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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수 Nov 03. 2017

거인족의 나라 노르웨이

신화를 찾아가는 인문학 여행 / 노르웨이  1


1, 노르웨이의 거인들


노르웨이 국가는 모두 8절까지 있다. 국가의 제목은 “그래, 우리는 이 땅을 사랑한다”(노르웨이어: Ja, vi elsker dette landet)이다. 노르웨이의 국가는 시인인 비에른스티에르네 비에른손이 작사하고, 리카르 노르도크가 작곡하였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노래는 1절과 7절, 8절만 부른다고 한다.


나머지 2절부터 6절까지의 가사들은 대부분 노르웨이의 지난 역사와 고난의 시기를 극복하고 오늘의 찬란한 국가를 이룩한 과정을 노래한다. 그중에서도 노르웨이의 역사를 아주 극명하게 가사에 담아 노래한 가사가 있다. 바로 2절이다.


하랄이 그의 영웅들의 군대로

결속시켰던 이 나라.

에위빈드가 노래할 때

호콘이 지켜냈던 이 나라.

올라프는 이 나라에서

그의 피로 십자가를 칠했고,

스베레는 마침내

로마에 대항할 수 있게 되었다네.

(* 노르웨이 국가 2절)


* 하랄은 노르웨이 전역에 대한 통치권을 주장한 최초의 왕, 서기 860년 검은 할프단이 죽은 후 그 땅을 물려받은 하랄은 866년부터 노르웨이 지방 영주들과 전쟁을 일으켜 872년 스타방에르 근교의 하프르스피요르(Hafrsfjord)에서 해전을 치르게 된다. 결국 나머지 왕국들을 모두 정복하여 노르웨이 통일 기반을 조성한다. 호콘 1세는 하랄 1세의 아들로서 노르웨이에 가톨릭을 처음 도입한 국왕이다.


* 올라프 왕은 1015년 노르웨이를 완전히 통일하고 노르웨이를 가톨릭으로 개종한다. 올라프 왕은 그의 사후 현재의 트론헤임 주교 그림켈로부터 시성으로 추대되어 "성왕 올라프"라는 뜻의 "올라프 헬가"(고대 노르드어: Olaf helga, 노르웨이어:Olav Hellige 올라프 헬리게)로 불리게 된다.


* 스베레 시구르손(노르웨이어: Sverre Sigurdsson, 고대 노르드어: Sverrir Sigurðarson 스베리르 시구르다르손)은 1184년에서 1202년 사이에 국왕을 역임하는데 노르웨이의 위대한 왕 중 한 사람이다.


* 스타방에르 지역의 하프스 피요르드에서 벌어진 노르웨이 독립을 위한 여러 전투를 기리기 위해 노르웨이 로가란드은행 후원으로 1983년도에 H. M-Kong Olav가 제작한 기념물이다.



노르웨이는 10세기를 전후한 시기 하랄 1세가 등장해 국가의 통일 기반을 조성하고 1015년 올라프 2세가 노르웨이를 통일하고 가톨릭으로 개종을 한다. 그 후 12세기에 접어들게 되면 왕위를 둘러싼 내부 갈등이 전개되지만 1217년 호콘 4세가 등장하면서 내란은 점차 평정된다. 오랜 갈등은 막을 내리고 절대왕정의 기반을 닦고 통일의 기운이 자리를 잡는다. 그 덕분인지 13세기 중반에 노르웨이는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 등을 점령, 정착하면서 해외로 뻗어나간다.


그러나 여전히 노르웨이의 운명은 왕정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후손을 얻지 못해 결국 덴마크와 연합국가 형태를 취해야 했고, 계속해서 덴마크와 스웨덴 3국이 칼마르 동맹을 맺으면서 노르웨이는 정체성을 상실하게 된다. 따라서 노르웨이는 점차 덴마크의 속국으로 전락하는 위기에 놓이게 된다.


1380년 노르웨이는 덴마크-노르웨이에 흡수되고, 1397년에는 덴마크의 에릭 3세가 노르웨이 왕으로 즉위하면서 덴마크와 스웨덴 왕도 겸하게 된다. 그동안 노르웨이가 쌓아온 해외 원정의 업적들까지 모두 덴마크 왕가의 업적으로 치환되어 버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래서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 등지의 노르웨이의 해외 정착지까지 덴마크가 접수해 버린다. 이제 모든 권한과 권리는 덴마크가 행사를 하게 된다.


