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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Zam Jul 25. 2021

매트 헤이그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노랑잠수함의 갖고 싶은 북리뷰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

매트 헤이그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 노랑잠수함의 갖고 싶은 북리뷰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 (지은이), 노진선 (옮긴이) 인플루엔셜(주) 2021-04-28원제 : The Midnight Library (2020년)


 윌라로 듣게 된 세 번째 책,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이 책을 듣기 직전, 나는 공교롭게도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찾아서”라는 양자역학을 설명하는 책을 읽기 시작했고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도 어려운 양자역학이라는 용어 자체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내가 이해한 양자역학은 전자 단위의 세상은 있는 그대로 관찰되지 않으며 관찰이라는 행위가 개입하는 순간 상태가 정해진다는 희한한 소리를 하고 있다. 거기서 끝났으면 그나마 다행인데, 여기에 다중우주라는 개념까지 더해서 관찰이라는 행위가 더해지는 순간 사실은 또 다른 우주가 만들어지는 것이며 그렇게 매 순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의 우주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는 말을 한다.     


 이 책,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이 다중우주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주인공 노라는 어려서 무척 다재다능한 반면 소심하고 겁이 많은 소녀였다.

 수영은 올림픽 출전을 기대할 정도의 유망주였으나 결국 수영을 포기했고, 오빠와 함께 3인조 밴드를 결성하고 어깨너머로 배운 피아노 실력으로 작곡까지 해낼 정도였지만 결혼을 약속한 애인의 반대로 결국 음악을 포기한다. 그 애인과는 결혼을 코앞에 두고 헤어지고 만다.


 삼십 대 중반이 된 그녀는 어느 날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되고, 사랑하는 고양이마저 죽고 나자 결국 삶을 포기하기로 마음먹는다.


 다량의 항우울제를 삼킨 그녀는 꿈인지 뭔지 모를 곳에서 눈을 뜬다.

 그곳이 바로 그녀만을 위해 자정에만 열리는 심야의 도서관인데, 그곳에는 그녀의 선택에 따라 매 순간 분기된 다중우주 속 그녀의 또 다른 삶들을 기록한 책으로 가득했다.     


 그때부터 노라는 지금의 자신이 되기까지 선택하지 않았던 또 다른 삶들을 경험하게 된다.

 사랑하는 애인과 결혼해서 사는 삶, 올림픽에 출전해서 금메달을 목에 건 수영 선수의 삶, 명성을 얻은 록밴드의 삶, 북극 빙하 전문가의 삶...

 하지만 그 모든 삶에 매번 실망하며 계속 심야의 도서관으로 돌아오는 노라.

 정말 만족스럽고 행복한 삶도 있었다. 그냥 안착하고 싶은 꿈에 그리던 그런 삶.

 하지만 노라는 다시 심야의 도서관으로 돌아오고 만다.     


 그 모든 삶을 경험한 노라는 결국 자신이 놓아버린 원래의 삶으로 돌아간다.

 세상은 자살을 선택하기 직전에서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무수히 많은 삶을 경험한 노라 자신이 변했으며 그로 인해 그녀의 삶에도 변화의 싹이 자라난다.     


 이게 이 책의 줄거리다.


 양자역학에서 우주가 분기되는 원인인 관찰을 이 책에서는 선택으로 바꿔서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리고 노라는 무수히 많은 또 다른 자신의 삶을 경험한 뒤 원래 살았던 불만투성이의 삶, 스스로 포기했던 그 세상을 선택한다. 자신이 만든 세상에서 또 다른 변화를 꿈꾼다는 이야기인 셈이다.     


 오래전에 읽은 로널드 B. 토비아스의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 가지 플롯”에서 모험의 플롯에 대해 읽은 내용이 얼핏 기억났다.

 모험의 플롯은 주인공이 온갖 역경과 고난을 겪고 결국 처음 출발했던 지점으로 되돌아가는 이야기라고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주인공의 내면은 성장한다.

 드라마는 주인공이 원래 상태로 돌아가기 위해 개고생 하는 이야기라는 말을 들은 기억도 난다.     


 이 책,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이 모험의 플롯, 드라마의 구조를 충실하게 따르는 이야기다. 모든 것이 절망적이었고 남아있는 선택지는 삶의 포기밖에 없던 주인공이 또 다른 온갖 삶들을 경험하고 마지막 순간에는 자신이 포기했던 그 삶으로 되돌아간다. 그리고 엉망이 된 그 삶을 다시 정리하고 새로 시작하는 딱 그 지점에서 이야기가 끝난다.     


 사실 이 책의 결말은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이야기의 전개 방식이 다소 유치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오디오북으로 들어서일지는 모르지만, 이런 약간의 유치함과 정석에 가까운 이야기의 전개 방식이 이 책의 장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악당은 등장하지 않고, 주인공은 목숨을 건 모험을 하지는 않지만, 세상의 온갖 다양한 삶을 경험하며 성장한다.     


 이 책이 주는 교훈은 단순하고 명료하다.

 지금 사는 삶을 사랑하자.

 지금 내가 있기까지 영향을 미친 주위의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자.

 그리고 즐겁고 행복하게 살자.


https://youtu.be/RkALTuZzHV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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