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평범한 하루를 꿈꾸는 북리뷰

노랑잠수함 북리뷰

by NoZam

오늘은 괜찮은 하루 - 길을 찾는 사람의 일상과 시선

권순표 (지은이) 메디치미디어 2026-01-28

생각해 보면, 나는 라디오 세대였다. 지금은 워낙 미디어가 다양해진 세상이라 딱히 라디오에 관심을 두지 않지만 내가 어렸을 때 라디오는 정말 좋은 친구였다.

내가 지금도 기억하는 최고 애청 프로그램은 밤의 데이트라는 심야 프로그램이었다. 지금은 없어진 TBC에서 밤 열 시에 서금옥이라는 DJ가 진행하는 한 시간짜리 프로그램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중학생이었던 나는 잠자리에 누워 그 프로그램을 들었다.

그 방송이 끝나면 이어서 황인용의 밤의 데이트라는 방송이 12시까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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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진행자는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같은 제목으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MBC의 별이 빛나는 밤에 이다.

어떤 프로그램이 더 인기가 많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서금옥씨가 진행하는 밤의 데이트를 더 좋아했고, 가끔 별밤도 들었다. 내 기억으로 그 당시 별밤의 진행자는 이수만씨였다.

가끔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엽서를 보내기도 했고 운 좋게 방송에 소개될까 싶어 카세트 플레이어에 공테이프를 꼽아 두고 기다린 기억도 있다.


언젠가부터 내가 라디오를 듣는 유일한 상황은 운전할 때다. 물론 요즘은 그나마 윌라 오디오북으로 책을 듣는 시간이 더 많아지기는 했지만, 운전할 때 라디오만큼 좋은 선택은 없다. 묵묵히 앞만 보며 달리지만 마치 누군가와 대화하는 기분, 잊고 있던 노래를 끄집어내는 시간…. 가끔은 라디오 때문에 차에서 내리지 못하고 몇 분 뭉그적거리기도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정치, 시사에 관심을 많이 갖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TV를 켜면 일단 뉴스를 먼저 찾아본다. 내가 유일하게 TV를 켜는 시간은 식사할 때. 그 외에는 대부분 컴퓨터 앞에 앉아 있거나,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니 TV 켤 이유가 없다.


몇 년 전, 가끔 늦은 점심을 먹을 때 뉴스외전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청했었고, 당시 진행자였던 권순표씨가 꽤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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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헐적으로 방송을 보다말다 했었는데, 그가 뉴스 하이킥 진행자가 된 이후로 라디오에서 목소리로 듣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의 나이가 나와 같다는 이유로 뭔지 모를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다.


뉴스앞차기가 새로 시작됐다. 이건 유튜브 전용이라 라디오에서 들을 수는 없지만, 다시보기로 언제든 챙겨볼 수 있어서 좋다. 일을 끝내고 집에 오면 일단 유튜브에서 뉴스앞차기를 보고 난 뒤 뭘 한다. 가끔 라이브를 보기도 하지만 다시보기로 보는 게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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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봄, 당시 나는 인천서구문화재단의 후원으로 경인아라뱃길 여객터미널의 레지던시 공간을 4개월간 작업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나는 인천에서 서예작가로 활동하고 있는데, 내 주전공은 전각이다.

당시 라디오 청취율 조사 기간이었는데, 압도적 1위를 미리 축하한다는 기분으로 이름 도장을 새겨서 택배로 보냈다. 진행자 한 명만 새기는 게 조금 민망해서 홈페이지에 들어가 제작진으로 안내되어 있는 이름 모두, 그리고 뉴스앞차기를 비롯해서 내가 관심 갖는 코너의 출연진들 이름을 모두 새겼다. 그 중 거의없다 백재욱 씨와 헬마우스 임경빈 씨의 경우 이름을 새길까 별병을 새길까 고민하다가 방송 소개를 기준으로 거의없다, 임경빈으로 새겼던 기억이 난다. 잠깐 내가 보낸 도장에 얽힌 에피소드를 뉴스앞차기에서 소개한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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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를 하려다 관계없는 이야기가 조금 길었는데...


1월 초, 뉴스앞차기에서 권순표 진행자께서 책을 집필하셨고 곧 출간된다는 소식을 전했다.

알라딘에 접속해서 검색하니 책 한 권이 보이는데, 뭔가 좀 이상해서 다시 보니 출간일자가 오래됐다. 동명이인의 책이었다.

이후 간간이 검색하다가 드디어 출간되었고 예약구매를 했고, 3일인 어제, 책이 도착했고 가벼운 마음으로 다 읽었다.

202페이지의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이었고, 짧은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어서 읽기 편했다.

권순표라는 사람의 생활을 아주 살짝 어깨너머로 들여다본 기분이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비움과 배움, 2부 일상과 여행, 3부 중심과 시선으로 목차가 정리되어 있는데, 읽으면서 내가 느끼기로는 1부는 작가 자신의 삶과 생각에 관해, 2부는 사회생활과 직업적 특성으로 경험한 세상에 대해, 3부는 뉴스하이킥이라는 프로그램 진행자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과 그에 대한 작가의 시각을 정리한 것 아닌가 싶다.


작가 소개 마지막에는 “언젠가 소설을 쓰고 말겠다는 망상을 갖고 있다”고 적어 두었다.

