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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 정유정

by NoZam

7년의 밤

정유정 /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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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진실을 찾는 이야기이다.

우리가 살면서 매일 만나는 뉴스는 세상이 이야기보다 더 극적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영화 세븐에서나 나올 것 같은 십자가에 매달린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있었고, 오바마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이, 미국의 특공대가 오사마를 암살했단다.

멕시코에서는 목이 잘린 시체 5구가 발견되었다고 하고...

그런데 과연 그런 사건들이 정말 우리가 뉴스에서 접하는 소식이 전부일까?


가끔 기자들은 추리소설을 쓰곤 한다. 전혀 사실과 다른 내용이 기사화되고 그로 인해 온갖 억측이 난무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사실이 밝혀지면 손가락질받는 것은 그 기사를 쓴 기사, 언론사가 아니다. 네티즌으로 탈바꿈한 일반 독자들이 몰매를 맞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사건은 그대로 묻혀버린다. 가끔은 몇 년 지나서 다시 조명을 받기도 하고, 또 다른 이슈가 되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한다.


이 책은 사실 속에 숨어있는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이다.

수몰 댐 지역에서 벌어진 엽기적인 살인과, 댐 방류로 마을 하나를 통째로 날려버린 살인마, 그의 아들, 살인마에게 딸의 목숨을 잃은 아버지의 꼼꼼한 복수를 이야기한다.


7년 동안 밤처럼 어두운 세상을 살아야 했던 살인마의 아들, 캄캄한 어둠 속에 묻혀있었던 비극이 벌어지던 날의 진실, 그 모든 것들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세상은 절대 눈에 보이는 것, 글자로 읽히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오히려 그 속에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진실이 숨어있다.

그리고 진실은 결국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어있다(고 작가는 믿고 있나 보다).

언젠가 운전을 하며 들은 라디오 프로그램이 이 책을 읽게 된 계기가 되었다. 밤 열 시 넘어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진행자와 작가가 편하게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발랄한 목소리의 정유정 작가는 자신이 이 작품을 쓰는 동안 겪었던 일들, 전문적인 지식을 얻기 위해 고생했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작품에 대한 애착과 자신감을 들려주었다. 이 책에는 다이빙과 댐의 구조적인 부분에 대해 꽤 정밀하게 묘사를 하고 있다.


작가는 이를 위해 전문 스쿠버 다이버를 인터뷰하고, 댐 관리 사무소를 찾아가서 자료를 구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작가의 열정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정도의 열정을 가진 작가가 쓴 작품이라면 읽을 만하겠다는 생각을 했고, 며칠 후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인 ‘내 심장을 쏴라’와 함께 주문했다.


제법 두툼한 소설은 그 분량만큼 묵직하게 나를 잡아끌었고, 정신없이 읽다 보니 어느 순간 나는 마지막 장을 덮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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