그 후 1814년 덴마크가 스웨덴의 침공을 받고 킬(Kiel) 조약에 따라 노르웨이를 스웨덴에게 넘겨준다. 그 후 노르웨이는 독립을 선언하지만 스웨덴은 노르웨이 독립을 용인하지 않고 오히려 노르웨이를 침공, 정복한다.


결국 두 나라 사이에 모스 조약을 체결하는데, 이 조약으로 두 나라는 연합국임을 선언하고 노르웨이는 스웨덴 지배하에 들어간다. 그러나 노르웨이와 스웨덴 두 나라의 연합은 1905년에 이르게 되면 와해되고 스웨덴이 노르웨이의 독립을 받아들여 노르웨이가 독립을 선언한다. 드디어 오랜 숙원이던 노르웨이의 독자노선이 효력을 발생하게 된다.


* 왼쪽: 위그드라실(고대 노르드어: Yggdrasill [ˈyɡˌdrasilː])은 노르드 신화의 중심을 이루는 세계수로, 아홉 개의 세계를 연결하는 존재다.

* 오른쪽: 프레이야 여신을 끌고가는 요툰 파프네르와 파솔트




2. 태초의 거인 위미르


노르웨이인들은 스스로를 ‘트롤’이라는 거인족의 후예라고 말한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거인족은 북유럽 신화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닌 존재이다. 태초에 천지창조의 기원으로 작용한 주체가 바로 거인 ‘위미르’였기 때문이다.


태고의 혼돈 긴눙가가프에서 처음 생겨난 생물은 무지막지한 크기의 거인 위미르였다. 니플헤임의 얼음 안개와 무스펠스헤임의 열기가 만나 그 가운데에서 위미르가 만들어졌다.(* 스노리 스툴루손의 ‘길피의 속임수’에 위미르의 탄생 이야기가 실려 있다.)


냉기가 올라오고 모든 것들이 암울한 니플헤임과, 뜨겁고 밝게 빛나는 무스펠헤임이 마주 보고 있었는데 긴눙가가프는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했다. 그리고 상고대와 따뜻한 바람이 만나자 녹아내리게 되었고, 열기가 지속되자 계속해서 물방울이 맺히게 되었다. 그리고 떨어진 물방울들이 사람의 형상을 만들게 되는데 그가 바로 위미르였다.


위미르는 잠을 자고 있었는데 그의 양쪽 겨드랑이에서 남녀 요툰들이 탄생했고, 그의 발에서는 머리가 여섯 개 달린 괴물들이 태어났다. 이 세 존재들은 흐림 수사르, 곧 서리 거인족을 형성했고 니플헤임에서 살았다. 한편 신들은 위미르가 아닌 부리에게서 탄생했다고 하는데, 부리의 손자들인 오딘과 빌리, 베이 삼 형제가 위미르를 죽인다.


위미르의 피가 니플헤임을 가득 채워 홍수를 일으켜 베르겔 미르 부부를 제외한 모든 거인들이 익사한다. ‘바프스루드니르가 말하기를’에 보면, 그 이후 “위 미르의 살로 대지를 만들었고, 그 피로 바다를 만들었고, 그 뼈로 구릉을 만들었고, 그의 머리칼로 초목을 만들었고, 그의 해골로 하늘을 만들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요툰하이멘 국립공원

* 요툰하이멘 국립공원은 송내 피요르드 상류 쪽에 위치해 있다. 노르웨이 최고봉 갈헤피겐산을 비롯해 28개에 이르는 2천 미터급 산들이 즐비하다. 이곳에는 스키장을 비롯해 노르웨이 최고의 레저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3. 현실에서 신화를 만나다

 

신화 속 인물이 어떤 존재인가에 따라 해당 지역의 주민들 의식이 결정된다. 신화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기도 하다. 한 나라의 탄생과정을 보면 거의 대부분 신화적인 인물, 즉 영웅이 국가의 시조로 등장한다. 이것은 그만큼 강력한 국가가 되기를 염원하는 의미에서 일 것이다. 한 나라의 권위와 위대함은 그렇기 때문에 신화의 주인공이 어떤 인물인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신화 속 영웅이 현실세계에 도래하기 위해서는 조작된 신화가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가정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신화와 종교와의 관계가 밀착되어 있을수록 신화는 종교적 색채를 띠게 되는 것이다.