오호! 나와 꿈이 같다. 나 역시 그런 꿈을 꾸고 있고, 오래 전부터 간간이 짧은 단편 습작을 몇 편 써본 적도 있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자면 고등학교 3학년 시절, 당시 한 문학잡지사에서 전국 대학생 대상 소설 공모전이 있었는데, 친구와 함께 쓴(당시 그 친구와 돌려 쓰기라고 표현했다. 내가 일정 부분 쓰고, 친구 녀석이 그걸 읽고 이어 쓰고 다시 내가 이어 쓰는 방식이었다.) 소설을 접수했었다. 당시에는 당연히 모든 게 아날로그였던 시절이라 지원서에 대충 생각나는 대로 대학생이라고 속이고 접수했는데, 덜컥 수상작으로 결정된 뒤 지원 내용이 거짓이 밝혀져서 취소된 경험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나와 같은 나이의 한 남자가 나와 전혀 다른 사회 생활을 하고 있는 모습을 내 경험과 맞대어 비교하는 기분이 들었다.


사람의 지혜와 능력은 그가 살아온 시간들에 비례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35년 정도를 강사라는 직업으로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는 삶을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강단에서 마주하는 수강생들을 보면 그들 모두가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가늠하게 되고, 내 강의를 잘 따라올지를 고민하게 된다. 새로운 강의를 기획할 때면 역시 이 주제가 강의로 활용할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생각한다.

언론인이자 방송 진행자인 작가는 역시 그의 경험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그로 인해 쌓이는 경험이 그를 이끌 것이다.


최근 뉴스앞차기에서는 연이어 이 책 ‘오늘은 괜찮은 하루’를 소개한다. 거의없다는 자비로 구매한 책 열 권을 추첨으로 선물한다고 한다.

살짝... 방송인은 이렇게 홍보를 할 수도 있다는 막강한 이점은 부럽기도 하다.

어쨌든 이 책을 다 읽고 이렇게 리뷰를 쓰는 오늘... 나름 괜찮은 하루다.


https://youtu.be/EIrkhxqDc5s

아쉬운 부분 두 군데.

책에 사소한, 그리고 심각한 오류가 하나씩 있다.

105페이지 두 번째 줄, “...송고를 마친 는 동료와...” 이 부분에서 “”는 “”로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이 문장 바로 뒤에 “내 앞에는”이라고 문장이 시작한다. 아마도 사소한 오류일텐데, 다음 페이지에도 “저보다 3~4일 이후...”라는 문장에서도 역시 “저”는 “나”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조금 심각한 오류가 하나 있는데, 날짜 표기에 관한 오류다.

154페이지 다섯 번째 줄, “2025년 12월 3일” 이건 게엄을 이야기하는 날짜이니, 1년이나 오류가 발생했다. 다음 인쇄에서는 바로 잡으시길...


이 책의 첫 문장은 이렇다. “기억은 안개처럼 주관적이다.” 프롤로그 첫 문장인데, 꽤 마음에 드는 표현이다. 나는 모든 책의 첫 문장을 관심있게 본다. 프롤로그는 본격적인 책의 시작은 아니지만, 첫 문장이 꽤 추상적이고, “소설을 쓰고 싶다는 망상”을 갖고 있는 작가답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인용문구를 제외하고 실제 본문에 해당하는 비움의 기쁨 첫 문장은 “나는 시끄러움을 싫어한다”이다. 딱 작가에 어울리는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뉴스 앞차기를 진행할 때의 권순표 진행자는 제법 시끄러운 수다쟁이이기는 하지만...

책을 읽다 보니 작가가 쓴 문장, 인용한 문구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이 몇 군데 있어서 소개한다.


16P

소음은 거짓 정보이고 본질과 관계있는 명확한 신호를 방해한다.

- 살다 보니 세상은 거짓으로 진실을 가리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고, 그들은 대체로 어수선하고 시끄럽다. 소음이다. 그래야 제대로 사고하고 판단해서 가려내지 못하고 속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소음 대부분은 거짓이거나 의미없다.


21P

백척간두진일보

- 이 일곱글자는 언젠가 돌에 한 번 새겨야겠다.


33P

아무런 목적도 없었다.

그냥 뛰는 것이 나는 좋았다. 목적이 없어 좋았다.

- 가끔 내게 전각을 왜 하느냐고 묻는다. 붓글씨는 뭐하러 쓰느냐고도 한다. 목적이 있어야만 할까? 농담처럼 이렇게 말한다. 내가 일흔 살쯤 됐을 때, 누군가에게 붓글씨 한 장 건네고, 이름 석자 새긴 돌을 건네면 제법 그럴듯해 보이지 않겠어?


38P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둡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 논어 위정편

이것도 돌에 새겨야겠다. 아마 돌 두 개가 필요할 것 같다.


48P

내 소설을 안 읽는 사람은 있어도 십여 페이지를 보고 나서 완독하지 않는 독자는 없을 것이라는…. 기다리시라, 여러분!

- 이런 끝간 데 없는 자신감! 좋다.


68. 69P

다 집착이 나은 고통이다.

- 어렸을 때는 몰랐다. 그냥 놓으면 된다는 걸...


그런데 이렇게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잡담 같은 대화들이 방송에 오히려 큰 도움을 준다.

-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그게 참 쉽지 않다.


71P

이 빌어먹을 ‘집착’만 버리면 늘 괜찮은 하루다.

- 이 책의 제목, 오늘은 괜찮은 하루를 만들 수 있는 확실한 방법


137P

생각하는 것 자체가 위험한 것입니다.

Thinking itself is dangerous.

- 세상은 정말 위험한 사람이 차고 넘친다. 그런데, 생각없이 행동하는 사람도 꽤 위험하지 않을까?


141P

절차탁마

- 돌에 새길 사자 성어 하나 더 만났다.


150P

이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확신이다.

- 100% 동감한다. 하지만 이게 잘못되면 꼰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177P

기계적 균형은 옳지 않은 쪽의 편을 드는 것이다.

-늘 이런 생각을 해왔다. 언론인의 글로 보니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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