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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수 Aug 31. 2016

그린란드여 안녕

신화를 찾아가는 인문학 여행 / 그린란드  16


그린란드를 떠나며



1.


그린란드를 떠날 때가 되었다. 여행을 할 때 시간은 언제나 그렇듯 빨리 흘러간다. 호기심 가득한 그린란드는 언제나 그대로이다. 내가 그린란드 시간에 들어와 잠시 머물다 갈 뿐이다. 이때 내 시간과 그린란드의 시간은 같은 시간이 되는 걸까? 아님 각기 다른 시간이 공존하는 걸까? 별개의 시간을 하나의 시간으로 만들려 해도 두 개의 서로 다른 시간은 자기 방식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아버지는 딸이 자연사하려는 순간에 나타난다. 아마 현실세계였다면 1년여 정도 아버지 쿠퍼가 우주여행을 하고 돌아온 것일 텐데 딸 머피는 어느새 고령의 늙은이가 되어 자식처럼 보이는 외모의 아버지 쿠퍼 앞에서 죽음을 맞는다. 그게 바로 시간의 상대성이론 아닌가. 우리의 시간은 지금 쿠퍼의 시간을 닮아가고 있는지, 아님 머피의 시간을 닮아가고 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하지만 여행을 하다 보면 대개는 쿠퍼의 시간을 닮아가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사진 설명> 꽁꽁 언 일루리사트 포구 



아무튼 이제 그린란드를 떠난다. 좀 더 그린란드를 즐길수 있는 시간들을 악천후로 비행기가 취소되는 바람에 잃어버리고 허겁지겁 짧은 시간 속에 긴 여행을 한 것 같다. 한국의 계절을 생각하고 4월 중순이면 어느 정도 눈도 녹고 추위는 가셨겠지라고 생각하고 왔지만 현지 날씨는 여전히 한 겨울이었다. 그런데도 바삐 지내다 보니 추운 줄 모르고 지낼수 있어 좋았다. 아니 오히려 눈 속의 그린란드를 볼수 있어 정말 좋았다는 게 맞는 말일 게다. 그게 진짜 그린란드 모습일 테니 말이다.


이제 오콰아트수트에서 비행기를 타러 일루리사트에 도착했다. 그리고 또다시 일루리사트에서 누크로 날아가 하룻밤을 묵고 다음날 비행기를 타고 아이슬란드 레이크야비크로 간다. 바쁜 일정이다. 마치 쿠퍼가 뮐러 행성에서 지구로 귀환하는 그런 느낌이랄까? 아무튼 계속해서 비행하다 보면 내 시간도 쿠퍼의 시간처럼 천천히 가는 거겠지. 그럼 우리 집 식구들은 머피의 시간 속에 머무르는 걸까?


<사진 설명> 일루리사트 공동묘지



2.


일루리사트에 도착하니 그동안 내게 여러모로 도움을 준 오콰아트수트의 호텔 주인장 올레가 차를 가지고 포구까지 나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올레는 친절하게도 나를 공항까지 데려다준다. 그 역시 아쉬운 모양이다. 올레와 따뜻한 악수를 나누고 헤어진다. 오늘도 비행기 손님은 몇 명뿐이다. 누크로 가는 내내 썰매개들과 사라, 그리고 오콰아트수트의 돌무지와 짙은 여운을 남겨준 북극의 저녁노을까지 모두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간다.


저쪽 /  강은교

허공에서 허공으로 달리며 그는 말했네

1천 광년이나 1억 광년 저쪽에서 보면

이 부르튼 지구도 아름다운 별이라고

아무도 감동하지 않았지만

나는 감동했네

-뿌연 광대뼈와 흐린 눈의 우리도 뽀얀 살빛의 천사들처럼 저쪽에서 보면 아름다운 빛 속에 잠겨 있을 것이네

-이 모오든 시끄러움, 이 모오든 피 튀김, 이 모오든 욕망의 찌꺼기들, 눈물 널름대는 싸움들, 검은 웅덩이들, 넘치는 오염들, … 몰려다니는 쥐떼들에도 불구하고

허공에서 허공으로 달리며

우리는 아름다운 별의

한 알의

빛이라고


<사진 설명> 일루리사트 공항 인근에서 바라 본 일루리사트 앞바다와 공항



3. 


누크에 도착 후 숙소로 향한다. 도착하고 보니 점심때가 되어 숙소에 짐을 풀고 먹을거리도 살 겸 시내로 간다. 시내 중심가라고 해야 한스 에게드 호텔이 있는 인근에 겨울이라 하릴없는 이누이트들이 모여 있는 벼룩시장이 고작이지만, 그래도 근처에 큰 슈퍼와 문화센터 등이 밀집해 있다. 슈퍼에서 먹을거리를 사 가지고 나오다 벼룩시장에서 작은 선물 거리를 하나 발견했다. 활석으로 만든 물개 한 마리와 석고로 만든 불곰 한 마리, 내게 가장 큰 선물이 될 것 같다. 



