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잠ㅁ수함의 진지한 북리뷰
2000년생이 온다 - 초합리, 초개인, 초자율의 탈회사형 AI 인간
임홍택 (지은이) 십일프로(11%) 2023-11-30
2020년에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을 읽었다. 당시 유튜브에 올린 리뷰를 찾아보니 6월에 업로드를 했고, 그렇다면 5월말쯤 읽었다는 이야기다.
2000년생이 온다를 다 읽은 게 24년 1월 28일이니 3년 7개월만에 같은 작가가 쓴 다른 세대의 이야기를 읽은 셈이다.
사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조금 단순하다.
내 딸이 2000년생이다. 이제는 법적으로도 당연히 성인이고 제 할 일을 하며 취미와 미래를 위해 계속 무언가 하고 있는 딸아이를 보면서 가끔은, 아니 무척 자주 세대차를 느낀다.
당연한 일이다. 아빠와 딸로 한가족으로 살고 있지만 나이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이 없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이다.
딸과 자주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심야 드라이브도 자주 다니고 친구처럼 지내기 위해 노력하지만 노력하는 것과 아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일 것이다.
딸아이가 태어나고 출생신고를 할 때, 새로운 주민등록번호를 보면서 “아! 나와는 전혀 다른 신인류가 태어났구나.”라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주민등록번호가 4로 시작하는 것이다. 딸아이 이전에는 단 한 번도 그런 숫자를 본 일이 없었으니 생소함을 넘어선 당혹감을 느꼈었다.
그리고 그런 신인류와 24년을 함께 살았다.
요즘은 가끔 20년쯤 지난 어느 날의 하루를 상상해본다.
내 나이는 여든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고, 아마도 할아버지가 되어 있을 것이다. 딸아이는 결혼했을 수도 있고, 어쩌면 내게 손주를 안겨 줄 수도 있다.
그때 딸아이와 나의 관계가 지금 나와 어머니의 관계같은 느낌일까?
잘 모르겠다.
아마도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나는 독거노인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고, 딸아이는 중년의 여인이 되어 열심히 현실을 살고 있을 것이다.
그때는 신인류 딸아이가 주류세대가 되어 더 어린 세대를 바라보며 “요즘 세대는 왜 이러지?”라고 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런 시간이 언젠가는 오겠지만 그건 그 때 가봐야 알 일이고, 지금 발등의 불은 한참 전성기를 맞이하게 될 딸아이와 그 즈음 세대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는 일이다.
그래서 펼쳐든 이 책에서 나는 이런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굳이 이해할 필요 없다. 분석할 필요도 없다. 그저 알면 된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이 책의 추천사에 나온 김경일 인지심리학자의 추천사 한 대목이다.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다. 무척 피곤한 일이고 노력이 많이 드는 일이다. 30년이 넘는 시간의 벽은 아마도 무척이나 높고 견고할 것이다. 이걸 허물고 없애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할 수 없는 일을 해결하겠다고 쓸데없는 노력하지 말고, 그냥 알기만 하면 된다는 말이다. 몰라서 못 하는 것과 알고 안 하는 것에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다.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없다는 건 아니지만, 그 전에 우선 아는 것이 중요하고, 2000년대생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허우적대기 전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지금부터 하나씩 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이런 마음을 먹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값어치는 충분하다.
다만 결론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결국 아날로그적 인간 관계가 중요하다”는 작가의 말은 무언가 아쉬움이 남는다. 아니 어쩌면 2000년대생이 신인류든, 디지털AI인간이든, 아예 사이보그 인간이든 결국 인간은 인간이니 가장 인간적인 방식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지혜와 통찰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