 사람들을 만날 것이다. 어쩌면 그들에게 내가 쌀 한 톨만큼이라도 도움이 되는 소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돌아가서 만날 나에게, 그리고 그 자리에 처음 선 당신들에게 기쁜 마음으로 인사를 건네고 싶다.


https://youtu.be/Mhf8CY1ZeZ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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