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롤의 혓바닥과 바위들
신화를 찾아가는 인문학 여행 / 노르웨이 2
1. 피요르드에 숨은 보물들
노르웨이는 전 국토의 72%가 산악지형이다. 노르웨이 산악지형의 특징은 빙하기를 거치면서 바위로 이루어진 산악지대가 평탄한 지형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그곳에 서면 마구 달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서부 해안가 지역 역시 만년설이 녹으면서 침식작용으로 생성된 피요르드 형태의 협곡이 발달한 덕분에 장엄한 경관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소위 죽기 전에 한 번은 꼭 보아야 할 곳처럼 입소문을 타고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더구나 노르웨이 남서부 지역은 노르웨이의 옛 수도인 베르겐(Bergen)과 스타방에르(Stavanger)를 잇는 거대한 고원지역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어 노르웨이의 대표적인 관광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지역을 중심으로 예전 바이킹들의 활동상과 노르웨이 독립의 본산이라고 할 정도로 역사적 가치가 높은 지역이기 때문에 노르웨이를 가고 싶다면 제일 먼저 이 지역을 찾는 게 순서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무튼 스칸디나비아를 대표할 정도로 수려한 경관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지닌 이 지역에 아주 멋진 보물들이 숨어 있다. 이 보물들을 찾아보며 때로는 슬프기도, 때로는 아름답게, 때로는 우스꽝스럽기도 한 거인들의 모습들을 떠올리며 우리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나라 노르웨이를 느껴보자.
* 스타방에르의 여명과 성당
*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바라본 호수와 '세 자루 칼바위'공원
'프라이케스톨렌'을 가기 위해 스타방에르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사진에 보이는 타우(Tau)로 건너가 목적지까지 버스를 타고 간다.2. 트롤퉁가(Trolltunga)
노르웨이 왕 효르바르드의 아들 헬기가 하늘을 가로질러 달리는 9명의 발키리를 목격한다. 그중에서 특히 빼어나게 아름다운 발키리아를 발견하고 그녀에게 다가간다. 그녀는 에윌리미 왕의 딸 스바바로 였다. 그녀를 보는 순간 헬기는 그만 사랑에 빠지고 만다.
그녀는 사실 9명의 발키리를 이끌고 오딘의 명을 수행하는 발키리 시그룬이었다. 스바바는 헬기에게 시가르스홀름에 도검이 쌓여 있는데 그중에서 특히 중요한 검이 한 자루가 있다며 헬기에게 다가간다. 그러나 헬기는 이미 다른 여인과 약혼을 한 상태였지만 그녀에게 빠지고 만다.
한편, 헬기의 약혼녀 아틀리 이둔드손이 여자 요툰(트롤) 흐림게르드와 말다툼을 벌인다. 흐림게르드는 아틀리에게 헬기의 주위에 27명의 발키리들이 보인다면서, 그중에 특히 발키리들을 이끌고 있는 아리따운 발키리가 헬기와 보통 사이가 아니라고 떠벌린다. 그런데 흐림게르드는 해가 하늘 높이 떠오르는 줄도 모르고 험담을 늘어놓다가 햇빛을 받자 돌이 되어 버린다.
왕이 된 헬기가 스바바의 아버지 에윌리미 왕에게 딸과 혼인을 하겠다고 청혼을 한다. 헬기와 스바바는 혼인을 하고 지극한 사랑을 나눈다. 어느 날 헬기는 전쟁터로 나가는데 전투에서 심한 부상을 당하고 돌아온다. 헬기의 부인은 발키리였기에 오딘의 명을 받들어 남편 헬기가 죽은 후 오딘이 있는 발할라로 인도해야 했다. 하지만 그녀는 헬기에게 죽음을 비켜가게 하고 부상만 입힌 채 살아 돌아오게 했던 것이다.
* 트롤퉁가로 가는 길
'트롤퉁가'의 혓바닥 바위는 어쩌면 요툰(트롤) 흐림게르드가 바위로 변한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볼수록 수다쟁이 트롤의 혓바닥을 닮았다.* 지난해 24세의 호주 여성이 트롤퉁가에서 사망했다. 이곳에 온 단체관광객 30명 중 한 명이었는데 공중제비를 하며 인증사진 촬영을 하다 실족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3. 리세피요르드의 바위들
노르웨이 남서쪽에 위치한 도시 스타방에르(Stavanger)는 리세피요르드(Lysefjord)와 맞닿아 있다. 피요르드는 42Km의 길이를 가지고 있는데 이곳에는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2개의 유명한 바위가 있다. 하나는 ‘설교자의 바위’(Pulpit Rock)라는 별명을 가진 프라이케스톨렌(Preikestolen), 다른 하나는 계곡 사이에 박혀 있는 ‘세락볼튼’(Kjeragbolten)이 그 주인공이다.