인간에게 종교의 역사는 성스러운 이미지와 더불어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성스러움의 경험과 더불어 시작한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인간이 경험한 모든 것은 각기 하나의 상징으로 체계화되고 서서히 인간은 그 상징을 하나의 행위규범으로 따르게 된다. 인간이 다른 영장류와 구별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상징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스스로를 트롤이라고 지칭하며 북유럽 신화 속 인물로 포장하고 있는 노르웨이인들의 비범함은 거친 자연환경을 극복하고 생존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상징조작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연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현재 노르웨이에는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지명들이 간간이 눈에 띈다. 북유럽 신화가 생활밀착형 신화라는 점이 느껴지는 대목이 바로 이 때문이기도 하다.


* 요툰(고대 노르드어: jǫtunn [jɔtun])이란 북유럽 신화에 자주 등장하는 존재들인데, 북유럽 거인들을 가리킨다. 복수형으로 요트나르(고대 노르드어: jǫtnar)라 한다. 요트나르는 신적 존재로, 에시르나 바나르와는 구분되는 존재지만 그 힘과 능력은 그들과 맞먹을 정도이다.

* 가운데 삽화는 1915년 존 바우어의 ‘소년과 트롤’이라는 책의 삽화이다.

물의 신 뇨르드와 살면서 스카디는 언제나 뇨르드가 좋아하는 물대신 그녀가 좋아하는 산으로 가고 싶어한다.



그런 예는 북유럽 반도의 이름이 스칸디나비아라는 지명을 갖게 된데서부터 일 수가 있다. 북유럽 신화에서 스카디는 추운 겨울에 산악지방에서 스키를 타면서 사냥을 하는 여신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바로 그녀의 이름에서 스칸디나비아라는 명칭이 유래했다고 한다. 13세기 스노리 스투루손(Snorri Sturluson)이 정리한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바다의 신 뇨르드의 부인이 바로 스카디이다. 따라서 스카디로 상징되는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기후조건과 지형적 특징 등이 이미 스카디 관련 신화에 내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거인족이 산다는 요툰하이멘 국립공원 지역 역시 북유럽 신화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인간이 사는 나라 ‘미드가르드’를 둘러싼 큰 바다 건너편에 눈과 얼음으로 덮인 나라에 거인들이 살고 있다고 했다. 신과의 전투에서 거인족의 이시르가 살해된 후 살아남은 몇몇 거인들이 얼음으로 덮인 이곳으로 와서 신과 인간에게 복수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했다. 거인족의 왕은 우트가르드 로키, 우트가르드는 ‘외부세계’라는 뜻이고 요툰하임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요툰하임은 현재 노르웨이 남부지방 한가운데를 차지하는 방대한 국립공원지역 지명이기도 하다. 요툰하이멘 국립공원(Jotunheimen National Park)내에는 2천 미터가 넘는 산들이 즐비한데 이곳에는 갈헤피겐 산(Mt. Galdhepiggen 2469m)을 비롯해 28개의 봉우리들이 즐비하다. 그중에는 요툰하임(2,452m)이라는 산봉우리도 눈에 띈다. 국립공원 서쪽 해안으로 거대한 피오르드 지형이 자리하고 있어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가히 거인족이 살만한 환경처럼 보인다.


* 참고 자료

- 요툰하이멘 국립공원 홈페이지: https://visitjotunheimen.no/ )

- 네이버지식백과 / 요툰하임[Jotunnheim]

- 박종수, “아이슬란드의 수호신”, 신화를 찾아가는 인문학 여행 / 아이슬란드  8

- Wikipedia / Troll

- 위키백과 / 노르웨이 국가




* 노르웨이인들은 스스로를 트롤의 후예라고 말하기를 즐긴다. 그래서인지 그들이 좋아하는 인형도 못난이 인형을 닮은 트롤 인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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