하룻밤을 누크에서 묵고 드디어 그린란드를 떠난다. 누크 공항은 한산하기 그지없다. 그린란드에 들어올 때는 여권 검사 조차 안 했는데 그린란드를 떠날 때는 속세(?)로 가는 티를 내는 건지 수화물 검색이 제법 꼼꼼하다. 아이슬란드 레이크야비크로 가는 비행기가 드디어 하늘로 솟아오른다. 잠시 후면 아이슬란드에 도착할 것이다. 새드나의 신화는 여기까지 일까? 문득 아이슬란드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바다는 그린란드의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것과 사뭇 다르다. 그린란드로 들어가기 전 며칠간 머물렀던 아이슬란드는 얼음과 불의 나라답게 북유럽 신화의 원조가 아니던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어느 틈에 레이크야비크 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십여 일 전 그리도 원망스럽던 레이크야비크 공항, 그곳에 다시 왔다. 이제는 북유럽 신화의 흔적을 좇아간다.


<사진 설명> 그린란드 내륙은 한여름일지라도 언제나 눈과 얼음으로 덮여있다.




○ 에필로그


한국에서 그린란드로 가는 방법

1) 그린란드를 오가는 비행기는 그린란드 에어가 유일하다. 그러나 그린란드 에어는 덴마크 코펜하겐과 아이슬란드 레이크야비크 공항만을 오간다. 따라서 한국에서 KLM을 타고 암스테르담이나 FinnAir를 타고 헬싱키를 거쳐 레이크야비크로 가서, 그곳에서 그린란드행 비행기를 이용한다.(저가항공사를 이용할 경우 암스테르담이나 헬싱키에서 오슬로나 베르겐을 한 번 더 거쳐 레이크야비크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행기 요금을 비교해 보고 선택할 것.) 

2) 두 번째 방법은 한국에서 KLM을 타고 암스테르담이나 FinnAir를 타고 헬싱키를 거쳐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가서 그린란드행 비행기를 탄다. 아이슬란드를 꼭 거쳐야 할 이유가 없다면 코펜하겐에서 출발하는 것이 편할 것이다. 


그린란드 내 이동 방법

1) 아이슬란드나 덴마크에서 그린란드로 들어갈 경우 반드시 캥컬루수와크라는 곳에서 그린란드 내 목적지로 가는 비행기를 갈아타야만 한다. 만일 캥걸루수와크에서 하룻밤을 묵거나 갈아타는 시간이 충분하다면 잠시 인근 빙하지대를 구경하고 오는 것이 좋다.(왕복 2시간 정도 소요)

2) 그린란드 국내에서 도시 간 자동차(버스 포함) 여행은 불가능하다. 단지 도시 내에서만 자동차(택시) 이용이 가능하다. 노선버스가 운행되는 곳은 수도인 누크뿐이다. 그러나 누크에서 걸어서 대부분 한 시간 이내에 어디든 도달 가능하다. 도시 간 이동은 배나 비행기로만 이동이 가능하다. 


<사진 설명> 위 첫번째 줄; 4월말이라 서서히 눈이 녹기 사작한다. 그린란드 자치정부 사무실이 들어있는 문화센터 건물

두번째 줄 사진들은 Nuuk TV 화면 캡쳐, 맨 좌측 사진은 가장 번화한 거리를 보여주고 있다. 맨우측 사진은 한스 에게드 목사가 그린란드 총독 부임 200주년을 기념해 발행한 엽서,  

맨 아래줄: 누크공항에 사람이 거의 안 보인다.


유람선

그린란드 최남단 지역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이 5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만 서해안에 있는 도시들을 차례로 거쳐 중부지역에 있는 일루리사트까지 2박 3일로 운행을 한다. 누크에서 일루리사트로 갈 경우 1박2일로 가기 때문에 이용을 한다면 나름 멋진 여행이 될 것이다.


비자 

그린란드는 덴마크령이기 때문에 덴마크 비자만 있으면 그린란드 출입국은 상관없다. 덴마크와는 무비자 협정을 맺고 있기 때문에 그린란드 역시 무비자로 갈수 있다. 그린란드 이외 지역에서 출발할 때 여권 검사를 하고 그린란드 도착 후 여권 검사는 하지 않으니 이민하고픈 사람은 기회일 수도...^^ 



환전 

그린란드에서는 덴마크 화폐를 사용한다. 물론 신용카드도 사용 가능하다. 그러나 슈퍼 이외에 거리 상점이나 식당 등에서 조차 카드를 내면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덴마크 화폐를 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 덴마크 화폐는 한국에서 환전이 가능하나 현지에서 현금인출기를 사용해 덴마크 화폐를 인출해 사용하는 게 편하고 환율도 오히려 손해를 덜 볼 것이다.


숙소

여러 유명 숙소 검색 사이트를 이용하라. 가격이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식사를 직접 해 먹으려 한다면 게스트하우스나 아파트형 숙소를 선택하는 게 좋다. 생각보다 여행객들이 많지 않기에 게스트하우스는 대부분 조용하고 조리 시설도 잘 되어 있다. 


생활수준

지난 6월 28일 그린란드의 수도 ‘누크’에 명예영사관을 설치했다. 필요시 이용 가능하다. 그린란드 국민 1인당 GDP는 4만 3,000불('14년 기준)이다. 


2016년도 Greenland Today  잡지 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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