리세피요르드는 크루즈 선박을 타고 관광을 해도 재미있을 테지만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더 일품이다. 더구나 피요르드를 내려다보며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두 개의 멋진 바위들을 보지 못한다면 아쉽기 그지없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곳을 올라야 하겠다고 마음을 다지게 된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이 멋진 곳을 보기 위해서는 걸어야만 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 험준한 지형에 케이블카라도 있다면 좋으련만 없다는 말이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 있을 때 제일 보존상태가 좋다는 아주 평범한 진리를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보고 싶으면 반드시 걸어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이 새삼 숙연하게 만든다. 어쩌면 그런 사실 때문에 사람들이 더 몰리는 것은 아닐까?
아무튼, 프라이케스톨렌(Preikestolen)은 높이 603미터의 수직 절벽으로 되어 있다. 피요르드 위에 위치한 이 바위는 마당바위처럼 넓적한데 볼수록 대단한 느낌이다. 이 절벽 아래로 보이는 피요르드 역시 장관이다. 또한 이 피요르드 끝부분에는 1,110m 높이의 세락(Kjerag) 산이 있다. 바로 그 산 정상 부근 계곡에 유명한 둥근돌 세락볼튼(Kjeragbolten)이 있다.
* 세락볼튼(Kjeragbolten) 가는 길
* 세락(Kjerag) 산에서 1996년부터 2016년까지 모두 11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누구나 세락볼튼에 오르면 빅토르 위고와 같은 심정일 것이라 생각한다. 때로는 감격스럽고 때로는 경이롭기도 하고, 때로는 두렵기 조차한 세락볼튼. 분명 이 곳은 거대한 거인(트롤)의 장난질로 만들어졌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곳을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Victor Hugo)가 1866년 방문한다. 그리고 피요르드를 보며 느꼈던 감격을 '바다의 개척자(Toilers of the Sea)'라는 소설에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어디에서도 리세피요르드 처럼 빼어난 풍광을 볼 수 없을 것이다. 리세피요르드는 바다와 맞닿은 곳에 있는 그 어떤 바위보다 대단한 위력을 지닌 듯하다. 이 보다 더한 두려움을 느껴본 적이 없다. 스타방에르 북쪽에 위치한 엄청난 이 피요르드는 북위 59도에 놓여 있다.
피요르드에 흐르는 물은 검은색으로 침묵하고 있다. 금방이라도 폭풍이 몰아칠듯한 자태는 고독과 침울함을 보여주지만 그 누구의 침범도 허락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 이곳을 빠져나갈 수 없다. 배를 타고 모험을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곳을 빠져나간다는 것을 장담할 수 없다. 더구나 높이 천 미터에 이르는 두 개의 암벽 사이에 놓여 있는 바위는 마치 바다로 가는 통로 같다.“(* Victor Hugo, Toiler of the Sea 중에서)
* 참고자료
wikipedia / alt.suicide.holiday
wikipedia / valkyrie
* 프라이케스톨렌 가는 길
* 십여 년 전 어떤 젊은 노르웨이 남자와 호주 여자가 자살사이트에서 만나 함께 자살하기로 하고 프라이케스톨렌(Prekestolen)에서 뛰어내린다. 그 후 그들이 하룻밤을 지새운 텐트와 그들이 가지고 있던 물건들도 발견된다.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자살한 이들의 이야기를 독일에서 먼저 연극으로 공연을 한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이미 10여 년 이상 지난 사건인데도 지금까지 2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100곳 이상의 공연장에서 공연을 했다고 하니 무심코 지나칠 이야기는 아닌 듯싶다.
* 트롤퉁가(Trolltunga)를 비롯한 3대 트레킹 코스 모두 6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만 개방을 한다. 하지만 해마다 개방 일자가 약간씩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일자는 관련 사이트에서 반드시 확인을 해야 한다.
* 노르웨이 3대 트레킹 코스를 한 번에 다녀올 수 있다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 최선의 방법이 될 것이다. 다음 사이트를 참조해 출도착지와 등반시간 등을 결정하면 좋을 것이다.(http://fjords.tide.n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