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선물해준 정유정 『영원한 천국』

노랑잠수함의 북리뷰

by NoZam

딸이 선물해준 정유정 『영원한 천국』, 그곳은 정말 천국이었을까? (SF 스릴러 추천)

얼마 전, 20대 중반인 딸과 함께 인천의 한 중고서점을 찾았습니다. 각자 취향에 맞는 책을 구경하던 중, 딸아이가 제게 책 한 권을 선물하고 싶다며 직접 골라보라고 권했습니다. 여러 책 사이에서 망설이다 집어 든 책이 바로, 정유정 작가의 장편소설 『영원한 천국』이었습니다.


사랑, 그 영원한 가치에 대하여

'스릴러의 여왕'이라 불리는 정유정 작가의 작품이기에 강렬한 서사를 기대했지만, 책을 덮고 난 뒤 제 마음에 남은 한 문장은 의외의 것이었습니다. 바로 '시대와 기술이 변하고, 새로운 세상이 열려도 사랑의 가치는 한결같다.'는 것이었죠.


소설은 인간의 의식을 '룰라(Lula)'라는 가상 세계에 업로드하여 영생을 누릴 수 있게 된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합니다. 개발자 '박제이'는 루게릭병으로 죽어가는 연인 '해상'을 영원히 살게 하기 위해 그녀의 정신을 룰라에 업로드하려 합니다. 이들의 절절한 사랑은, 동생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파헤치려는 '임경주'의 이야기와 교차하며 거대한 서사를 만들어냅니다.


기억에 남는 장면과 세 가지 핵심 키워드

개인적으로 소설의 도입부, 주인공 임경주가 눈 덮인 강원도 산골의 재활시설 '삼애원'으로 향하는 장면은 한 편의 영화처럼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고립된 공간이 주는 스산함과 앞으로 닥쳐올 미스터리에 대한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탁월한 시작이었습니다.


이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세 가지 키워드를 꼽자면 단연 '욕망', '신세계', '선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영생을 향한 인간의 끝없는 '욕망', 기술이 구현해 낸 '신세계' 룰라, 그리고 그곳에 들어가기 위한 인물들의 처절한 '선택'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갑니다.


소설 속 '룰라'를 보며 2000년대 유행했던 가상 커뮤니티 '카페나인'이나 오늘날의 '메타버스'를 떠올렸습니다. 결국 기술의 최종 진화 버전은 인간의 외로움과 유한성을 극복하기 위한 방향으로 향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잘 짜인 세계관, 그럼에도 남는 한 가지 아쉬움

『영원한 천국』은 SF와 미스터리를 성공적으로 결합한 수작입니다. 영생을 얻기 위한 인물들의 암투와 현실감 넘치는 묘사는 단숨에 독자를 몰입시킵니다.


다만 한 가지, 모두가 목숨을 걸고 들어가고 싶어 하는 '룰라'의 매력이 조금 더 구체적이고 매혹적으로 묘사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그럼에도 죽어가는 연인을 위해 완벽한 세상을 창조하려 했던 '박제이'의 순애보는, 이 작품이 단순한 장르 소설을 넘어 인간 본연의 감정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음을 증명합니다.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정유정 작가의 『영원한 천국』은 분량이 적지 않은 소설입니다. 하지만 페이지의 두께에 굴하지 않고, '사랑'과 '인간의 의지', '미래 사회'와 같은 주제에 대해 진지하게 사유하기를 즐기는 독자라면, 분명 페이지를 넘기는 내내 지적인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딸 덕분에 만난 좋은 책이었습니다.


https://youtu.be/PQDC5eWx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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