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종수 Sep 01. 2016

신화의 고향 아이슬란드

신화를 찾아가는 인문학 여행 / 아이슬란드  1


     

노르드 신화의 고향 아이슬란드



1.


노르드 신화(Norse mythology)는 스칸디나비아(오늘날의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그리고 그린란드 일부)에 살았던 게르만인의 일파인 노르드 인들이 가톨릭으로 개종하기 이전에 그들이 지녔던 종교, 신앙, 전설 등을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북유럽 신화라고도 하는 노르드 신화는 유럽 대부분이 가톨릭으로 개종한 이후에도 스칸디나비아 지역에서 옛 종교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계속 살아남아 게르만 신화를 대표하는 노르드 신화로 자리하게 된다.


노르드 신화는 그 후 아이슬란드 출신 작가 스노리 스툴루손(Snorri Sturluson 1178-1241)이 ‘신 에다’(New Edda)라고 부르는 책으로 펴 낸다. 신 에다에는 그동안 구전으로 전승되어 온 북유럽 신화들이 담겨 있는데, 그동안 아이슬란드에 전승되어 온 신화와 영웅들 전설에 관한 이야기들이 대부분 수록되어 있다. 


노르드 신화는 북유럽 국가들, 특히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위치한 나라들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신화의 원형이기도 하다. 물론 핀란드는 예외이기는 하지만, 심지어 게르만 신화의 원형으로서까지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 노르드 신화는 최근에 이르게 되면 컴퓨터 게임은 물론 반지의 제왕이나 니벨룽겐의 반지 같은 영화나 악극의 소재 등으로 수없이 이용되면서 엄청난 부가가치를 주는 소재거리로 활용되고 있다. 그리스 신화는 말할 것도 없고 노르드 신화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문화산업의 보고이기 때문이란 점을 기억하면 좋겠다.


에다 책 표지

<그림 설명> 노르드 신화의 주인공 오딘, 두 마리의 까마귀 후기니(Huginn)와 무닌(Muninn), 그리고 두 마리의 늑대 게리(Geri)와 프레키(Freki)가 오딘을 보좌하며 세상 소식을 전한다.(좌측) 슬레이프니르에 타고 있는 오딘(우측). 



2. 


신 에다에 담긴 노르드 신화의 간단한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아직 하늘도 없고 땅도 없이 끝을 알수 없는 거대한 허무의 심연만이 있던 시절, 그 남과 북 끝 지점에 드디어 세계가 생겨난다. 북쪽에는 암흑으로 둘러싸인 얼음과 서리로 뒤덮여 있고 돌풍이 휘몰아치는 극한의 세계 니플하임(Niflheim)이 자리하고, 남쪽에는 뜨거운 불길과 현란한 빛의 세계인 무스펠하임(Muspdelheim)이 생겨난다.


무스펠하임의 불꽃이 날라와 니플하임의 얼음과 서리가 녹기 시작하더니 물방울이 생명을 얻으면서 인간을 닮은 거인 이미르(Ymir)가 탄생한다. 이미르가 겨드랑이에서 땀을 흘리자 남녀 인간이 만들어지고 다리 사이에서 흉측한 거인들이 태어난다. 


그 후 얼음 속에서 아우둠라(Audhumla)라는 거대한 암소가 태어나고, 이 소가 얼음을 핥아대자 드디어 신들의 선조인 부리(Buri)가 태어나고 이 부리의 아들인 보르(Bor)가 거인족의 딸 베스트라(Bestra)를 아내로 맞아 신들의 왕 오딘(Odin)과 그의 형제 빌리(Vili)와 베(Ve)를 낳는다.


오딘과 그의 형제들은 성장하게 되자 긴눙가가프를 지배하는 이미르와 전쟁을 벌이게 되고 그를 쓰러뜨린다. 세 신은 이미르 시신으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기 시작하는데, 먼저 하늘과 산과 암석을 품고 있는 대지를 만들고 무스펠하임에서 날아오는 불꽃을 모아 천체를, 그리고 구름과 바다를 만든다. 바다 끝에는 흉폭한 거인들이 사는 요툰하임을 만들어 인간이 사는 미드가르드를 공격하지 못하게 한다.


그 후 세 신은 해안가를 거닐다 떠내려온 나뭇가지를 주워 최초의 인간을 만드는데, 물푸레나무로 아스크(Ask)를, 느릅나무로 엠블라(Embla)라는 여자를 만든다. 드디어 중간계인 미드가르드에 거주하는 최초의 인간이 탄생한다.


레이크야비크에 있는 사가박물관

아이슬란드에는 주요 도시 마다 '사가'박물관(일종의 역사박물관 구실을 하는 '신화' 박물관)을 설치해 놓았다.

