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내 이름도 잊었을까?

나를 위한 변명

by NoZam

당신...
이제, 내 이름도 잊었을까?

문득 떠오르는 기억...
당신과 처음 만나던 그 날, 그 설렘.
그 환하던 당신의 미소만큼이나 어색하던 몸짓.

다 기억나는데...
그 날, 당신이 입었던 빨간 파카, 당신 키보다 훨씬 큰 두툼한 목도리.
청바지와 하얀 운동화까지...

삐삐를 쓰던 시절, 당신이 처음 남겨준 음성 메시지...
"전데요. 아하하... 이거 되게 신기하다." 그렇게 하얗게 웃던 수화기너머의 목소리.
내가 핸드폰을 사고 나서도, 당신이 제발 해지하랬어도 그러지 못했던 건 바로 당신의 그 음성메시지 때문이었어.

당신...
이제, 내 이름도 잊었을까?

우리가 자주 가던 당신 학교 앞 커피숍...
달력 빨간 날이면 새벽처럼 달려와서 잠도 깨지 못한 날 위해
해본 적도 없는 밥상을 차려주던 당신의 손길.

첫 눈 오던 날, 함께 있지 못해서 서운하다고 펑펑 울던 당신.
지금도 그 해 겨울은 하얀 눈과 당신의 눈물만 기억 나.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서 잔뜩 껴입는 당신을 보면서 "굴러다니겠다." 낄낄거렸던 것도...

우리 결혼하자고, 몸은 힘들지 몰라도, 마음 고생은 시키지 않겠다고...
그렇게 맹세를 하고, 그런 날 보며 당신은 눈물을 보였고...
그 겨울의 끝자락에서 우린 결혼을 이야기했었어.

당신...
이제, 내 이름도 잊었을까?

결혼식.
신혼여행.
재개발이 예정되어 있던 전세 아파트.
2년만에 만난 우리의 아기.
생활비에 쩔쩔매던 당신.
힘들어하던 그 모습.

매일 두시간만 자고 버티면서도...
낮에는 강의를 한다고 뛰어 나가고...
밤엔 대리운전하며 버티던 날들...

당신...
이제, 내 이름도 잊었을까?

그 때, 당신의 아픔을 어떻게 달래주었어야 했을까?
텅 비어버린 지갑 두께만큼 난 잠을 줄여야 했고...
그 시간만큼 당신의 고통도 커져갔겠지.

남부지방법원 205호 협의이혼확인실.
5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네", "네", "네" 딱 세번의 대답.

참 쉽더군.
참 짧더군.
참 편하더군. 이혼하기가...

당신...
이제, 내 이름도 잊었을까?

그 날 이후, 당신은 어떻게 지냈을까?
나 없이는 밤잠마저 뒤척이던 당신.
나 없이는 집 밖으로 나가려고도 하지 않던 당신.

잘 지내고 있겠지? 당신...
벌써 7년, 우리가 함께 살았던 시간보다 딱 일 년이 더 긴 시간...
6년 연애하고 6년 함께 살고, 이제 7년...

씩씩하게 잘 살겠지? 당신...
겁 많던 당신, 눈물 많던 당신...
이젠 그 눈물도 말랐을까?

이제... 내 이름은 지워졌을까?
당신의 머릿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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