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세상에 내가 사랑하는 몇 명의 사람, 몇 군데의 장소, 몇 편의 영화, 몇 가지의 물건, 몇 곡의 음악들이 있는데.
내가 그들 혹은 그것들을 사랑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 모든 것들이 나를 사랑하리라는 법은 없다는 걸 안다.
아니, 그렇지 않을 확률이 더 크다는 걸 안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이 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 그 어렵고도 쓸쓸한 감정을 인식하면서부터 나의 삶은 생각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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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도 이유가 있을까.
사랑을 위해 필요한 조건.
사랑받기 충분한 조건.
그런 것들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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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내가, 나의 마음이 그것들을 사랑했듯, 그 마음이 점점 커질수록 스스로도 벅찬 마음을 어찌할 방법이 없듯. 그 모든 것들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또한, 그들의 마음이자 그들의 선택일 뿐. 같은 방향이 아니라고 해서 시도조차 하지 않을 이유 또한 없는 것 같다.
나에겐 그것이 사랑의 대상이 된다면 사랑하면 되고, 반대로 누군가에게 혹은 어떤 대상에게 내가 사랑의 대상이 될 수도 있지만, 내 마음이 아니라면 애써 같은 방향이 되고자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사랑하는 모든 마음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닐 테니.
사랑하는 모든 것, 그것은 자연스러운 감정이기에 내 감정에 아낌없이 충실할 것.
그것만으로도 감히 누군가를, 무언가를 온전히 사랑했다는 기억이 될 수 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