 

<사진 설명> 사가 박물관에 전시된 자료들

 


한편, 신들은 세상의 중심에 신들이 사는 아스가르드(Asgard)를 세운다. 오딘은 아스가르드 한가운데 궁전 발할라를 짓고 그 안에 거주한다. 드디어 인간이 사는 미드가르드와 신들이 사는 아스가르드, 그리고 거인족이 사는 요툰하임과 저승 세계인 무스펠하임과 니플하임이 완성된다.


이제 세계는 ‘위그드라드’라고 하는 커다란 물푸레나무 위에 만들어졌고, 위그드라실의 나뭇가지는 하늘을 뚫고 올라가고 아래로는 거대한 뿌리를 내렸다. 그런데 이 뿌리는 니플하임에서 솟아나는 베르겔미르의 샘에 닿고, 다른 하나는 미드가르드에 있는 지혜의 샘 미미르(Mimir)에 닿았다. 또한 다른 한 뿌리는 신들의 세계로 뻗어가 우르드(Urdr)라는 우물에 닿았는데, 이 우물은 과거, 현재, 미래를 상징하는 운명의 여신 노른(Norn)이 세계수에 물을 주며 우물을 지키고 있다. 


노르드 신화, ‘에다’(Edda)라고도 부르는 신화 속 주인공, 만물의 아버지 오딘은 신들이 사는 아스가르드의 주인이자 지배자이기도 하다. 아스가르드에는 800명의 전사가 한꺼번에 들어갈 수 있도록 문 540개가 설치되어 있고 궁전 내부에는 오딘이 앉는 좌석 외에 12 신을 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신들은 각기 자신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보물을 가지고 있는데 이 보물의 기능과 능력은 바로 신의 능력과 직결된다. 그러나 우습게도 이 보물들은 신들과 싸움을 벌여 죽음으로 몰아넣는 로키라는 악마의 신이 만들어 받친 것이 대부분이다. 결국 이 마법의 물건들은 후에 로키가 신들과 전쟁을 벌이기 전에 마치 신들에게 무기를 주고 그들과 싸움을 하는듯한 형국이 된 셈이다. 아무튼 전쟁으로 아스가르드가 종말을 고하게 되는 순간 모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무기로 사용된다.


오딘이 타는 말은 공중을 가르며 달리는 다리가 8개인 슬레이프니르(Slepnir)이며, 무엇이든지 뚫을 수 있는 궁니르(Gungnir)라는 투창을 가지고 있다. 또한 오딘은 드라우프니르(Draupnir)라는 황금반지를 끼고 있는데 신성한 왕권을 상징한다. 오딘의 아들인 토르는 전쟁의 신이자 농업의 신이다. 토르가 가지고 있는 무기는 바로 묠니르(Mjojnir), 어디로 던지든 되돌아오는 신비한 마력을 지닌 망치이다.  


오딘과 함께 신계를 대표하는 신 프레이르가 있다. 그는 혼자서 적을 물리칠수 있는 보검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요툰하임에 사는 거인의 딸 게르드(Gerdr)를 보는 순간 그만 사랑에 빠지는 바람에 보검을 잃고 만다. 게르드를 얻기 위해 프레이르가 심복 스카르닐에게 그녀의 승낙을 받아오는 대가로 자신의 보검을 내준 것이다. 그 때문에 프레이르는 나중에 거인족과의 마지막 전투에서 수사슴 뿔로 싸워야 했는데 그 바람에 죽음을 맞게 된 것이다.


노르드 산화의 주인공 오딘(우측)과 그의 부인 프리그(좌측)


프레이르가 가지고 있는 보물은 이외에도 스키드블라드니르(Skidbladnir)라는 배와 황금 멧돼지 굴린부르스티(Gullinbursti)가 있다. 스키드블라드니르는 모든 신들의 마차까지 다 실을수 있을 만큼 크지만 좁은 곳으로 가면 접을수 있을 만큼 작아지고 늘 순풍을 타고 항해하는 신비한 배다. 그리고 황금 멧돼지는 말보다 빠르게 공중이나 불위 어느 곳이 든 빠르게 달리고 털에서 나오는 빛 때문에 어둠 속에서도 밝게 빛난다. 


오딘이 속한 아사 신족과 프레이르가 속한 바나르 신족은 원래 각기 다른 신족이었다. 한 때는 서로 적대하며 지냈지만 실력이 비등해 더 이상 싸우지 않고 아스가르드에서 함께 지내게 된다. 


아스가르드에는 그 외에도 로키라는 거인족 출신의 짓궂은 신이 함께 지낸다. 로키는 해서는 안 되는 짓거리를 하는 바람에 다른 신들로부터 미움을 사기도 하는데, 나중에 오딘의 아들 토르 부인 시프(Sif) 여신이 잠든 사이 그녀의 금발머리를 잘라버리는 못된 짓을 벌이고 만다.


이에 화가 난 토르는 로키를 잡아 처형하려 했지만 오딘과 프레이르가 말리는 바람에 죽이지 않고 대신 귀중한 보물을 만들어오도록 명령을 한다. 목숨을 건지기 위해 로키는 지하세계의 난쟁이들이 사는 곳으로 가서 우선 시프의 머리와 똑같은 황금털을 만들어 온다. 그리고 로키는 난쟁이들에게 주문하여 오딘과 토르, 그리고 프레이르에게 줄 선물을 만들어 온다. 


프레이르에게 줄 마법의 배 ‘스키드블라드니르’와 오딘이 사용할 투창 궁니르도 만들어 받친다. 이런 진기한 선물을 받친 로키는 이런 보물을 만드는 자는 어디에도 없을 거라고 의기양양하게 떠든다. 그러자 이 말을 들은 대장장이의 명인 신드리(Sindri)의 형제 브로크(Brokkr)라는 난쟁이가 자신의 형제 중에 로키가 가져온 보물보다 더 멋진 보물을 만들 수 있다고 내기를 한다. 


신드리는 오딘이 애지중지하는 절대반지 ‘드라우프니르’와 프레이르가 타고 다닐 황금 멧돼지 굴린부르스터, 그리고 토르가 사용할 마법의 망치 묠니르를 만들어 받친다.


로키의 장난은 이처럼 신들의 상징인 귀중한 보물을 얻게 되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신들과 세상의 종말을 고하는 결정적인 전쟁의 원인이 된다. 라그나뢰크(신들의 황혼)라 불리는 종말의 시기가 오면 불꽃의 거인 수르트가 던진 횃불에 우주수 위그드라실이 불길에 휩싸여 육지는 바닷속에 잠기고 전 세계는 멸망하고 만다. 마치 화산 폭발로 모든 것이 불속에 휩싸이는 장면을 보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아이슬란드 지도, 흰색으로 보이는 부분은 빙하지대이다.



3. 


노르드 신화는 그리스 신화와 전반적인 분위기가 다르다. 노르드 신화를 지배하는 전반적인 분위기는 비장함과 황량함이다. 이런 분위기는 태초에 전개되는 천지창조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거인과 괴물을 퇴치하고 대신 그곳에서 새 생명을 잉태케 하는 과정, 그리고 신과 인간 그리고 괴물 거인족이 사는 세계와 악마가 사는 지하세계까지 등장시킨 것은 이미 각개의 계층 간에 숙명적인 대결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노르드 신화의 냉랭한 분위기는 그리스 신화와 노르드 신화를 구분 짓는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도 할수 있다. 이 비장함의 뿌리는 결국 세계의 종말인 라그나로크(최후의 전투)로 이어져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신들은 이 운명을 극복하려 노력해 보지만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종말을 맞이하고 만다.


신화의 본질이 이처럼 처연하게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어쩌면 신이라는 절대자보다 운명이라는 현실이 더 중요함을 은연중에 강조하고 있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노르드 신화에서 신은 결코 그리스 신화의 신처럼 불멸의 절대자가 아니라 비록 신이라 할지라도 인간처럼 최후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만 하다는 사실이다. 결코 어떤 존재이든 영원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런 사실은 어쩌면 북유럽이 지닌 자연적 배경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상대적으로 온화한 기후를 지닌 지중해 연안의 그리스, 로마, 그리고 이집트 등과는 달리 일 년 내내 춥고 거친 황량한 환경에서 생존해야만 하는 북유럽의 지리적 특성이 반영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노르드 신화는 고대 북유럽 사람들의 거친 생존 방식을 그대로 반영한 생활형 신화라고도 할수 있지 않을까?



○ 참고문헌


케네스 C. 데이비스 지음, 이충호 옮김, 세계의 모든 신화, 푸른숲, 2008.

- 요시다 아츠히코 외 공저, 하선미 옮김, 세계의 신화 전설, 혜원, 2010.

아침나무 지음, 세계의 신화, 삼양미디어, 2013.

페트라릭 콜럼 지음, 김경희 옮김, 북유럽 신화 세상종말전쟁 라그나로크, 여름언덕, 2004. 

위키백과, 북유럽 신화

나무 위키, 북유럽 신화


※ 이곳에서 사용한 오딘그림 2개는 저작권 시효가 100년이상 지났다. (출처: 위키 백과) 



매거진의 이전글 그린란드여 안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